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나오기 전부터 보고 싶었던 사설 바카라이다. 조정석 님은 연기를 왜 이렇게 잘하는 건지. 이 사설 바카라도 소름 끼치게 잘했다. 다른 누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번에도 사설 바카라를 두 번 보았다. 처음에는 혼자, 다음에 남편과 갔다. 남편이 지금까지 본 코믹 사설 바카라 중 가장 통쾌하게 웃은 것 같다. 혼자 볼 때 숨죽여 웃었다면 두 번째는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웃기는 부분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옷을 뒤적이는 장면이다. 한 신사분이 나올 때 가만히 있다가 나간 후에 다시 움직이는데 음악이 같이 멈췄다 나와 절묘했다. 자꾸 생각이 나서 나와서도 계속 웃었다.
이렇게 한 장면이 떠올라 계속 웃게 되는 사설 바카라는 <거북이 달린다였다. 조필성 형사(김윤석)의 아내(견미리)가 하던 양말 부업 장면들과 이어지는 마지막 부분의 형사가 돈가방을 발견하고는 “가방마다 양말이... ” 하던 장면이다. 대놓고 웃기는 이런 사설 바카라를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게 아직 순수함이 남았다는 뜻일까, 철이 없다는 것일까?
여성 감독의 사설 바카라라 그런지 요즘 여성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다. 말 한마디 잘못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도 하는 세태를 잘 그려두었다. 웃음 가운데 가장으로서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하고, 철없던 아빠가 고난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에 감동도 있었다. 엄마 역할의 생활연기와 두 여성(동생, 동료)의 활약도 대단했다. 여자로 살아보니 힘들다는 조정석 님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사설 바카라를 보다 보니 파일럿이 너무 멋지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파일럿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