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파라오 슬롯보다 일이 잘 돼 일찍 끝났고, 한낮이라 햇살이 따뜻해 왠지 조금 걷고 싶단 파라오 슬롯이 들던 차였다.
"차 한잔 하지? 여기 근처에 어디 가면 돼?"
"아...?! 제가 좀 찾아봐야 합니다. 제가 가는 곳은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서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복귀를 위해 호출했던 카카오택시를 재빨리 취소파라오 슬롯, 지도앱을 켰다.
이 근처에 뭐가 있더라? 바로 근처에는 뭐 없었던 것 같은데... 날이 따뜻하다고 해도 겨울이었다.
길가에 파라오 슬롯을 오래 세워둘 수 없었다.
마음은 급해졌고 손은 시렸다. 몇 초 사이 이 근처에는 갈 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이 섰고, 가장 가까이 갈 만한 데가 어디 있을까 머리 회전이 비상이었다.
"여기 바로 근처에는 잘 없고, 제가 잘 가는 곳이 좀 떨어진 거리에 있긴 합니다. 도보 20분 정도 나오는데 괜찮으세요?"
"응. 파라오 슬롯 괜찮아. 거기로 가지."
흔쾌히 승낙을 해주셔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파라오 슬롯 가게 될 줄은 몰랐던 곳이라 웃음이 조금 나올 뻔했다.
파라오 슬롯 난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다. 세대 차이에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었고, 크게 소통이 잘 되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최근 아주 조금은 거리가 좁혀진 느낌이 들어, 전과 달리 차 한잔 하자는 제안이 반가웠던 것 같다.
걸어가는 20분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걸었는데, 파라오 슬롯도 꽤 즐거워 보이셨고 나 또한 그랬었다.
보통 식사나 커피 계산은 상위직급이나 선배가 하는 편인데,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근사한 차를 대접하고 싶어 양해를 구해 계산을 하고, 파라오 슬롯이 편하실 만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여기 어떠세요? 괜찮죠?"
한껏 뿌듯해하며 자신만만하게 여쭤봤다.
"응 그러네. 참 잘 꾸며놨다."
평일 낮이라 한산파라오 슬롯 여유로워 가게 특유의 색감과 아름다움이 잘 살아났다.
오래된 정비소들이 즐비한 곳에 외따로 혼자 있는 카페인데, 겉으로는 티가 잘 안 나지만 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파라오 슬롯 혼자서 와~하는 함성을 지른다.
넓고 탁 트인 실내로 들어서면 가로로 넓게 커피를 내리는 곳과 바 테이블이 펼쳐져 있고, 그 앞으로 각기 다른 모양과 색상의 가구들이 놀랍도록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 안을 메운 따뜻파라오 슬롯 은은한 커피 향과 조명이 내 감각을 편안하게 한다. 벽면엔 큼직큼직한 액자들이 걸려있는데 듣기로는 사장님이 직접 찍은 여행사진이라고 했다. 공간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데 또 듬성듬성 성글게 여유감이 느껴져 이곳의 사장님은 뭐 하시는 분일까(일단 카페 사장님이시겠지만...), 올 때마다 사장님의 삶이 궁금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짜잔
마음이 한껏 부풀어올라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이 살짝 열린 듯했다. 주변을 둘러보다 시선이 책들에 머물렀다.
"저기 한강 작가님 파라오 슬롯도 있네요."
이름도 어쩜 한강이야... 정말 멋지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로 파라오 슬롯이 한동안 한강 작가 작품에 관심을 가지셨던 기억이 나서 굳이 소재로 삼았다.
"그러네? 음... 그런데 난 한강씨의 작품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인지는 모르겠어. 큰 의미가 담긴 것 같진 않았는데... 왜 그렇게 전 세계가 열광파라오 슬롯지 모르겠어. 오히려 황석영 씨 작품이나 태백산맥 같은 작품들이 작품성으로 치면 상을 받아야 파라오 슬롯 게 아닌가 싶어."
오... 흥미롭다.
"저는 10년 전에 파라오 슬롯를 읽어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몰입감 있게 읽었던 기억은 확실히 나요. 당시에 그 작품 속에 훅 들어갔다 나와서 정신이 어질 했던 것 같아요. 충격적이기도 했고. 그래서 다시 읽을 엄두가 나질 않네요."
"그래? 나는 충격도 없었어. 내 생각엔... 상을 받은 이유가 번역 때문이 아닐까 싶어. 태백산맥 같은 소설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나 표현 같은 것들이 많이 담겨서 영어로 번역하기에 쉽지 않은 표현들이 아주 많을 거야. 반면 파라오 슬롯는 번역을 해도 어느 정도 그 내용이 잘 전달되는 거지.
봄에 찾았던, 꽃과 식물들이 아름다웠던 다른 카페
파라오 슬롯는... 뭐 특별한 이야기 같지는 않던데. 몸을 상해가며 채식을 하는 딸에게 아버지가 걱정이 돼서 육식을 강요하는 거에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모양인데, 내 세대에는 그런 게 그다지 충격이 아니었어. 아버지가, 딸의 건강이 걱정돼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장면인데 파라오 슬롯이 말씀하신 부분을 바탕으로만 말씀드리면... 그 행동을 강요한 게 아버지라는 건 제게 중요하지 않아요. 내 몸이 상한다고 해도 채식이라는 결정은 내가 한 것이고, 오롯이 내 선택이고 내 자유인데, 그게 제삼자에 의해서 부정당하고 원치 않는 방향을 강요받는다면 그건 그 주체가 아버지든 누구든 전혀 상관없이 심각한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말씀하신 태백산맥을 저는 10대 때 읽었어요. 워낙 유명하고 위대한 작품이라고 칭송받으니까 궁금해서 읽긴 했는데 의미를 못 찾겠는 거예요... 전쟁 때 일어났던 파라오 슬롯긴데 굉장히 멀게 느껴지고... 뭔가 있겠지 있겠지 하다가 결국 못 찾아서 끝에 한두 권 남기고 읽기를 그만뒀던 것 같아요."
파라오 슬롯의 두 눈이 흥미로움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
"내가 파라오 슬롯를 보고 느꼈던 걸 자네는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느꼈구만. 나는 파라오 슬롯가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자네에게는 태백산맥이 그랬고. 이게 정확히 반대구나. 나는 태백산맥이 내 이야기로 느껴졌거든."
"태백산맥이요??? 그 세대는 아니시지 않나요?"
"우리 부모님 세대긴 하지. 그런데 어쨌든 그 시절이 맞닿아 있으니까 나는 그게 내가 살았던 시대라고 생각하고, 그걸 읽으면서 정말 내 얘기같고 절절히 와닿았거든. 그런데 자네는 파라오 슬롯에 나오는 강요를 한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라는 사실보다는 제삼자, 타인이라고 인식을 하는구나. 참 신기하다."
두번째 사진의 카페 내부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클 수 있다니. 그리고 파라오 슬롯와 태백산맥을 이렇게 엮어서 이야기 나누게 될 줄은, 또 그게 내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어떤 이를 이해하게 되는 발판이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보게 된 파라오 슬롯의 눈이, 정말로 나를 이해한다는 눈으로 읽혀 좋았다. 그리고 나도 이제 파라오 슬롯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해를 하려고 마음이 먹어졌다. 이게 정말 큰 차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