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금 여유 있게 노래 들을 때가 아니다. 손이 차고 체한 것 같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시계를 보고 또 본다. 이 와중에 배는 또 고프고 난리다. 체한 것 같다며?
밥부터 먹어볼까.
양푼에 흰쌀밥, 살짝 데친 콩나물, 반숙계란프라이, 비빔면 비빔장 그리고 마지막 킥 시댁에서 직접 짜서 주신 들기름 넣고 팍팍 비벼본다. 향긋한 향이 올라온다. 이거지.
언제 먹어도 실패 없는 조합이다.
먹고 치우려고 일어나다가 이쯤이면? 하고 핸드폰을 확인한다. 점심때쯤? 오후 4시쯤? 소식을 접했다는 분들이 있어가지고. 어! 2분 전에 메시지가 왔다. 혹시?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슬롯 꽁 머니 스토리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눈앞에 펼쳐졌다. 또 나에게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단다. 네네! 그럼요. 기대하세요! 야호!!
남편에게 제일 먼저 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바로 온 답장 슬롯 꽁 머니;축하해. 이제 글 써서 돈 버는 거야?슬롯 꽁 머니; 이 양반이 김칫국 제대로 마시는 소리를 하지만 허허 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래. 마셔라! 마셔.
슬롯 꽁 머니는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으로(여기 들어와 읽는 독자들은 다 알겠지만) 작가 신청을 통해 에디터팀의 승인 심사에 합격해야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값진 소식일 수밖에 없다.
무더위기세가끝나지 않을 것 같던2개월 전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선생님은 슬초슬롯 꽁 머니3기에신청하세요라는 공지를 알렸다.
읽고, 쓰기에 진심인 이분은 3년째 엄마들의 글쓰기를 이끌어 주고 있다. 따라만 오면 된다는 말에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내년에는 다른 계획이 있어 슬초슬롯 꽁 머니 모임을 하지 않는다 하니 왠지 붙잡고 싶고, 뭐에 홀렸는지 신청을 하고 말았다.
이제와 보니 과제와 강의는 15만 원이 넘는 수강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150명이 넘는 동기들과 함께 해온 5주간의 시간들은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글 잘 쓰는 엄마들이 이렇게 많았다고? 또 서로에게 칭찬과 격려. 정보제공까지 아낌없이 주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위로와 도전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전업주부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덕분에 늘 잠자던내 핸드폰은 몇백 개씩오는 카톡메시지를 받느라 바빴다.(물론 알림을 꺼두었지만)
동기들의 슬롯 꽁 머니 소식에 초조한 마음 감출 길이 없었고, 또 갑자기 직장에 들어가게 되면서 오랜만에 일을 하려니 떨리고긴장 되는 마음이 뒤섞인 10월, 11월, 12월이 지나고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했던가. 슬롯 꽁 머니만 하면 당장은 소원이 없겠다 했는데, 직장 생활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읽고 쓰기는 잠시 내려 두었다. 그 시간이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읽기와 쓰기가 해야할 일 리스트에는 늘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고, 아이들 챙기고 잠자는 게더 중요한 일이 되었다.
자판을 두드리며 시간을 되돌려본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던 10월의 어느 멋졌던 그날을..
다시 읽고 써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맞는 거니까.그래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다.연아킴의 명언을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