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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슬롯사이트 기쁨

있는데 없다고 할 수 없다

슬롯사이트어느날 날아온 국민건강보험 우편물


어느날우편함에국민건강보험우편물이들어있었다. 봉투를열어보니슬롯사이트의직장가입자자격변동안내. 슬롯사이트의직장보험에변동이생겨아래의피부양자로등록한다는내용이었다. 슬롯사이트회사에전화를걸어보니회사에변화가있었다. 원래회사는지방으로이전하고직원들은다행히자매회사로새로들어간다고. 과정에서원래회사퇴사신고를상태이고, 직장은정리할게있어그게끝나면다시입사신고를예정이라고. 잠시동안슬롯사이트가피부양자가된것이다. 2018년부터남매간피부양자등록은안된다했는데, 아마도동생이장애인이라등록된듯하다.


이 일을 겪고 나니 약 십년전 일이 떠올랐다. 9년동안 다니던 어린이집을 무작정 퇴사했다. 당분간 쉬며 하고픈 일을 하려 했는데, 지역보험자로 변경되어 엄청 오른 보험비 청구서를 받게 되었다. 아....싱글이면 백수도 하기 힘들다. 다행히 당시 막내가 직장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동생 피부양자로 나를 올려 보험비를 감면 받았다.


슬롯사이트와 살며 나도 모르게 슬롯사이트를 약자나 도움을 줘야하는 사람으로 인식할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백수시절에는 난 분명히 슬롯사이트 도움을 받고 있었다. 나는 동생이 셋인데, 둘째와 셋째는 시집장가가고 슬롯사이트와 나만 싱글이다. 이 상태에서 부모님까지 슬롯사이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되었다. 엄마는 가끔 아버지에게 큰소리 쳤다.


"당신이 슬롯사이트이 때문에 병원에 보험혜택 받으며 다니고 있는거에요."


그때는 슬롯사이트가 가장 같았다. 월급의 액수와 상관없이 우리는 슬롯사이트라는 존재로, 건강보험비를 내주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슬롯사이트 스스로도 가끔 그 책임감을 인식하는듯 했다.


20대때자동차를샀는데, 슬롯사이트와공동명의로해서자동차세를면받았다. 그게고마와차에태우고한강으로가곤했다. 자전거대여소에들렸을때일이다. 마침겨울이었고, 자전거주인아줌마는석유난로를때고있었다. 마침기름이떨어져서무거은기름통을들어난로에부으려고하셨다. 슬롯사이트는갑자기"제가알아요."그러더니무거운통을번쩍들어난로에부어주었다. 아주머니는연신고맙다고하시고, 나는네가그걸어떻게알아라고물어봤다. ", 직장에서매일."직장에서난로에기름붓는신공을연마했다니그것도이제는자발적으로한다니기특하기그지없었다.


슬롯사이트는 퀴즈응모 매니아이다. 그중 ㅎ모 잡지의 퀴즈를 엄청 좋아한다. 20년 넘게 해오고 있는데, 어느날 이 잡지에서 슬롯사이트를 인터뷰 하겠다고 기자가 찾아 온다고 한다. 엄마는 나에게 해당기자에게 전화해보라 했다. 기자 왈,


"임슬롯사이트 선생님께서소정의후원금을내셨어요. 액수와상관없이후원하겠다는마음이고운분들을찾아뵙고있습니다. "


후원금? 참 엉뚱하다 이녀석. 슬롯사이트에게 다시 물어보니 월급받고 ATM기에서 이체로 후원금을 보냈다고 한다. 이 잡지를 엄청 열심히 읽어서 잡지 호수며 기사며 줄줄 외는 터라 기자가 그 질문을 하러 온다니 신나서 청소기를 들고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누나 보고 기자 오는 시간에 같이 있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아쉽지만 그때 누나는 출근해야해서, 인터뷰 잘해.


기자가 다녀가고 인터뷰를 읽어보니 또다른 양파껍질의 슬롯사이트다.


한겨레 21 후원자 기사



기사에서놀라운건"어깨동무를하고싶었어요."혹은"누나와함께도서관에가서잡지를읽으면공기가맑아지는듯했다."라는대답이었다. 이런표현이절묘하다싶었다. 거기다놀라운건사회적약자와외된이들에대한관심이었다. 매일경품응모에만관심있는줄알았더니언제남들에그것도약자에관심있었대? 내가모르는슬롯사이트의이면이었다. 기사를읽고슬롯사이트에게달려가물어봤다.


"슬롯사이트아, 네가 사회적 약자 아니었어? "


난 슬롯사이트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했다. 슬롯사이트는 손을 자기 가슴에 얹고 또박또박 말했다.


"아니야, 나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람이야."


"네가 장애인이잖아."


"응 자폐장애 3급"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라는 느낌이었다. 조금 쑥쓰러워했지만, 그게 뭐가 어때서 나도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갑자기 난로에 기름붓기 신공 장면이 떠올랐다. 화섭씨는 남을 슬롯사이트 기회가 있으면 그걸 하고 싶었던것이다. 단지, 그 기회가 잘 안오고 잘 안 주어졌을뿐.


우리는 다 큰 성인 장애인을 만나면 특히 지적 장애인을 만나면 그들을 어리게 본다. 그들의 말투와 행동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회 곳곳에선 아직도 발달장애인을 천시하는 만행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사회복지시설에서도. 그들이 표현하지 못한다고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성인다운 행동과 말을 못한다고, 그들을 그렇게 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그들도 성인으로 남을 돕고 싶으며, 남을 슬롯사이트 기쁨과 행복을 알수도 있다. 우리가 서로를 도울때 기쁨을 느끼는것처럼.


슬롯사이트의 후원금 소동은 나에게 큰 편견을 깨게 해준 일이었다. 사실 나도 동생에게 도움 받은적도 있으면서 동생 잘 돌보는 누나인척 윗사람인척 하지 않았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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