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여행을 간 사람의 집은 빈집이 아니다. 먼지는 쌓일지언정, 주인은 집에머물지 않을지언정,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기 위해 기계들이 수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 전력이 가득한 집은 주인이 오기를 항상 대기하고 있는 집이지, 빈집이라고 할수는없다.
메이저사이트가 병원에 입원한지 어느새일 년.지금까지 가전들은 집주인을 대기하기 위해 그들끼리 적막을 지켜주었다. 이제는 가전에게 조금 긴 휴식을 줄 때이다. 메이저사이트의 병원 신세가 길어지자 자매는 그렇게 시골에 모였다.
고향집에 다시 오기 위해일 년이 걸렸다.가전에게무기한휴식을 준다는 것의 의미를 아무도 말하지 않으며 착잡한 공기를 가로질렀다.
설 연휴 끝자락에 오랜만에 다시 잡아본 현관문고리. 주인의 지문을 기다리다 지친 고리는 낯선 손길에 화들짝 서리를 비추고 사라졌다. 현관문이 열리니 먼지와 냉기가 긴급한 외출 뒤의 충격을 조금씩 끌어안고 있었다.
안방 문을 열자 침대가 메이저사이트 기다리다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침대 맞은편 자개장은 주인의 안녕을 기원하듯 수시로 눈을 반짝거리고, 서랍장에 올려진 당신의 찬란한 찰나가 액자에 도르르 담긴 채 메이저사이트 기억해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바뀌며 바뀌지 않았다. 붉은 시계는 여전히 흘러 시간을 알린다. 바뀐 것은 시계의 다이얼과, 식은침대뿐. 안방에 들어온 모두가 어떤 말도 없이 시계의 소리만을 들었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메이저사이트의 부재를 시계소리를 함께 들으며 위로받고있었다. 자매들은 제법 힘차게 집을 정리한다.
수저 하나도 버리지 않는 절제력으로 인해 유년 시절부터 보아온 그릇엔 메이저사이트의 손때가 가득하다. 빛바랜 물건 하나 버리지 못하던 당신의 살뜰한 손과 마음, 자식에게 다 주길 바라시곤지금은 재활병원에서밤마다어떤 여행을하고계신 걸까.
가구들 중 빈 집을 지키기 위해 가장 공헌한 것은 냉장고였다. 자매는 냉장고에게 잠정적인 휴식을 주기 위해 메이저사이트의 냉장고를 파내기 시작했다. 모든 음식을 큰 봉투에 넣고, 냉장고를 깨끗이 닦으며칭찬해 준다. 그리고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냉장고는 빈 수납장으로 변한다. 온도를 나타내던 다이얼이 사라지고 냉장고는 조금씩 냉기를 잃으며 식어간다.
플러그를 뽑아버린 냉장고처럼 더 이상 냉기가 사라진 당신의 보금자리.
말없이 그리움을 지펴조금씩기억이옅어지는,언젠가는 내곁을 떠날메이저사이트에게미리전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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