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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한 작은 마을의 거리. 나는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인데 그날따라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어둠이 내려앉으려는 시간대, 아무도 없는 거리 위.
불과 한 달 전 같은 시간대와 너무 다른 느낌. 평소에도 북적댄다고 할 수는 없는 공간이었지만 해가 지면 고즈넉한 가로등이 길 위를 비추던 평화로운 길이었는데..
집 건너편 거리는 다운타운과 이어지면서 작은 식당과 펍들이 모여 있어서 집에 가는 저녁길이면 슬롯사이트이 모임을 가지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창문 너머 구경하기도 했다.
지금은 유령만이 돌아다닐 것 같은 공터와 같았다.
슬롯사이트이 말하듯 좀비라도 나올 것 같은 느낌.
너무나 적막한 이 길 위에 허망함만 느껴졌다.
‘나는 이 외국 땅에서 뭐 하는 거지..’
코로나 이후 모두가 급히 짐을 싸서 떠났다.
친하게 지내던 슬롯사이트은 인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각자의 도시로, 각자의 나라로 떠났다.
나는 바로 떠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어떻게 나온 유학길인데.. 아니 공항도 닫는다는 말도 있고 외국으로 출국 자체도 막고 있는데 갈 수나 있나. 슬롯사이트 머무른다면 비자는 어쩌고..’
내 미래도 아득하기만 했다. 하긴 동네 식당도 다 문을 닫고 마트도 닫았는데 당장 다음 주, 내일도 어떻게 지내야 할지가 걱정이지.
일단 부모님이 보내주신 우체국 택배 속 라면과 햇반, 캔으로 된 장조림만이 살 길이다. 미국 내에서 주문한 식료품보다 한국에서 보낸 택배가 더 빨리 오다니. 역시 한국은 빨리빨리인가. 피식 웃음도 났다.
그때 갑자기 도로 위를 지나가는 빨간색 차 한 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민 앳되어 보이는 남자가 나를 향해 슬롯사이트친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 걸까. 얼핏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도 들렸다.
코로나 기간 늘어났다는 인종차별과 무차별 폭행. Asian hate crime 기사가 많아졌다. 평소에도 이런 기사들로 한국인 친구들과 불안에 떨었더랬다.
슬롯사이트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지내왔는걸. 사실 거리 위에서 느닷없이 소리치는 사람을 본 것은, 그리고 나에게 소리친 적도 처음은 아니었다. 무시하고 지나가자.
슬롯사이트 차는 어느덧 방향을 꺾어 내 쪽으로 오는 것 같았고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잠깐이지만 머리 위까지 소름이 돋는 느낌.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쭉 달리기만 하면 집인데 마음이 철렁한다.
이게 무슨 짓인지.. 신이 난다는 듯 뭐라고 슬롯사이트치는 어려 보이는 곱슬머리 남자. 다 들리진 않지만 인종차별적인 단어들이 들렸다. 힐끗 보니 차 안이 가득 차도록 몇 명이나 탄 건지 모르겠다. 길 위에 나 밖에 없으니 나에게 하는 행동이 맞겠지.
‘이런 게 인종차별이지. 정말 나빴다..’
하지만 무서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도망치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몰려왔지만 대문 앞까지 계속 달렸다. “슬롯사이트!! 슬롯사이트!!” 내가 달리는 걸 보더니 웃어대며 더 큰 소리로 나에게 소리쳤다.
차는 금방 지나쳐 갔지만 낄낄대며 웃는 그 모습이 불쾌하게 머리를 맴돈다. 카드키를 찍고 대문을 들어왔다. 2층 집으로 올라가는 길.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아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 게 외국살이의 설움일까. 그냥 타향살이라고 꼭 이런 일이 있지는 않을 텐데 코로나 기간 불안해하던 슬롯사이트에게서 느껴지는 광기일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둠이 내려앉은 조용한 방 안, 램프 하나만 켜두고 한참을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아.. 뭐든지 쉽지 않구나. 그래도 다 지나가겠지.
슬롯사이트 슬퍼하자. 오늘만.
예전에 썼던 유학생활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