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한국까지 대여섯 시간. 방콕에서 한밤에 출발해 비행기에서 한숨 자고 나면 뜨끈하고 끈적했던 방콕의 밤에서 차갑고 건조한 무안의 아침에 닿아있을 거야. 공항에 내리면 바로 걸칠 패딩과 목도리는 챙겼지? 걱정 마. 공항에 식구들이 마중 나와 있을 거야. 아, 이렇게 한 해가 가는구나. 그동안 먹고살기 바빠 이런 해외여행을 언제 와보나 했는데 이렇게 좋은 추억 만드네. 아쉽다.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뭐. 열심히 일해서 돈 더 벌어서. 아, 우리카지노추천 가서 얼큰한 라면 한 그릇 먹고 발 쭉 뻗고 자고 싶다. 그래도 역시 집이 최고야, 그치?
2024년을 이틀 앞둔 날, 방콕에서 출발해 한국에 닿기로 했던 비행기 안에서 수많은 가족이 나눴을 대화다. 끝내 179명의 희생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우리카지노추천.
12월 3일, 45년 만에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고, 현직 대통령이 내란 수괴가 되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수년간 나를 괴롭힌 스토커가 기어코 작정하고 내 집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내 목에 칼을 들이대며 “사랑한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도 달을 채워가는 지금까지 그 스토커는 구중궁궐에 숨어 허구한 날 술을 퍼마시며 “사랑우리카지노추천 국민 여러분” “내가 너무 사랑해서”라고 외치고 있다.
영문도 모르고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과 마음이 아리고 욱신거렸다. 당연하다 여겼던 일상은 산산조각 나버렸고 끝없는 불안과 불신과 혐오와 폭력의 세력들이 턱을 치켜세우고 뻔뻔하게 나타났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신물이 올라오고 구역질이 났다. 어떤 하루는 너무 절망스러웠고 또 어떤 하루는 너무 공포스러웠으며 또 어떤 하루는 너무 무기력우리카지노추천. 또 어떤 하루는 그냥 포기해 버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힘겹게 버틸 수 있었던 건 내 가족과 친구,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연대의 마음이었다. 이상했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로 우리카지노추천는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 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괴물로 인해 우리카지노추천는 다시 한번 각성했다. 저마다 괴물에 맞서 지키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소중한 일상이 서로 다른 제각각의 불빛으로 빛났다. 그 빛이 나를 쓰러지지 않게 이끌었다. 우리카지노추천가 스스로 지킨 국회와 광화문, 남태령의 고개를 넘어 헌법재판소까지 빛으로 물들였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던 대한민국은 성실하게 우리카지노추천우리카지노추천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갈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다. 잘 사는 나라가 별 건가. 온 국민이 집으로 돌아가 식구와 둘러앉아 따뜻한 저녁밥을 함께 먹고 아늑한 침대에 몸을 누이며 다음 날 또다시 일어날 이유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삶을 지속하는 것. 그것이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의 일상이다.
그런데 또다시 179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79개의 우주가 무너져 내려 산산이 부서진 조각 조각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그 우주 안의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박힌 날, 우리카지노추천는 또다시 수많은 영혼이 떠나는모습을 실시간으로 반복해 지켜만 봐야 했다.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바다와 땅, 하늘에서 우리카지노추천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저 운이 좋아 그 시간, 그 장소에 없어 살아남은 우리카지노추천는 스스로 원망하고 분노하며 죄책감을 쌓아왔다.
탑승객 가족들이 공항으로 달려가는 사이 충격과 슬픔 속에서도 시민들은 ‘전남 무안공항 사고’라는 헤드라인을 건 언론사와 여러 유튜브 채널에 항의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고 바꿨다. 개념을 정의하는 올바른 표현을 선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우리카지노추천. 세월호도 이태원도 ‘사고’라 고집하던 정부였다. 이제 시민들은 정부 대신 스스로 프레임을 만든다.
참사가 알려진 지 얼마 안 돼 언론들은 사고 장면을 여과 없이 지속적으로 송출하며 자신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들에 대해 떠들며 멋대로 사고 원인을 단정해 보도하기 시작우리카지노추천.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역 비하, 유가족 조롱, 사고 조작설, 북한개입설 등 조직적 댓글 부대가 움직이기 시작우리카지노추천. 수많은 언론사와 유튜브 채널 중 단 한 곳, 오직 MBC만이 속보 방송을 유튜브로 내보내는 내내 실시간 댓글 기능을 차단우리카지노추천.
크게 다쳐 숨을 할딱이는 어린 사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들처럼 기자들은 인격을 버리고 유가족을 물어뜯는다. 대형 참사 보도에 대한 보도 가이드라인과 기자들의 취재 방식은 세월호 때도 크게 문제가 되었지만, 그때보다 조금도 나아지지 못우리카지노추천. 참대 못한 유족 대표가 끝내 마이크를 붙잡고 기자들에게 제발 부탁이니 유족들을 자극하지 말아 달라고, 하지도 않은 말 부풀려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유가족 사연 보도에 열을 올리는 클릭 장사꾼들은 개의치 않는다.
인격 없는 엘리트 고위 관료와 정치인, 공감과 연대의 경험과 사유, 철학, 신념이 없는 기회주의자들은 참사를 이용해 선동과 쇼를 벌인다. 아둔한 대중을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때다 싶어 나타난 내란수괴 윤석열이 또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사이코패스 스토커처럼 나타나 “국민과 함께하겠다”라고 협박우리카지노추천. 나는 겁에 질려 울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나마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의 절친 행안부 장관 이상민, 국무총리 한덕수의 목이 날아갔기에 국가 애도 기간 나랏밥 먹는 공무원들이 비로소 근조 리본을 제대로 달게 되었고, 무안공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제대로 놓이게 됐다. 우리카지노추천는 이태원 아스팔트에서 159개의 우주를 떠나보내며 알 수 없는 이유로 근조 리본을 거꾸로 달아야 했고 영정사진도, 위패도 없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채 추모해야 했다. 도대체 우리카지노추천는 얼마나 끔찍한 시간을 지나온 것인가.
ⓒ 연합뉴스
절망과 혼돈 속에서 나는 빛을 향하기로 한다. 어둠 속을 더듬어 찾은 손들을 꼭 붙잡고 부딪힌 어깨를 포개어 함께 울고 함께 절망하고 함께 부서지기로 한다.
신은 가장 아끼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시련을 주신다. 슬픔과 분노와 원망과 억울함을 꾹꾹 눌러 담으며 의연함과 인간의 품격을 보여준 희생자 유족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들림 받을 것이라 믿는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여전히 우리카지노추천 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춥고 긴 밤을 보내고 있을 유족과 희생자의 영혼이 부디, 부디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그 우리카지노추천서 한숨 돌리고 편히 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