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도 법을 피할 수는 없다"라는 말은 옳다. 하지만 그 말은 부모의 죄와 자식은 무관하다거나, 부모가 감옥에 가건말건 자식은 구경만 해야한다는 뜻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의 법 정신과 바카라 에볼루션의 생각이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부모의 죄 앞에서 자식은 결코 자유롭지도 않고 무관하지도 않다. 부모가 실정법을 어긴 죄인이라고 자식까지 실정법을 어겼다고 할 수는 물론 없다.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물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은 죄 지은 부모를 숨겨주어도 그 자식을 벌하지 않는다. 그 말은 죄 지은 부모를 숨겨주라는 뜻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사이, 천륜에 대해 법이 도달할 수 없는 한계성을 말하는 것이다. (동양의 사고방식은 부모자식의 사이와 부부의 사이는 다르다고 본다. 부모자식 사이는하늘이 맺어 준 천륜이고 부부 사이는 인간이 맺은 인륜이다. 천륜은 인륜보다 무겁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숨겨주는 것은 처벌하지 않지만 부부사이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형제 사이도 은닉죄의 처벌을 피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