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by writing
C.S.Lewis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회사 사장님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아흔여섯이시고 요양원에 계셨는데, 식사하시던 중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돌아가셨다고 한다.
당연히 가봐야지 하는데 팀 카톡방 분위기가 이상하다.
상조회사가 없으니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이 가서 자리를 지켜주자고 한다.
?
요새는 병원과 연결된 업체가 있어서 어지간하면 다 챙겨주는데 이건 무슨 이야기?
한글날 연휴에 잠깐 다녀올까 했으나
내일 갈 걸 뭐하러 가냐고 아내가 한소리 해서 일리 있다 싶어 집에 있었다.
오늘 회사에 출근하니 팀장님들은 어젯밤 10시~11시까지 있다가 귀가한 모양이다.
우리 팀장님은 오후 3시부터 있었다고 한다.
같이 간 차장님 말씀으로는 한산해서 별로 할 일이 없었다고.
오후 3시가 좀 넘어서 다들 병원으로 삼삼오오 이동했다.
병원에 가니 대략 4시.
가서 사장님과 가족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시간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하릴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끼리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왔다가 갔다가 사라졌다가.
앉아있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도 하나 둘 어디론가 갔다가 왔다가 사라졌다가.
이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는 명분은 계열사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이 오면 안내해주어야 한다는 것,
대표이사의 장례여서 주관부서인 우리 팀이 남아서 도와야 한다는 것인데
저녁 7시쯤 사장님이 직접 남아있어야 할 이유를 주셨다.
"기왕 앉아있을 거면 의미가 있으면 좋으니까, 이따 계열사 사장님들이나 임원분들 오시면 이 자리 좀 맡아뒀다가 안내해줘. 부탁해."
장례식장은 크지 앉았다.
오고 가는 조문객들을 배웅하는 사장님이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시고는
이제 그만 가보지 그래
한 말씀해주시기를 기다렸는데
결국 사장님은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좋으셨던 모양이다.
계열사 사장님이나 임원분들께 자리를 드릴 수 있으니 말이다.
옆에 있던 차장님께 들으니
이 회사는 옛날에 임원 가족이 돌아가시면
전 직원이 버스를 대절해서 총동원하다시피 장례를 도왔다 한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에게 부의금도 안 받았다고 하니
정말 가족 같은 문화가 있는 회사였던 셈이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집집마다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았다 하니 이런 문화가 이해는 되었다.
그런데 아무도 이 회사의 문화가 이런 것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 우리 회사가 그렇게 가족적인 사이인지를 보자면 또 그렇지도 않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간 교류나 분위기를 보면 나는 매우, 매우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과 실질 내용 사이에 간극이 컸구나 싶었다.
사실 사장님이 아니라 다른 직원분 가족의 장례식이었어도
당연히 가서 뵙고 위로해드리고 밥 한 술 뜨고 가는 게 예의일 것이다.
내 가족의 장례식이어도 그렇게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조문은 예의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이 지나쳤다.
내용보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이 너무 앞섰다.
나는 경력직이고, 구성원들 중에서도 다소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라는 해석을 붙여보았다.
그러나 장례식장 안에 뿔뿔이 흩어져 핸드폰을 보고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들어오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모두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으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을 갖추기 위해 사람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긴장하고 준비한다.
각자 자기 몫의 진심 혹은 가식을 담아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에 채운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갖추려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이 담긴 것이다.
사람의 시간과 공간이 당연한 것이 되면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을 갖추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하든 당연한 사람들이 된다.
나는 무의미한 시간이 싫다.
누가 나의 시간과 공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싫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관행, 문화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강요가 싫다.
나는 다른 일이 있다 하고 저녁 8시쯤 나왔다.
팀장과 다른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어서 가라고, 태연하게 이야기해줬다.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좀 더 일찍 얘기할 걸 싶을 정도였다.
조금 더, 조금 더있어야 한다고 아내에게 말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던 내가 한심할 정도로.
그러나 또 모르지, 나에 대해서 뭐라고 평가할지.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과
이 생각을 신경 쓰는 나와
신경 쓰는 내가 불편한 내가 또 있었다.
오늘의 사장님은 존중과 배려가 없었다.
평소에 합리적이고 열려있는 분이었으나
이런 면도 있구나 싶었다.
아내에게 이야기하니
당신도 이상한 부분 있잖아
라고 한다.
고개가 절로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