우리 메이저사이트를 입양한지 이제 50일이 지났다. 유기견. 버려진 강아지. 주인이 없는 개. 남들에겐 내가 모를 참신한 표현이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없다. 메이저사이트는 메이저사이트다. 태어난 날도 내가 정했다. 그러니 내년 생일이 되면 메이저사이트는 내가 정한 날짜에 영문을 모른 채로 촛불을 끄게 될 것이다. 원래는 다홍이였던 아이. 이제는 메이저사이트가 된 아이.
내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담긴 칩을 갖고 있는 메이저사이트. 매일 아침 힘겹게 눈을 뜨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메이저사이트. 방송이 끝나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오면,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듯 나를 반겨주는 어여쁜 눈망울의 메이저사이트.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던 고민은, 과장을 보태어 만 4년을 넘게 하고서야 끝이 났다. 기를 수 없는 환경,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나와 맞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 이 아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얼마나 힘들까 싶은 기우. 어렸을 때 초롱이라는 예쁜 강아지를 기르다가 집안 사정이 생겨 떠나보내야 했던 기억도 발목을 잡았다.
어린 강아지도 산책에 습관을 들여주면 좋다고들 하길래, 땅에 내려놓기도 힘든 아이를 가끔 데리고 나갔다. 슬링백에 안고 나가거나, 가슴팍에 포옥 감싸안고 나가는 정도. 시간이 흘러서는 가끔 - 메이저사이트는 끔찍하게 싫어했을지도 모를 - 하네스를 입혀 데리고 나가기도 했지만, 아직 3킬로 남짓한 아이에게 집밖의 세상은 -여전히- 무서웠을지 몰라 나는 언제나 마음이 무겁다. 간혹 납덩이처럼 내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결국 '반려생활'이란, 주인이 하고 싶은 걸 하려는 욕구 충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싶은 죄책감 같은 것.
어쩔 수 있으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간혹내최선은아랑곳없는상황을겪고나면, 이아이를위해이 사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또 무언지 헛갈릴 때도 있지만.
저기, 얘 얼마 주고 샀어요?
아, 유기견이고요, 얼마 전에 메이저사이트습니다.
어머 너무 이쁜데, 눈동자 색깔봐. 나는 되게 비싼 앤 줄 알았어.
아니에요. 형제가 몇 마리 있었는데 그 중에 한마리 메이저사이트한 거예요.
어떻게 얘가 메이저사이트된 애야?난 당연히 돈 주고 산 줄 알았지! 비싸 보이는데!
얘 종이 뭐예요?
아 사실 저도 잘 모르고요, 믹스견이에요.
아 그럼 그렇지.
걔 몇 살이에요?
아 이제 5개월 째에요. 아직 애기죠.
걔 종이 뭔데요?
아 믹스견이에요.
어머, 조심해야 돼. 여보. 얼른 가요.
아이고, 얘 이쁜거봐.
감사합니다.
어머 얘 되게 크겠네. 발 좀 봐. 엄청 크게 생겼어.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 정도 발이면 막 15킬로도 되겠다.
아 그래요? 전 어미밖에 못 봐서요.
아 종이 뭔데요?
믹스견이에요. 메이저사이트습니다.
어머무슨 마음으로 메이저사이트대?
어머얘'앉아'도 할줄아네?
네 제가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라 교육 시켰어요.
이렇게 생긴 애가 원래 똑똑해.
감사합니다.
뭐 유럽 쪽 개인가?
아니요 믹스견이에요.
아, 괜찮아. 원래 잡종들이 더 똑똑하대.
그냥 지나쳐도 될 하찮은 인연들이 너무 쉽게 다가왔다. 몇 살이냐, 몇 키로냐, 사료는 당연히 로얄 캐닌을 먹이지 않느냐, 잡종이 빨리 큰다더라 등등. 그리곤 나의 생명이자, 나의 동반자, 나의 가족에게 함부로 말을 던져댔다.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