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이 피면 한 차례 인터넷 바카라, 복숭아꽃이 피면 한 차례 인터넷 바카라,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차례 인터넷 바카라, 서늘한 바람이 불어 서지(西池)에 연꽃이 피면 구경하기 위해 한 차례 인터넷 바카라, 국화꽃이 피어나면 한 차례 인터넷 바카라, 겨울에 큰 눈이 오면 한 차례 인터넷 바카라, 세밑에 화분의 매화가 피면 한 차례 모인다.
아들을 낳으면 한턱 내고 고을살이를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또 한턱내고 벼슬이 승진한 사람도 한턱 내고 아우와 아들 중 과거에 합격한 사람이 있어도 한턱내도록 한다" 라고 규약을 정했다.
<죽란시사첩 서 - 다산 정약용
윌라의 오디오북에서 <제철 행복이라는 책을 들었다. 무조건 예쁜 문장이 너무 번들거려 눈에는 잘 들어오지는 않는 와중에 빽빽 외치는 '나는 행복합니다' 류의 느리고 예쁜 책, 잘 꾸민 카페 같은 책과 잡지 너무 싫어하는데, 왠지 요즘엔 나 마음에 예쁜 정원 하나 흙 갈아서 만들어봐야겠다는 심산으로 잡은 책이다. 혹은 작은 토마토라도 열릴 텃밭 같은 느낌으로...
그중 단연코 내 귀에 콕 박힌 것은 정약용 선생의 '죽란시사'라는 모임의 약속 내용이었다. 나 같이 성질이 똑 떨어지는 것 좋아해서 시간과 날짜 딱딱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약속이지만... 인터넷 바카라 향기가 난다.
이 바쁘고 풍진 세상에서 "다음 주면 자목련이 활짝 피겠네? 인터넷 바카라자!" 혹은 "겹벚꽃이 이제 만발한단다. 모여라!" 하면서 좋은 술과 안주들을 정성껏 준비해서 인터넷 바카라는 것도 사람 사는 맛 아닌가 하고 잠시 상상해 봤다.
아마 다들 어린 시절, '첫눈 오면 어디에서 만나' 이런 인터넷 바카라들 해보셨을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한 대여섯 번은 첫눈 인터넷 바카라을 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인터넷 바카라 장소에 나가본 적도 없고, 연락을 하지도 못했다. 어려서는 첫눈이 오기 전에 인터넷 바카라을 한 이와 관계가 박살 나서 그렇기도 했지만 커서는 다 큰 어른이 '첫눈' 인터넷 바카라이 뭐야, 하는 쑥스러운 심정 때문이기도 했다.
아,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나는 12월 24일, 인터넷 바카라이브를 제일 좋아한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나중에 파파 할머니가 되어도 일 년 중에 제일 좋아하는 날은 바로 이 하루, 인터넷 바카라이브일 것이다. 11월 말부터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무슨 일이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인터넷 바카라 하면 캐롤이 울려 퍼지고, 인터넷 바카라트리 전구가 반짝반짝 빛나는 아래에서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 모두 즐겁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인터넷 바카라 와인을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하고...
야야, 이 상은 누가 치우냐, 누가 칠면조 만들랬냐, 뻑살 싫다고 했잖냐, 너 뻑살 싫다고 지랄할까 봐 그레이비 조혼나 많이 만들어 놨으니 팍팍 부어서 처먹어라, 한국인이 무슨 칠면조냐, 삼계탕이지, 그건 여름에 더워 뒤질 때 복날 되면 딸꼭딸꼭 먹던 거 아니냐, 됐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무슨 크리스마스냐,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가 태어나신 성탄절이다, 무슨 사오십 년 전, 교회에서 연탄난로 피우는 소리 하고 앉았냐, 니들 취했냐 좋은 날에, 오늘은 밖에 나가면 술집이고 노래방이고 다 두 배씩 쳐서 받는다, 그냥 집에서 짱깨 시켜 먹는 게 최고다, 언제 적 김대중 슨상님 적 이야기를 하고 앉았냐, 아니, 아까 칠면조 구웠대매, 왜 안 갖고 나오냐, 너 뻑살 싫대매, 아아, 입냄새 인터넷 바카라, 넌 발냄새 장난 아니다, 취해서 정신없이 자기 전에 이빨 닦고 와라, 졸리다... 잔다... 안녕... 이 북새통에 깜빡 자고 일어나면 12월 25일 해가 중천에 떠서 이미 몇 시간 뒤면 금세 26일이 올지라도...
꽃과 나무를 유난히 사랑했던 정약용 선생은 마당에 작약, 모란, 복숭아, 살구나무, 국화 등을 심어서 가꾸었는데 오며 가며 사람들이 꽃나무들을 치고 갈까 하여 대나무로 울타리를 치셨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죽란'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그리고, '죽란시사', 말 그대로 죽란에 모여 시를 쓰고 읊으면서 좋은 술과 음식을 즐기는 모임이 되었다. 다른 문헌에 보면 동갑내기 채이숙과 시사詩社를 결성하며 말하자면 파티원들의 연령을 위로 아홉 살, 아래로 아홉 살 차이를 두면 서로 어울릴 때 허리를 굽실굽실하며 절을 해야 하고 좌석도 따로 앉아야 할 판이니 그 모임은 이미 시끄러워진다며 위로 네 살, 아래로 네 살 정도로 끊는 것이 좋겠다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런 낭만적인 계절 인터넷 바카라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끄적여봤다. 오늘도 여름이 한창인데, 이 더위와 습기가 가시고 나면 밤중에 작정하고 살랑바람 불기 시작하는 날, 딱 하루가 있다. 그날 이후는 간혹 기습 더위가 찾아와서 반팔을 다시 꺼내 입어야 할지언정, 낮에 따가운 햇볕 공격을 받을지언정, 공기는 가을로 접어든다. 그날, 우리 인터넷 바카라을 잡기로 하자. 밤중에 부는 바람에 가을 냄새가 훅 끼칠 그날...
(각자 느끼는 가을 냄새가 달라서 다들 우왕좌왕 난리 날 듯)
아, 김신지의 에세이 <제철 행복은 절대 오디오북으로 읽을 책이 아니다. 필히 종이책을 사서 줄을 그으며 천천히 읽어볼 책이다. 얼마 전 오디오북 시도하다가 망한 명작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카 간스케의 <은수저였다. 나스메 소세키가 극찬한 일본 문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라는 그 책을 세상에 오디오북으로 읽겠다고 덤볐으니... 자꾸 돌려서 듣고, 돌려서 듣고 하다가 그냥 중도 포기했다. 책의 내용이 너무 좋은데, 이렇게 소리로 들으며 넘기고 싶지가 않았다. 눈으로 꼭꼭 눌러 읽고 싶었다. <제철 행복이 바로 그런 책이다. 잘 꾸민 카페 같은 책인 줄 알았지만, 다행히 내실이 잘 영근 늦겨울 배추처럼 꽉 차 있었다.
오늘 안경 맞췄다. 그동안 믿고 싶지는 않았는데, 세상에 이 안경의 이름이 바로 '돋보기안경'이란다. 나는 계속 '가까이 보는 안경'이라고 이름을 고집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