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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꽁 머니를 열었다(1)

슬롯 꽁 머니는 철저히 혼자다

슬롯 꽁 머니침해가 처음이었나. 그건 아니었다. 처음은 2013년 첫 해였다. 학생에게 욕을 먹었다. 복도에서. "씨X년아, 알바야?" 실내에서 실내화를 신으라고 말했더니 돌아온 답이었다. 신규였고, 열정적이었기에 감히 가르치지 않는 학년의 학생인데 지적을 해서 그랬던 것일까. 당황스러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당시 학생들이 좀 유난스럽다고 말씀하시는 선배교사들이 있었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다. 목격한 바로는 보건 선생님도, 학생부 선생님도, 심지어는 교장 선생님도 학생에게 비슷한 욕을 들었기에.


그게 끝이었나. 역시나 아니었다. 같은 해, 가르치는 슬롯 꽁 머니에게 맞았다. 교무실에서. 심하게 맞은 것은 아니었다. 나보다 키가 한뼘은 더 큰 남슬롯 꽁 머니게 맞은 거긴 했지만. 수업 방해를 하여 지도하려고 교무실에 데려왔는데 뛰쳐나가려길래 손목을 잡자 내 정강이를 발로 찼다. 마침 그날 선도위원회에 회부(수업방해가 심했기 때문이며, 교사를 발로 찬 것 때문은 아니었다)되었던 그 슬롯 꽁 머니의 부모님이 교무실에 들렀을 때 이 사실을 말씀드리자, "어머, 미안해요."라고 하였다. 음, 마치 길 가다 누군가 실수로 발을 밟았을 때 하는 말 같았달까. 나는 어린 사회초년생이고 그분은 늦둥이 자식을 키우는 60대 어른이라 그랬던 걸까.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를 자식이 때려, 그에 대해 자기 자식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돌아보면, 나를 매다 꽂지도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았고, 감히 교사가 슬롯 꽁 머니의 손목을 잡았는데도 아동학대로 고소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미안하다고 말해주기까지 했으니 다행으로 여겼어야 했나 싶다.






나만 당했나. 아니었다. 당시 같은 교무실에 근무하던 기간제 선생님은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유는, 그 선생님이 슬롯 꽁 머니을 때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머리를, 게다가 도구를 이용하여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들고 있던 보드마카로 꿀밤을 주려는 것을 슬롯 꽁 머니이 팔로 막아내다가 팔을 맞아 긁혔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때리려고 한 것은 잘못이고, 의도했든 안 했든 슬롯 꽁 머니이 다쳤으니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행동을 했던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슬롯 꽁 머니이 선생님에게 수업시간에 성적인 말로 희롱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인 것도 아니었다. 반복되는 수업 방해와 희롱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슬롯 꽁 머니을 아마도 어느 정도는 욱 하는 마음에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 학생의 부모님은 당연히 속상하고 화났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어떤 잘못을 했든 결과적으로 아이가 다쳤으니까. 그 상처의 정도와 무관하게 그랬을 거다. 심정은 이해가 가나 대처방법은... 그 부모님은 진단서를 끊었고, 당장 계약해지를 하지 않으면 학생을 폭행한 것에 대해 자신이 아는 사회부 기자에게 연락하여 기사화한다고 했다. 그 선생님은 교장실로 몇 번이나 불려 갔고, 불려간 횟수보다 다 많이 전화를 받았다. 그 수를 합친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를 했으나 결국 계약해지를 당했다. 그 반의 담임은 교체되었고, 학생들은 담임을 교체할 수 있다는 걸 학습했다. 학생들은 복도에 'n반 선생님 바꿔주세요.'라고 낙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지도하며 무력감을 느꼈다. 학교는 교사를 슬롯 꽁 머니하지 않는다는 걸 학습했어야 했다.






학습이 덜 됐던 나는 안 가르치는 슬롯 꽁 머니들은 좀 조심하고, 가르치는 슬롯 꽁 머니들에게는 노력하고 잘하면,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순수했고 열정이 있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슬롯 꽁 머니들과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간식을 먹고, 각종 게임을 했다. 심지어 방학 때 만나서 타 지역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체험을 하러 다녔다. 선배교사들은 신규니까 할 수 있는 거라며 격려해 주셨는데 그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쳤지 싶다.



왜냐면, 무슨 일이 일어나면 교사는 철저히 혼자가 된다는 걸 슬롯 꽁 머니도 열어보고 갑질신고도 해보며 이제는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누칼협(누가 칼로 협박했어?)'이라고 하던데 그건 학교 안에서도 그런 것 같다. 욕먹었을 때, 맞았을 때, 관련내용을 문서화해서 관리자에게 제출했지만 어떠한 도움을 받지도 못했고 학생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가르치지 않는 학년의 학생을 왜 지도하냐'는 말, '그럴 수도 있지, 요즘 애들이 그래'라는 말을 들었다. '누칼협'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 그냥 내 불찰인 줄로 알고,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며, 실제로 그 당시에는 슬롯 꽁 머니 같은 게 없기도 했다. 그냥 혼자 감당해야했다.


제도가 생긴 지금은 그럼 혼자가 아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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