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훌쩍 흘러 꼭 1년이 지난 2020년 4월, <무료 슬롯 머신의 자화상은[무료 슬롯 머신도 무료 슬롯 머신를 사랑했으면 좋겠어]라는 이름으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무료 슬롯 머신에 대한 글을 풀어낸 나의 시간들은, 어쩌면 정말 무료 슬롯 머신란 이름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고 '내 무료 슬롯 머신'의 인생을 제대로 바라보고 마주했던 시간들이었다.
책 작업을 하며. 1여년의 그 시간들을 보내며. 나는 비로소 무료 슬롯 머신라는 이름을 제법 내 안에 품고 사랑하는 법을, 그리고 '무료 슬롯 머신'라는 이름이 주는 엄청난 용기와 힘, 그 이름으로 하여금 나는 이 세상 가운데 당당한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료 슬롯 머신. 이 두 음절에는 참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두고 펼치지 않아서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어떤 책처럼, 무료 슬롯 머신는 내게 늘 그런 존재였다. 꺼내서 다시 펼쳐보고 싶지 않은, 어쩌면 펼쳐서 들여다보는 게 내내 무섭고 두려운.
그러다 어느 날인가 후배작가를 통해 작가들이 글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공간, 브런치에 대해서 알게 됐다. 어떤 소재로 글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무료 슬롯 머신가 생각났다. (음... 그게 왜인지는 나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그냥’ 무료 슬롯 머신 생각이 났고, ‘그저’ 무료 슬롯 머신가 떠올랐다.
가만히 내 속을 들여다보니 마음 안에서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한다, 라는 어떤 울림 같기도 한 것이 댕그랑 댕그랑 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그래서 용기를 조금 내보았다. 무료 슬롯 머신라는 그 존재를 마주 대하기 위해서.
무료 슬롯 머신라는 이름과, 그리고 그 무료 슬롯 머신에 대해 펼쳐서 글을 쓴다는 건 내게 있어 어쩌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일생일대의 엄청난 도전과도 같은 거였기에. 그만큼 내게 무료 슬롯 머신는 어떤 한 부분에서는 풀어도 풀어도 끝끝내 답을 찾을 수 없는, 내 스스로가 결코 풀 수 없었던 수학 문제 같은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느냐. 글쎄... 그건 그때 내 마음 안에서 울렸던 그 울림에 순순히 응했던 것 같은. 그러다보니 비로소 무료 슬롯 머신가 좀 제대로 보였다. 내 마음 안에 있는 진짜 무료 슬롯 머신가.
그래서였을까.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그래서 눈물이 났고 그래서 무료 슬롯 머신가 못내 더 사무치는 날들이었다.
무료 슬롯 머신의 인생을 잔잔하게, 그리고 가만히 더듬어본 시간들.
우리 무료 슬롯 머신는 상처가 참 많은 사람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늘 상처와 부둥켜 안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나날들. 어떻게 보면 상처로 인해 얼룩진 인생이 참 지난하게도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애잔하기도 하고. 그런 무료 슬롯 머신를 글로 풀어내며 눈물 콧물을 짜기도 하면서.
이 글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를 가만히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1도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몸서리가 쳐질 만큼 내 얘기 같아 마음을 쥐어뜯게 하는시간이기도 하겠거니. 하면서.
그렇기에 써냈다. 무료 슬롯 머신의 그 상처들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시간들이 내내 아파서 한 줄 쓰고 눈물을 훔치고 또 한 줄 쓰고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무료 슬롯 머신의 그 지난 삶과 함께 동행하며 그렇게.
상처로 얼룩진 이 세상의 모든 무료 슬롯 머신, 그리고 여자, 딸들의 삶이. 그 마음이. 내 글로 인해 조금이나마 덜어내질 수 있다면.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