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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슬롯 머신 게임 ep1

마흔 하고도 ***

삶의 반은 넘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굳어져 가는 나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게 느껴지는 나이

그리하여 마흔이 넘으면서 급격하게 슬롯 머신 게임 건 수가 줄었고

슬롯 머신 게임이 성사되기도 쉽지 않아 졌다.

서로의 조건에 맞춰 후보자들을 고르다 보니

이름은 ‘슬롯 머신 게임’이지만 주선자도 부담을 느끼는 만남.

‘자만추’를 선호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그리하여 슬롯 머신 게임, 다시 해 본다.




막상 들어오는 슬롯 머신 게임은 기대와 설렘보다는

굳어버린 가치관과 ‘나’라는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슬롯 머신 게임이 몇이나 있겠냐 싶어

혼자인 게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나기 전까지

고민을 하게 한다. 그리고 꾸민다는 것에도 귀찮아지기도 한다.


나이를 먹은 만큼 삶 속에서의 슬롯 머신 게임을 이해하는 포옹력은 넓어졌을지언정

나를 가깝게 이해하는, 곁에 두려는 슬롯 머신 게임의 조건은 점점 폭이 좁아진다.

본인의 취향과 선호도는 찰흙이 굳은 것처럼 너무도 확고해 보이고,

마음이 말랑말랑해 질지는 모를 정도로 나만 보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크게 바뀌는 변화를 바라고 나오는 건 아닌지라

또 힘들다는 걸 알기에 탐색전 같은 첫 만남의 대화는 그저 예의 상 대화의 연속이다.




그러다 문득 대화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을 더 확고히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더 이상 온전히 상대방을 포용할 수 없음을 느꼈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더 예민하다는 것도. 내가 싫은 것은 좋은 걸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이다.


30대에는 마지막 사랑처럼 불타오르지만 상대방을 바꾸려던 강요가 이기적임을 깨달았고

40대에는 나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 자신을 상대방의 삶까지 바꿔달라며 떼쓰고 싶지 않았다. 그 슬롯 머신 게임도 쉽지 않을 것이기에.

그래서 이젠 예전만큼 삼 세 번은 만나라는 것에 목을 메지 않는다. 이젠 나를 방어하는 일 외에는 무언가를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다.

슬롯 머신 게임은 좋은 슬롯 머신 게임인데 끌림이 없고 공통분모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번째 만남에서의 궁금함이나 대화도 어떻게 이어갈지 감이 오지 않았다.

첫 만남이 다가 아니지만 막연한 불확실성에 애써 다시 만나며 마음의 저울질을 할 시간을 끄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다시 슬롯 머신 게임을 언제 들어올지는 기약이 없다.

그럼에도, 에프터에 NO를 하고 잠을 청한다.


슬롯 머신 게임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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