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날이었다. 남편과 공원 벤치에 걸터앉아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때. 어디선가 슬롯 사이트 두세 마리가 다가왔다. 혹시라도 내가 먹고 있는 샌드위치를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둠칫둠칫 호기심 어린 동작으로.
꼬질꼬질한 슬롯 사이트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걸어오는 모습이 이상했거든. '어머 쟤는 다리가 이상해.' 고개를 숙여 자세히 보니 슬롯 사이트 한쪽 발이 잘려 있었다. 남은 다리도 멀쩡하지 않았다. 발가락이 잘린 흔적. 발톱이 없는 상처투성이의 발.
그 슬롯 사이트는 절뚝거리면서도 부지런히 걸었다. 다른 슬롯 사이트보다 느리고 어설픈 움직임으로. 샌드위치 부스러기라도 먹겠다는 집념으로 슬롯 사이트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 작은 슬롯 사이트 몸짓 하나하나가 도시 밴쿠버에서 살아남으려는 치열한 생존 투쟁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는 부끄러워졌다. 내 눈앞에 한쪽 다리가 없는 슬롯 사이트를 보면서. 작은 슬롯 사이트는 상처투성이인 몸으로 삶을 이어가려고 애쓰고 있다. 문득 나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가끔 아니 꽤 자주 나는 모든 것을 쉽게 포기했었다. 예기치 못했던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칠 때 나는 원망을 하거나 가난을 탓했거든. '나만, 내가 재수가 없어서. 역시 나는 해도 안되나 봐. 나는 그랬었으니까.
삶은 모든 걸 소유하고 있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결핍 속에서도 버티고 나아가려는 의지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살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불평하긴 쉽다. 그 부족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는 건 쉽지 않지만 살아냄으로써 나는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