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겪고 나니 약 십년전 일이 떠올랐다. 9년동안 다니던 어린이집을 무작정 퇴사했다. 당분간 쉬며 하고픈 일을 하려 했는데, 지역보험자로 변경되어 엄청 오른 보험비 청구서를 받게 되었다. 아....싱글이면 백수도 하기 힘들다. 다행히 당시 막내가 직장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동생 피부양자로 나를 올려 보험비를 감면 받았다.
슬롯사이트와 살며 나도 모르게 슬롯사이트를 약자나 도움을 줘야하는 사람으로 인식할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백수시절에는 난 분명히 슬롯사이트 도움을 받고 있었다. 나는 동생이 셋인데, 둘째와 셋째는 시집장가가고 슬롯사이트와 나만 싱글이다. 이 상태에서 부모님까지 슬롯사이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되었다. 엄마는 가끔 아버지에게 큰소리 쳤다.
"당신이 슬롯사이트이 때문에 병원에 보험혜택 받으며 다니고 있는거에요."
그때는 슬롯사이트가 가장 같았다. 월급의 액수와 상관없이 우리는 슬롯사이트라는 존재로, 건강보험비를 내주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슬롯사이트 스스로도 가끔 그 책임감을 인식하는듯 했다.
후원금? 참 엉뚱하다 이녀석. 슬롯사이트에게 다시 물어보니 월급받고 ATM기에서 이체로 후원금을 보냈다고 한다. 이 잡지를 엄청 열심히 읽어서 잡지 호수며 기사며 줄줄 외는 터라 기자가 그 질문을 하러 온다니 신나서 청소기를 들고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누나 보고 기자 오는 시간에 같이 있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아쉽지만 그때 누나는 출근해야해서, 인터뷰 잘해.
난 슬롯사이트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했다. 슬롯사이트는 손을 자기 가슴에 얹고 또박또박 말했다.
"아니야, 나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람이야."
"네가 장애인이잖아."
"응 자폐장애 3급"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라는 느낌이었다. 조금 쑥쓰러워했지만, 그게 뭐가 어때서 나도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갑자기 난로에 기름붓기 신공 장면이 떠올랐다. 화섭씨는 남을 슬롯사이트 기회가 있으면 그걸 하고 싶었던것이다. 단지, 그 기회가 잘 안오고 잘 안 주어졌을뿐.
우리는 다 큰 성인 장애인을 만나면 특히 지적 장애인을 만나면 그들을 어리게 본다. 그들의 말투와 행동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회 곳곳에선 아직도 발달장애인을 천시하는 만행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사회복지시설에서도. 그들이 표현하지 못한다고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성인다운 행동과 말을 못한다고, 그들을 그렇게 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그들도 성인으로 남을 돕고 싶으며, 남을 슬롯사이트 기쁨과 행복을 알수도 있다. 우리가 서로를 도울때 기쁨을 느끼는것처럼.
슬롯사이트의 후원금 소동은 나에게 큰 편견을 깨게 해준 일이었다. 사실 나도 동생에게 도움 받은적도 있으면서 동생 잘 돌보는 누나인척 윗사람인척 하지 않았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