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로 슬롯 머신가는 00에게
슬롯 머신가 한 아파트에서 만나고
한 10여 년을 함께
공동육아처럼 슬롯 머신을 길렀지.
너는 쌍둥이에 막둥이.
나는 18개월 차이 나는 남매.
아기 띠를 하고 서서 밥을 먹고
차가운 날씨에도 유모차를 몰고
밤새 울어대는 슬롯 머신 때문에
퀭한 눈으로 만났어도
슬롯 머신는 참 행복했던 시간들을 보냈더라고.
어떻게 그 힘든 시간을 버텼을까? 생각해 보니
우리는 동갑에 같은 나이의 슬롯 머신를 키우며
같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서로를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었던 것 같아.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슬롯 머신만의 이야기로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해서
늘 깔깔거리며 웃고 즐거워했었어.
여행도 가고 생일도 챙겨주고
남편들에게 슬롯 머신를 맡기고 밤에 따로 만난 적도 있고.
다행히 힘든 기억만으로 10년을 채우지 않았더라.
다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낸 덕분인지...
애들도 건강하고고
언제 이렇게 컸나 싶게 시간은 빠르게도 흘렀네.
짧은 머리였다가 긴 생머리였다가
펌도 하고 다시 펴고 다시 자르고
10년 동안의 너의 머리 스타일이
오래된 영화 필름처럼 스쳐가네.
슬롯 머신는 함께였다가 또 따로였고
오랜만에 만나도 자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서로를 잘 알면서도 모른척해 주기도 하고.
슬롯 머신와 함께 우리도 함께 잘 성장한 것 같아.
제주도에서 버터 롤을 먹으면서
행복했던 감정도,
스타 키즈에서 생일파티를 하면서
생일 장식을 붙이며 웃음이 넘쳤던 것도
실내 놀이터 배달 음식에
입에 가득 짜장을 묻히며 맛있게 먹던 슬롯 머신.
네가 일하던 곳에 가서
키즈카페를 통째로 빌려 슬롯 머신끼리 신났던 날.
다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
서로 많이 다르게 자란 슬롯 머신의 진짜 성장은
슬롯 머신을 키우면서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슬롯 머신 모두가 함께였기에 더 의미 있고 진한 추억으로 남아있어.
00야, 저 멀리 타국으로 슬롯 머신는 네가 참 그리울 것 같다.
슬롯 머신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참으로 따뜻해서
더 그럴 것 같아.
애 셋을 키우면서도 의연했던 그 모습처럼
낯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낼 너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동안 함께 해 온 모든 순간들이 보석 같았어.
그렇게 아름답게 만들어주어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 그려갈 너와 네 가족의 스토리가 기대돼.
헤어짐을 슬퍼하지 않고 좋은 기회를 가진 너를 축하할게.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