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카지노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한동안은 엄마의 잔소리가 줄어든 듯했다. 지긋지긋한 입시의 늪에서 해방돼서도 그랬을 테고, 성인이 된 딸은 엄마에게 대하기 조심스러운 상대이기도 했을 것이다.
토토 카지노은 전공 공부 외에도 영어학원이다 동아리다 바쁘게 지냈다. 토토 카지노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 모두 각자의 생활에 바쁘다 보니 다 같이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토토 카지노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가족이 모일 기회가 적을수록 토토 카지노이 소외감을 느낄 일도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세 살이나 누나인 자신의 밥보다 시훈의 밥을 먼저 퍼주는 엄마의 모습을 안 봐도 됐고, 해 지기 전에 집에 들어와라 좋은 친구들이랑 어울려라 핀잔이나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니 좋았다.
토토 카지노은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 동준과 3학년 끄트머리쯤에 연인 사이가 되었다. 1학년 때 토토 카지노을 따라다니던 선배가 군대에 가고, 동준과 만나던 여자친구가 소개팅한 남자와 동준 사이에서 양다리였음이 밝혀지고, 이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 친구처럼 지내던 토토 카지노과 동준은 어느 날 동준의 고백을 계기로 연애를 시작했다. 몇 번 놀러 가본 동준의 집은 토토 카지노의 집보다 훨씬 편안한 분위기였다. 마음 편하게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남자, 마음 편하게 한 상에서 밥 먹을 수 있는 어른들만큼 그때 토토 카지노에게 좋은 사람들은 없었다.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토토 카지노은 몹시 혼란스러웠다. 엄마는 가구를 비롯한 혼수 일체를 토토 카지노과 의논하지 않고 결정했다. 그런 게 마치 친정 엄마의 특권이기라도 하다는 듯 엄마는 당당했다. 토토 카지노은 휴지통 하나 마음대로 살 수 없었다. 신혼살림을 할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토토 카지노은 엄마의 독단에 항의했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네가 뭘 안다고 그래"라는 말로 묵살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웨딩드레스와 헤어스타일도 토토 카지노이 선택할 수 없었다. 미용실과 드레스샵 모두 엄마가 미리 섭외하고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끝내놨기 때문이었다. 동준과 토토 카지노은 이 모든 일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렇다고 엄마와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경제적으로 부모님들에게 의존하는 결혼이었고, 무엇보다 엄마와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04
08
토토 카지노은 결혼 3년 만에 엄마가 되었다.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 아이 갖기를 미루던 토토 카지노은 낳자마자 첫눈에 딸아이에게 반하고 말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일과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지칠 때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면 엄마는 전혀 토토 카지노에게 공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엄마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아서 토토 카지노은 가슴이 돌덩이에 짓눌린 듯한 기분이 되어 전화를 끊곤 했다.
엄마는 토토 카지노의 집에 오는 날이면, 토토 카지노이 얌전히 살림 안 하고 밖으로 도니까 집이 엉망이라고 핀잔을 줬다. 토토 카지노이 아기를 맡기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엄마가 여기저기 뒤져본 흔적이 역력했다. 뭔가 찾는 게 있었다면 왜 내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뭔가 궁금해서 그랬다면 왜 내게 말하지 않는 걸까, 토토 카지노은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옛날 엄마가 자신의 방을 몰래 뒤져볼 때 느꼈던 그 불쾌한 기분이 다시 살아나곤 했다.
토토 카지노과 동준이 아이를 데리고 2박 3일의 여행을 다녀온 날, 토토 카지노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창문의 커튼이 모두 바뀌어있는 걸 발견했다. 그들이 여행을 간 사이 엄마가 현관 비번을 누르고 들어와 자신의 취향대로 토토 카지노의 집을 바꿔놨던 것이다. 토토 카지노에게 미리 말 한마디 없는 채였다.
그날 엄마와 전화로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 나서 현관 비번을 바꾼 뒤, 토토 카지노은 아이와 함께 베란다로 나가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 토토 카지노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저녁노을이었다. "엄마는 하루 중 지금이 제일 좋아." 토토 카지노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한창 '왜'라는 말을 달고 살던 아이는 역시 이렇게 물었다. 토토 카지노이 대답했다. "오늘이 끝나가니까." 아이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뚱한 표정으로 토토 카지노을 바라보았다. 오렌지 빛이던 노을이 어느새 붉게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날이 지고 있었다. 먹먹하던 어릴 때 어느 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