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가만히 떠올리면, 12년 전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시 찾아온 것 같다.
슬롯 꽁 머니 특별하거나 거창한 취미는 아니다. 나는 단지 달린다.
슬롯 꽁 머니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 작년에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며 제주도로 여행도 다녀온 부장님이 있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였지만, 여의도 한 복판에서 우연히 그와 다시 마주쳤다. 별다른 뜻 없이 “시간 되시면 슬롯 꽁 머니 한번 하실래요?”라고 건넨 제안으로 달기기가 시작 되었다.
그날 이후, 매주 토요일 새벽 우리는 함께 슬롯 꽁 머니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몸을 풀겠다는 생각으로 2~3km 정도만 가볍게 뛰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운동으로 단련된 부장님은 내겐 멀게 느껴지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의 기준은 처음부터 8km였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슬롯 꽁 머니는 점점 길어졌다. 이제는 여의도공원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아파트라 불리는 원베일리를 찍고 돌아오는 12km 코스를 뛴다. 부장님은 올해 상반기에 20km를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의 도전이 나에게도 작은 용기를 심어준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슬롯 꽁 머니을 따라 달릴 때면, 매번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처음 2~3km는 늘 힘겹다. 온몸이 무겁고 숨은 가빠진다.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이 한 걸음만 더 내디디고 멈추자.” 스스로 끊임없이 타협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5km 지점에 다다른다. 그때쯤이면 머릿속은 신기할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처음에는 그 순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다만 고요함이 밀려드는 그때 내 안에서 전환점을 만들어낸다.
반환점을 돌아올 때쯤,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세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슬롯 꽁 머니 위로는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물결 위로 반짝이는 서울은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매번 마주하는 풍경이건만, 그 아름다움에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그토록 포기하고 싶었는데, 세상이 밝아지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지,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는지를 깨닫는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두 팔을 활짝 벌려 바람과 공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 순간 “행복은 이미 내 주변에 있구나”라는 사실이 다시금 마음을 적신다.
슬롯 꽁 머니는 글쓰기와 닮아 있다. 고통과 반복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