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리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는 아니다만 우리집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외국(?)슬롯 꽁 머니 혹은 refresh될만한 아기자기 슬롯 꽁 머니는 많지 않다. 좀 있어도 이미 다 가봤고...
그냥 anywhere not here의 마인드로 잠시 훌쩍 떠나려 한다.
2014년 처음 네덜란드에 갔을 때는, 암스테르담이 이렇게 하루 휙 다녀올 수 있는 슬롯 꽁 머니가 될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닥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이 슬롯 꽁 머니에 딱 두어번 갔는데도 딱히 더 가고싶다는 생각이 안든다. 오히려 소슬롯 꽁 머니들이 매력적...
이렇게나 유명 관광지인데도 이런걸 보면,
서울은 정말 축복받은 슬롯 꽁 머니인것 같다.
서울에 사는 내내 재밌고 행복했다.
일 자체야 밥벌이의 특성상 즐거울수만은 없었지만, 노동의 대가로 누리는 여흥과 취미생활을 누리기에 서울만한 곳은 없을거다.
똑같은 장소를 가도 매 계절 콘셉트가 바뀌니 지루할 틈이 없었고, 철마다 다른 공연과 영화, 영화관이 유럽에 비하면 럭셔리 그 자체에 깨끗하고, 친절하고, 내 모국어 쓸수있고, 식도락의 천국.
작은 면적에 모든게 모여있어 어딜 가든 1슬롯 꽁 머니 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나 다채롭고 복닥한 재미를 지하철과 버스로만도, 하루만에, 혹은 반나절만에도 누릴 수 있으며, 심심함과 가장 거리가 먼 도시가 아닐까 싶다.
뭐 하나 먹으려면 맛도 없어 인테리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서비스도 그닥이며 팁도 줘야하고 계산하려고 30분도 기다리고 음식 나오는데 오래걸려 한번의 외식이 최소 1시간 30분이 걸리는 유럽에서는 밥 찾아먹는게 일이고 슬롯 꽁 머니 엄청 잡아먹는 일이다. 가격은 또 어떻고.
주중에 바빴어도 동생과 주말 오전 남대문 시장 기면 주문 1분 만에 세상 근사한 칼국수가 나와 엄청 맛있게 먹고, 먹는내내 기분이 좋으니 웃으며 수다에, 나와서 따순 배 두드리며 그릇 시장, 꽃시장 구경하고 을지로에 이이쁜 까페 가서 수다하면 그 반나절의 슬롯 꽁 머니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렇게 한번 놀고 오면 또 금방 피곤해 집에와서 딩굴대다, 저녁에 또 심심하면 근처 몰에서 영화한편 때리고, 몰 구경도 하고..
30분이면 기분이 좋아질 장소와 활동이 서울에는 차고 넘쳤다.
외식에서 음식은 나의 외출과 좋은 사람과의 슬롯 꽁 머니 방해하지 않고 채워주는 배경이었다. 한번도 거슬린적이 없고, 그저 우리의 즐거운 슬롯 꽁 머니 채워주는 오마쥬.
그런데 독일의 외식은 다르다. 가격 서비스 소요슬롯 꽁 머니 분위기 퀄리티 모든게 한국인의 높은 스탠다드에 '거슬'린다.
유럽 전역으로 놓고 보면 정말아름답고 갈만한 곳이 많다만, 거주하는 입장에서는 이런곳들은 주말 오전 잠시 환기하러 갈수 있는곳이아니다.유럽 살아도 맘먹고 여행계획 짜서 가야하는 곳이다.그래서 일상은 무던히도 심심하다.
이나라 사람들의 취미가 범죄소설 추리소설 읽기이고 서점에 가면 각종 추리범죄물이 엄청 큰섹션을 자랑하는 것만 봐도 여기가 참 재미없는 나라라는 반증이 아닐지.
물론 오만 경조사, 챙겨야할 사람들, 의미없는 약속들, 길고 긴 출퇴근슬롯 꽁 머니, 육아전쟁(상대적으로)이 없다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이제는 나도 유전적이든 환경적이든 음주가무를 즐기는 한국인인 걸 인정해야할 것 같다. 내 안에도 한국인 특유의 흥이 있다. 수다떨고 맛난거 먹고 좋은거 보고 이런거 매일 해야되는 ... 그런 1-2슬롯 꽁 머니이 엄청 에너지를 준다는거. 길 필요도 없다.
그게 잘 안되는, 특히 엄마로선 안되는 여건이다보니 한번씩 역이민을 꿈꾸지만, 내가 이미 이곳에 온지도 근 10년이 되가는 마당에, 다시 돌아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아이는 괜찮을까 오만 생각에 쉽지가 않다. 외국와서 살다보면 행동반경과 일상의 범위는 훨씬 더 좁아지다 보니 오히려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 그런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