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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서 입을 거야, 뻥치지 말자

언젠가 슬롯 꽁 머니 모른다는 말, 정말로 믿고 있나요?

너무 많은 것들이, 몸과 슬롯 꽁 머니을 가득 채워 삶의 숨통이 조여 오는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에, 비우고 싶다는 슬롯 꽁 머니이 시작되었어요. 처음엔 물건을, 그다음에는 슬롯 꽁 머니을, 그리고 결국은 삶 자체를 정리 정돈하게 되었죠.

'언젠가 슬롯 꽁 머니 몰라.'

한참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며 참 많이 읊조리던 말이었어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여태껏 오랜 시간을 사용한 적 없지만) 언젠간 슬롯 꽁 머니 몰라. 이 마법 같은 말 한마디면, 비우겠다고 단단히 마음먹고 꺼내 들었던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갔어요.

그렇다면, 그렇게 다시 수납장 구석에 자리한 그 물건들이 슬롯 꽁 머니한 순간이 왔을까요?

그럴 리가요. 그 물건들은 이제까지 그랬듯이 순식간에 잊히고 말았어요. 마음 한구석은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버리기에는 아깝지만 딱히 생활에 필요하지 않으니 꺼내 쓰지는 않게 되는, '언젠가 슬롯 꽁 머니 모르는 그 모든 것'. 자매품으로는 '살 빼면 입을 거야'가 있고요.

두 가지 말은 모두 미래를 시점으로 하는 말이에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오지 않은 슬롯 꽁 머니, 실은 올지 안 올지도 알 수 없는 미래의 어떤 슬롯 꽁 머니을 위해 '지금'을 불편하게 만들고 만족스럽지 않게 하는 말이죠.

언젠가 슬롯 꽁 머니 모르는 물건들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내가 머무르는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져요. 살 빼서 입겠다고 걸어둔 옷들은 몇 년째 유행을 지나가고 어딘지 촌스러워지죠. 나이가 달라짐에 따라 취향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체형도 바뀌는데 살을 뺀다고 해도 그 옷이 처음 샀을 때처럼 매력적일 것 같지도 않아요. 하지만 옷장 안에 한자리 차지하고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요.

우리는 몸과 마음을, 좀 더 '지금'에 집중할 슬롯 꽁 머니가 있어요. 미래를 대비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과거를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물론 아니에요. 간단히 숫자로 나눈다면 지금, 현재를 7, 미래를 2, 과거는 1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단호하게 말하자면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이 언제 끝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완벽하고 안전한 미래라는 건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몇 년 전 이사를 하고 방 정리를 하다가 상자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안에는 아주 오래된 핸드폰과 충전 케이블, 컴퓨터 전원,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전선들과 이젠 어디에 사용할 수 도 없는 것들이 담겨있었어요. 몇 년 주기로 자연스럽게 교체하게 되는 전자제품들, 특히 이젠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핸드폰과 컴퓨터, 노트북, 이런 제품들의 소품들이 혹시 슬롯 꽁 머니 모른다며 물건을 바꿀 때마다 잘 모아두었던 거죠. 그러나 한 번도 이렇게 담아둔 것들이 필요한 적은 없었고 그대로 잊혀서 이렇게 쓸 수 없는 시점에서야 우연히 발견된 거고요.

특별한 날 꼭 입고 싶은 슬롯 꽁 머니에 샀던 고가의 실크 원피스는 결국 한 번도 입지 못한 채 옷장 안에서 몇 년간 잠들어있었어요. 어느 날 그걸 발견하고는 이미 작아져 버렸지만 그걸 구매할 때의 슬롯 꽁 머니과 들인 비용이 아까워 한 번 더 옷장 깊숙이 걸어두었죠. 그리고 또 몇 년 뒤, 여전히 사이즈도 맞지 않고 어쩐지 묘하게 촌스러워져서 결국은 앞으로도 입을 일이 없겠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비단 물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비슷해요. 어떤 계기로 친해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죠. 혹은 만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사람,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이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작은 기쁨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모임에 나가 얼굴을 비추고, 마음이 불편해도 웃는 이모티콘을 써가며 약속을 잡아요. 언젠가 이 사람이 슬롯 꽁 머니 모르니까, 언젠가 이 모임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런 묘한 미련 때문에 지금의 불편함을 모른척해요. 심지어 자신이 소모되어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관계가 내게 꼭 필요해지는 순간, 진실한 도움을 건네는 순간, 온 적이 있었나요? 오히려 이런 불필요한 관계나 무의미한 타인들을 비워냈을 때, 진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요.

상자 안에 담긴 정체모를 슬롯 꽁 머니을 비웠어요. 그 상자마저 재활용품으로 버려내고 그 자리를 깨끗하게 빈 공간으로 만들었더니 공간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아요.

조용한 새벽, 혼자 거울 앞에 서서 옷장의 모든 옷들을 하나씩 입어보며 아름답지 않은 옷, 어울리지 않는 옷, 몸에 맞지 않는 옷, 조금이라도 슬롯 꽁 머니에 불편함이 있는 옷은 비워냈어요. 이제 옷장 안에는 매일 입는 옷들만 걸려있어요. 몸에 걸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옷들이요.

메신저 목록에 뜬 수많은 이름들 중 그저 '아는 사람'으로만 분류되던 이름들을 비워냈어요. 엄지손가락만 바쁘게 만들었던 불슬롯 꽁 머니한 이름들이 사라지고 나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더 자주 건넬 수 있게 되네요.

그렇게 몇 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아쉽거나 그때 비운 것들이 슬롯 꽁 머니한 순간은 오지 않았어요. 내 마음이 솔직하게 원하는 것들만 남겨둔 것들로도 삶을 충분히 꾸려갈 수 있었으니까요. 몸과 마음, 공간에 생긴 여백들 덕분에 가진 것들을 살뜰히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요.

'언젠가는' 그 말은 단어의 뜻처럼 절대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에 살아요. 우리는 '지금, 이 슬롯 꽁 머니' 현재에 살고 있잖아요, 만날 수 없는 그 슬롯 꽁 머니을 기다리며 지금을 낭비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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