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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핀 작은 꽃

파라오 슬롯, 알아 봐 줄 거지?


# 기억의 조각


초등학생이던 어느 5월, 아침부터 조퇴한 날이 있었다. 배가 많이 아팠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게 어려울 만큼. 내 키보다 약간 컸던 학교 담장을 붙잡고 집으로 가는 길. 담장엔 파라오 슬롯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아야!'

손을잘못뻗어0406찔렀다.장미처럼붉은피가 흘렀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햇살은 나를 비추고 파라오 슬롯이 만개했던 아름다웠던 날. 방긋한 날씨에 약이 올랐다. 배는 차갑고 아픈데 햇볕은 따스하고, 손에 파라오 슬롯은 활짝 웃는 듯 피어 있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걷는 길.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쪼르르 눈물이 흘렀다. 아파서 울었던 게 아니었다. 서러웠다.집에 가면또 혼자 일 테니까, 장미꽃처럼 활짝 웃어 줄 파라오 슬롯가 없을 테니까.

시간이 흘러. 지금도 5월에는 어김없이 장미꽃이 핀다. 산책을 하다 보게 된 어느 아파트 담장. 파라오 슬롯와 아이가 장미꽃을 보며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파라오 슬롯가 물었다.

"우리 철이 꽃은 어디 있을까?"

"이 꽃이야 파라오 슬롯."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되물었다.

"파라오 슬롯 꽃은 어디 있어?"

"여기 없어. 파라오 슬롯는 꽃이 잘 자라도록 도와줘야 하거든."

잠시 후 아이는 아장아장 걷더니 땅에 핀 작은 꽃을 가리키며 파라오 슬롯에게 물었다.

"파라오 슬롯, 얘는 왜 혼자 피어 있어? 장미꽃은 사이좋게 같이 피는데 말이야."


'혼자'라는 말만 들으면 왜 이렇게 먹먹해지는 걸까. 장미와 멀리 떨어져서 땅에 핀 아주 자그마한 꽃. 이름 없이 홀로 핀 꽃이 나를 닮은 것 같았다. 꽃에게 마음속으로 한 마디 건넸다.

'씩씩하게 잘 자라서 다행이야'




# 비 오는 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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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어떤 꽃을 좋아해?

파라오 슬롯한테 들은 적도, 물어본 적도 없어서 궁금해.

아마 장미꽃은 파라오 슬롯도좋아할 것 같아.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


그런데 난 오랫동안 장미가 싫었어.

장미는 담장에 기대어서 피어나는데

나는 기댈있는파라오 슬롯의 울타리가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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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꽃은 핀다고 하는데

난 항상 의심이들었어.

'울타리 없는 나도 꽃이 필까?'하고 말이야.


다른사람들은 활짝 핀파라오 슬롯처럼

잘 사는 것처럼보여.

사랑하는사람과웃고떠들고,

맛난것도 먹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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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마음을 달래고 싶어서 길을 걸었는데

우연히파라오 슬롯과 떨어져 핀자그마한꽃을 봤어.

측은해 보이고, 이름도 없지만예쁜꽃.

꽃이 알려줬어.

'장미가아니라도 괜찮아. 중요한꽃을피우는 거야.'


난 요즘 홀로 꽃을 피우겠다는 마음으로살아.

땅에 핀작은 꽃의 눈으로 파라오 슬롯을 바라보고 있어.

조금 떨어져서 봤더니

이젠부러움이아니라사랑이 보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꽃이었다

03

담장이 되어주는 세상 모든파라오 슬롯들의 다정한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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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파라오 슬롯의 울타리는없지만피울 거야.

조금 힘들어도가능할거야.

내겐배가아파도,날카로운가시에 찔려도

홀로서는힘이 있거든.


파라오 슬롯. 하늘에서잘 지켜 봐줘.

내가 피우는05.착각하면안 돼.

난 파라오 슬롯이 아니라홀로작은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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