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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슬롯두었던 욕망이 열렸다

손슬롯의 맛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것이 기분 좋은 이상한 날.

파란 하늘에유난히화려하고하얀구름이몽글거렸고,기분 좋은 바람이살랑이날이었다. 세상만사마음이 너그러운 상태로정처 없이제주길을드라이브했다.한적한마을길에 들어서니길 따라쭈욱아마릴리스가피어있었다.마음이편하면모든 것이 더 예뻐 보인다더니, 꽃이 핀 것을 눈에 담고 싶어서차를세우고말았다.사진으로 몇 장찍은 후기분에 취해아마릴리스를멍하니 보고 있었다.이상하게기분 좋은 날이어서 그랬을까. 여유로워서 그랬을까. 평소라면 그냥 했을 생각을 눈을 이글거리며 하고 있었다.

'가까이 보니 더 매력 있네. 그리고 싶게.'


슬롯을태블릿으로그리기 시작하면서손슬롯은마음에슬롯뒀었다.현실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손슬롯에 대한욕구는항상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었고, 이상한 날에 나도 모르게불타올랐다.불은활활 타올랐고 이 불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나는 알고 있었다.


시작하자.







내가 슬롯 그리는 작업실은컴퓨터가 전부였다. 그래서 손슬롯에 필요한 미술도구를 사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손슬롯을 그리던 시절의 내 주력은 파스텔이었으나 작업실이 너무 지저분해질 것 같았다.간단하면서청소가편한 재료가 필요해...

음...

음...

아!

색연필!!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색연필로 그리는 꽃'을 찾으니 식물 세밀화와보태니컬아트가 나왔다.이거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꽃을 그리고 있었고 색연필의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신세계를 찾은 것처럼초롱초롱한 눈으로한동안관련된공부를 했고몇 번의 화방을 오가며재료를 구매했다.


그리곤즐겁게 그렸다.






슬롯손슬롯의 맛을 다시 느끼게 해준 아마릴리스 <자연바라기 슬롯




슬롯은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재미있었다.



사실예전부터동물은 좋아했지만 식물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꽃선물은 선물 준 그 사람의 마음이 좋았고, 길에 핀 꽃은 그 꽃을 보며 예뻐하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근데 이번 손슬롯으로꽃의 매력을느끼게되었다.다른꽃들도 그려보고 싶은걸 보면 말이다. 그작업실에 꽃을사 오며계속 그림을 그렸고, 그릴수록 슬롯은 더 커져서 이젠제주를 다니며 보이는 모든들꽃들이그리고 싶어졌다.


뭐야. 나꽃에 홀렸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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