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운전은 그만할래, 집에 슬롯 머신 게임 거야.”
슬롯 머신 게임 ‘그래비티’(2013)가 발화하는 삶의 의지
“이제 운전은 그만할래, 집에 슬롯 머신 게임 거야.”(No more just driving, let’s go home.)
[슬롯 머신 게임 <그래비티(Gravity, 2013), 알폰소 쿠아론]
코스모스(Cosmos)라고도 하고유니버스(Universe)라고도 하고스페이스(Space)라고도 하는 ‘슬롯 머신 게임’에 관해서라면 무엇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지. 지구 바깥에서 보는 지구는 얼마나 경이로운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떠올린다. 산소도 중력도 없는 곳에 홀로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혹은 수십 억 인류가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로 가까운 이 작은 행성이 실로 작은 곳이어서 태양계 아니 우리 은하를 두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하찮게 느껴질 정도인가 하는 생각. 스페이스X나 블루 오리진 같은 기업들이 몇 년도까지 인간을 화성에 데려가겠다는 등의 발표들을 하고 실제로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로켓의 발사체를 무사히 회수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근래, 슬롯 머신 게임는 별도 제대로 보기 힘든 요즘의 밤하늘처럼 단지 까맣기만 한 공간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그래비티(2013)는 희한한 슬롯 머신 게임 같기도 하다.한 사람이 얼마나 작고 힘 없는 존재인지를, 그리고 그 한 사람의 의지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일 수 있는지를 동시에 생각하는 체험을 선사한다. <인터스텔라(2014)도 있고 <마션(2015)도 있고 좀 더 최근에는 <퍼스트맨(2018)이나 <애드 아스트라(2019)처럼 슬롯 머신 게임가 소재이거나 배경이 되는 영화들이 몇 편 더 있는데, <그래비티는 이러한 영화들과는 구분된다.
산드라 블록이 연기한 슬롯 머신 게임 스톤’ 박사는 훈련만 해보았지 실제 우주에는 처음 와본 사람이다. 우주선 밖에 직접 나와 통신 장비를 점검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곁에는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맷 코왈스키’가 있다. 풍부한 우주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번이 마지막 비행인 그는 최장시간 우주 유영 기록을 깨겠다며 한가로운 음악을 틀어놓은 채 각종 수다를 담당한다. 이미 몇 번을 반복해 꺼낸 이야기라 휴스턴 관제실에서도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수다의 내용은 다 알고 있다.
지구에서 우주선을 타고 출발하는 모습도 주인공(들)이 담당하고 있는 임무에 대한 브리핑도 없이 곧장 지구 밖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구름 같은 것들이 느리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듯한 그 풍경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우주비행사들과 관제실 사이의 몇 차례 교신이 오가기도 하고 일단은 평화롭게 보이는 상황. 영화 시작 후 10분이 채 되지 않아 관제실에서는 다급한 목소리를 통해 러시아가 자신의 인공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던 중 사고가 생겨 그 잔해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으니 임무를 중단하라는 말을 전해온다. 그러나 그 파편들이 날아오는 속도는 시속 3만 킬로미터가 넘어서 대피할 겨를도 없이 슬롯 머신 게임과 ‘맷’이 타고 온 STS-157 우주선은 물론 국제우주정거장에까지 ‘우주쓰레기’가 된 위성 잔해들이 들이닥친다.
‘지구 600km 상공, 기온은 125도와 영하 100도를 오르내린다.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도 없고 기압도 없으며 산소도 없다. 슬롯 머신 게임에서 생명체의 생존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