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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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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트 가문의 온라인바카라.

첫사랑이 솔베이그를 떠나 모험을 즐기며

여러 곳을 여행했고 많은 여인을 만났다.

백발이 되어다시 솔베이그에게 돌아온 온라인바카라.

페르는 그의 온라인바카라 위에서 잠들었다. 영원히.


초등학생 막내가 학교에서 이 지문을 보고,

마지막 문장 '그의 온라인바카라'이 누구인지 질문을 받았다.


1번 솔베이그의 온라인바카라

2번 페르의 온라인바카라


답이 무엇일까,라고 묻는 막내에게

솔베이그의 온라인바카라이겠지라고 했다.


그런데 많은 급우들이 2번 페르의 온라인바카라이라고 답했단다.

그 이유는 바로

문장에서 '그'의 온라인바카라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그'를 남자를 지칭하는 대명사이기에

여자인 솔베이그가 아닌 남자인 온라인바카라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겠지만, 페르가 자신의 온라인바카라 위에서 잠들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럼 번역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he'와 'she'처럼 성별을 구별하지 않았다. '그이', '그네', '그애' 정도가 쓰였다. 굳이 연혁을 찾자면 일본 메이지 시대에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영어의 3인칭 대명사를 번역하면서 생겼고, 한국 근대 소설에도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후 언문일치가 되면서 일상에서도 쓰였다. 이에 이오덕 선생은 "왜 하필 여자를 가리킬 때만 '그녀'라고 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남자를 가리킬 때면 '그남'이라고 해야 되지요. 남녀 없이 '그'로 쓰면 됩니다."라고 했다.


'그'와 '그녀'를 구분하고, 유래를 따지지 않더라도

문장을 해석함에 맥락(상황, context)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비단 막내와 그의 급우들에게 전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문언적 해석과 맥락적 사고에 대해 배웠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나는 오늘도 회사에서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말과 말이 꼬리를 무는 무한 루프에 빠진 회의를 하지 않았던가.


'그'도 '그녀'도 이런 공허한 일들이...

그의 온라인바카라 위에서 영원히 잠들기를...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 않을까.


#일상 #글쓰기 #그와그녀 #맥락없는사고는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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