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런 영화가 있다. 봐야지 봐야지 마음 먹지만 상황이 안맞는 일이 반복되다가 보기를 까먹고 우연한 기회로 다시 생각이 났지만 역시나 계속 또 이런 일이 반복되서 결국 몇년에서 몇십년 보지 못한 영화 말이다. 내게 #슬롯사이트 볼트 가 그런 영화다. 내 십대 시절, 팀 버튼이 헐리우드에 데뷔하자마자부터 지금까지 팀 버튼의 열혈 팬으로 가히 팀 버튼이 감독했거나 참여했거나 제작한 영화라면 장편과 단편할 것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찾아서 봐왔다. 못본게 거의 없을 거라 당당히 자부할 정도며, 특히 그의 최전성기 시절인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항상 극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딱 하나 빠진게 바로 이 영화, 비튤쥬스였다. 하다못해 팀 버튼의 재능을 알린 첫 단편 영화조차도 영화제 쫓아가서 결국엔 봤는데, 슬롯사이트 볼트는 항상 엇갈렸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원제인 슬롯사이트 볼트가 아니라 '유령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아무튼...
다음주 1988년에 나온 슬롯사이트 볼트의 속편이 36년만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몇개월 전에 접하고 다시 봐야지 굳게 마음 먹었고 이번주 기어이 봤다. 속편 '슬롯사이트 볼트 슬롯사이트 볼트'를 보러가기 전에 전편을 보게 되니 타이밍은 정말 딱 맞았다. 보고 나니 '슬롯사이트 볼트 슬롯사이트 볼트'를 무조건 봐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예매를 했다. 물론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라 개봉주에 후딱 보지 않으면 쉽지 않겠더라.
팀 버튼의 첫번째 장편영화가 바로 '슬롯사이트 볼트'로 가장 팀 버튼스러운 영화더라. 기괴한데 무섭진 않고 괴랄한데 귀여운 면이 있고 무엇을 상상하던 그 상상을 가뿐히 넘어선다. 아동기의 왕따 악동 소년 머릿속으로 들어가 함께 꿈꾸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팀 버튼 만이 해낼 수 있는 그의 시그니쳐 그 자체의 원형이었다. 이후 배트맨, 유령신부, 크리스마스의 악몽, 가위손 등이 모두 이미 이 안에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공포가 아니라 일상생활로 풀어낸 이야기 전개가 지금 시점에서도 기발하다. 한마디로 호불호 심하게 타는 악동 소년의 장난질과 같은 병맛 코메디 소품이다. 당연히 난 너무너무 좋았다.
※ 마이클 키튼, 알렉 볼드윈, 지나 데이비스, 위노나 라이더 등 대배우들이 신인 시절 총출동해서 또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