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비는 내리지, 메이저 바카라는 거실 침대에 누운채 텔레비전에만 눈을 두고 꼼짝을 하지 않지, 집안 전체가 축축 처지는 것만 같았다. 글도 못 쓰겠고 책도 안 읽히고 나갈 수도 없으니 더 갑갑하였다. 내게로 옮아오는 눅진한 정서와 분위기에 짓눌릴 것만 같아 짜증이 올라왔다.
전날 삼 남매가 어버이날 기념으로 모여 저녁 식사를 했는데 메이저 바카라는 웃지도 않았다.메이저 바카라는 얼굴이 쏙 빠진 채였다.자식들이 모이면 늘 웃는 낯이던 분이 웬일일까.
모두들 가고 나만 남았을 때 여쭈니, 지난주에 수염 깎다가 턱을 다친 뒤 식사를 못했다고 했다. "다리도 낫지 않고." 메이저 바카라가 우울해한정체는 바로 그것이었다. 차도가 없는 당신의 몸 상태. 하체 근력운동을 안 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메이저 바카라는 4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잘 못 쓰신다.)
지난주 매일 아침 메이저 바카라께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다쳤다는 말씀은 없었다. "별일 없어!"
잘 지낸다는 메이저 바카라 말씀을 무조건 믿고 싶었던 건 아닌지죄송스럽기도 했다.
작년 5월부터 우리 남매는 토, 일요일에메이저 바카라돌봄 당번을정했다.메이저 바카라하체 근육이 도무지 회복이 안 되니 나는 지난 3월부터근력운동을 가르쳐 드렸다. 하지만 내가 가고 나면 메이저 바카라 스스로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운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허벅지와 궁둥이 근육을 키우도록!
"아빠, 아빠나 저나근력운동만이 살길이에요.지난번에 가르쳐 드린 것 우리 같이 해 봐요."
영 하기 싫으신 메이저 바카라의 표정을 못 본 체하고유튜브영상의볼륨을 크게 틀었다. 동작 몇 개를 한 뒤 내가 없을 때도 메이저 바카라가 꾸준히할수 있게표를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
볼펜과 종이를 겨우 찾아냈다. 늘 공부하던 메이저 바카라에게 그런 문구용품이이젠 필요치 않다는 게 다시금 울적해지게 만들었지만,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두 가지 동작하시고, 퇴근해서(주간보호센터) 세 가지 동작하신 뒤 주무세요. 일주일 뒤에 인증숏 찍어 보내시면 제가 선물드릴게요."
메이저 바카라 머리맡에 놔 드린 메모지
2.
메이저 바카라가 집안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잘 걷지 못하시지만, 아무리 그래도 메이저 바카라를 움직이게 해야 한다.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집안일을 해 드리니 기운 없다는 이유로 당신 몸 씻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메이저 바카라가 스스로 자아효능감을 느끼실 수 있으려면 집안일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아빠, 저는 밥을 준비할 테니까아빠는 대걸레질 좀 해 주세요!" "비 와서 먼지도 없는데 뭐 하러?"
"운동 삼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시던방송 다 보신 뒤에 해 주세요."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는 메이저 바카라를 모른 척하고 부엌으로 가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샐러드를 준비하고 만둣국을 끓이고 있었는데 아빠가 대걸레질을 하며 다가왔다. 대걸레 자루에 의지한 메이저 바카라는 생각보다 잘 걸었다. 꼼꼼한 성격대로 구석구석 닦는 메이저 바카라의표정이 밝아보였다.
저녁을 먹은 뒤 근력 운동 한 가지를 더 하자고 했다.메이저 바카라는앙상한다리를이상한폼으로올리고내리는 동안,힘들다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에 힘이붙어있었다.
단 15분의하체운동을했는데그렇게달라진메이저 바카라를 보니 나도기분이 좋아졌다. 메이저 바카라께메모지를 건넸다.
"아빠가 직접 동그라미를 그리세요."
3.
안산 집으로 돌아오기 전 메이저 바카라께 10분 정도 인터뷰 영상을 찍자고 했다.
"집에나 가지, 찍긴 뭘 또 찍는다고 그래. 할 말도 없는데. 매일 통화하잖아."
"통화랑 다르죠. 전 아빠가 요즘 무슨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자아효능감(이 말이 요즘 너무 좋아서 자꾸 사용하고 있다)에 도움이 될 만한 긍정의 질문을 드렸다.
요즘 감사하다고 느낀 일이 있으셨어요? 무슨 일인지 들려주세요.
당신의몸이낫지않는다고울적해하는 메이저 바카라에게작은감사거리라도찾으라는 의미였다.
그런데메이저 바카라가뜻밖의 대답을하였다.
"내가 센터(주간보호센터)에서 신문 나눠 주는 일을 하거든. 그걸 사람들이 고맙다고 했어."
메이저 바카라가 감사하다고 느낀 일이 무엇인지여쭌것인데 남들이 메이저 바카라께 감사하다고한일을 말씀하다니. 센터에서 신문을 나눠주는 일은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지팡이에 의존해비칠거리는 걸음으로신문을 나눠줄메이저 바카라를 상상해 봤다.
그런 뒤같은질문을 바꿔 여쭈었다.메이저 바카라는 다른 듯비슷한 답을하였다.
"성당에 매주 누룽지 사탕을 가지고 가서 신부님, 수녀님들, 행정 보는 M님께 세 개씩 드리거든. 다들 감사하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어."
내 귀를 의심했다. 우리 메이저 바카라가 얼마나 영민한 분인데. 내 질문을 잘못 들은게 아닐 것이다. 그런데 두 번 다 그렇게 답했다는 것은?
당신이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싶으신 거구나.
일요일에 메이저 바카라를 쉬지 못하게 한 것같아 죄송한 감도 있지만, 너무 편하게 해 드리면 안 된다.메이저 바카라를 못 살게 굴어야 한다.다음번에 더 못살게 굴 방법을 상상해 보자.
메이저 바카라의 허벅지에 근육이 다시 붙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희망을 가져도 되는 것일지 의문이지만,가져 보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