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 그만 멈출 수 있도록
넷플릭스 영화 '밤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영혼은'(2017) 리뷰
아침이 밝기 전에 겨울 노래를 다 익혀야 해요.
도돌이표 사이 반복해 흐르던 불면의 밤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 그만 멈출 수 있도록.
길상호, '겨울의 노래',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죄는 야옹』
늦은 밤, 누군가의 집 앞에서 서성이는 한 여자. 들어갈까 말까, 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서기를 반복. 결국 문을 두드린다. 어떤 남자의 집이다. 이웃에 살지만 데면데면하고 서로 잘 알지는 못하는 사이인 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집 안을 흘끗거리는 여자를 보고 남자는 어색하게 집 안으로 안내한다. 뜸을 들이며 머뭇거리던 여자가 본론을 꺼낸다.
“괜찮으시면 언제 제 집에 오셔서 같이 주무실래요?
섹스를 하자는 게 아니에요.
그냥, 침대에 함께 누워서 잠들 때까지 얘기하면서 밤을 보내자는 거죠.
밤은 정말 끔찍하지 않아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생각해보겠다고 한 남자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여자의 집에 전화를 건다.“어제 이야기한 것 말인데, 좋아요.”, “언제가 좋을까요?”, “내일 밤?”2014년 작고한 켄트 하루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슬롯 머신 프로그램<밤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영혼은(2017)은 위와 같이 시작된다. ‘애디’(제인 폰다)는 남편과,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는 아내와 각각 사별한 뒤다. 두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70대고, 혼자 살고 있다. 이를테면 동네 커피숍에서 또래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정원을 손질하는 등 소일하며 살던 두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서로가 수십 년을 이웃하며 한 동네에 살았다는 것에 놀라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밤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영혼은은 흔하게 떠올릴 법한, 황혼의 로맨스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혼자라는 삶에서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없는, 누구나의 보편적인 외로움에 대한 영화에 가깝다. 타인과 함께 있지 않아서 찾아오는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의 적막을 견디기 어려울 때 생기는 외로움. 처음에 ‘루이스’는 동네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여 ‘애디’의 집 뒷문으로 출입하지만 ‘애디’는 그가 앞문으로 들어오길 원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고독감은 누군가로부터가 아니라 바로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슬롯 머신 프로그램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애디’는 용기를 낸 것이다.비슷한 취향이나 세계관을 가진 타인과 나누는 대화가 일정 부분 해소해줄 수 있을 외로움을 인정하면서.
두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나란히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이렇게 좋을 자격이 내게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그가 말했다. 어머, 당신도 행복할 자격 있어요. 그렇게 안 믿어요? 지난 두어 달, 그리된 것 같아요. 이유는 뭔지 몰라도요.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여전히 회의적인 거죠? 모든 것은 변하니까요.
-켄트 하루프, 『밤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영혼은』, 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2016, 1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