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론 슬롯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는 옳은 것인가?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실수.

어제 새벽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한 예산안이 "극적으로" 통과 됐는데, 사실 사태가 이렇게 급박하게 전개된 것은 슬롯의 지분이 크다. 더불어 이번 계기를 통해 의회에서 슬롯의 트럼프에 대한 지나친 영향력 행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을 막기 위한 슬롯 가결 기한은 12월 20일 금요일이었다. 이를 예견한 하원은 양당이 이미 초당적 협상을 통해 (내년 3월까지 정부에 예산을 제공하는) 합의된 슬롯(CR)을 이미 수요일쯤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물론 일론 슬롯가 X를 통해 이 예산안을 공격하기 전까진 말이다.


일론 슬롯는 해당 예산안에 대해 "지나친 정부 지출"이라고 비난하며, 차라리 트럼프 취임식인 내년 1월 20일까지 정부를 셧다운 시키라는 포스팅을 올렸다. 게다가 일론 슬롯는 해당 예산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연봉을 40%까지 올리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라는 허위 사실까지 유포했다. (실제로는 3.8%였음) 더불어, "이번 예산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2년 뒤 (중간선거 때) 낙선시킬 것"이라는 내용도 올렸다. 트럼프도 이를 보고 슬롯에 가세했다.


결국 수많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항의했고, 부담을 느낀 공화당은 이미 초당적으로 합의된 슬롯을 뒤집었다. 결국 예산 종료시점 이틀을 남기고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공화당 하원은 부랴부랴 새로운 슬롯을 제시했지만, 이미 공화당에 신뢰를 잃은 민주당은 공화당이 제시한 슬롯에 대해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민주당의 도움이 없으면 슬롯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양당이 반드시 서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음)


어쨌든 금요일 밤까지 진행된 새로운 협상은 자정을 넘겨 토요일 새벽에 극적으로 타결되어 상원으로 넘겨졌다. 상원은 곧바로 슬롯을 통과시켰는데,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품평했다:


"공화당 지도부와 하원 의원들이 일론 슬롯에게 '당신이 틀렸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I'm glad that the Republican leadership and Republican colleagues in the House . . . were able to tell Elon Musk he was wrong.)


즉, 셧다운을 원했던 슬롯가 공화당 의원들을 부추겨 사전 합의된 예산안의 상정을 막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나중에 정신 차리고 슬롯에 반대하며 예산안을 통과시켜 결국 셧다운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사기업을 운영하는 억만장자가 자신의 유명세와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공화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다.

과연 슬롯-트럼프 브로맨스는 오래갈 수 있을까?


--

(이하 본인 생각)

현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망각하고 트럼프-슬롯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승리한 것 맞지만 트럼프-슬롯의 발언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며 이 둘을 두려워하는 것이 반드시 자신을 뽑은 지역구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이 없는데, 지레 겁을 먹고 바짝 엎드린 것이다.


특히 비선실세인 슬롯의 말은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하는데, 트럼프와 가깝다는 이유로 슬롯를 트럼프와 동일시하는 공화당 지도부의 잘못이 크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슬롯가 2008, 2012에는 오바마, 2016년에는 힐러리, 2020년에는 바이든을 지지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즉, 슬롯는 철저하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인이고, 지금은 단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동상이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슬롯의 사업적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행동과 발언을 하는 순간 두 사람은 언제든 쉽게 갈라설 수 있다.


그리고 사실상 공화당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 이후, 실질적으로 존경받을만한 리더가 부재한 상황이다. 권력을 쥐기 위해서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를 불러들여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긴 했지만, 결국적으로 공화당은 트럼프에게 잠식당할 위기에 처했으며 정치상황은 더욱더 양극화되고 있다. 이제 트럼프의 남은 유효기간은 길어야 4년, 짧아야 2년. 과연 공화당은 트럼프가 남긴(혹은 남길) 극단적 반 민주주의(정확히는 파시즘적) 상처를 극복하고, 온건한 보수적 가치를 표방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