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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슬롯 강사의 눈부신 성공을 보며

제가 20대 때 만난 한 슬롯강사가 있습니다. 순수 토종인데 각고의 노력으로 슬롯 발음 하나는 원어민처럼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분 나이는 저보다 2살 정도 많았습니다. 해외 호텔 등에 전화를 하고, 원어민을 흉내내시는 것을 시리즈로 만들어 인터넷에 푸셨는데, 그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아주 신선한 컨텐츠였습니다) 당시 제 눈높이에는 원어민과 거의 차이가 없는 발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방대를 졸업했지만 늘 서울 생활을 꿈꾸셨고, 이익훈 선생님이 타계하기 전 막무가내로 그를 찾아가 만나기도 하시고, 이익훈 선생님과 이메일로 연락도 꾸준히 하실 정도로 슬롯 강사가 되는 것에 대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유학파가 아니고 그 흔한 해외 거주 경험도 없는 그는 대한민국 최고 슬롯 발음 강사가 된다는, 약간은 허황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 첫 강의에 제가 수강했는데 수강생이 딱 3명이었습니다. 교실은 20명 교실인데, 그나마 두 분은 부부인데 안 오시는 적이 많아서 일대일 강의를 들었죠. 아직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조금은 어설픈 그의 강의가 생각납니다. 그의 약간은 안 어울리는 듯한 양복과 강한 사투리도 생각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수강생이 없으면 이 형 잘리는 거 아냐?’,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강의는 참 좋았습니다.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둘이 같이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그랬네요.


그 형은 자주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반드시 업계 최고의 슬롯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저는그렇게그 학원을6개월을 다녔습니다. 형은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강의 수업 준비와 강의에만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수강생은 8명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그 사이 책도 내셔서 사인본을 받은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15년이 지나났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 형이생각이 나서, 이름을 인터넷에 쳐 보니. 와... 이제는 그 업계 탑이 되셨더라고요. 유명 학원 슬롯에 방송 출연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각종 강연에, 책도 7권이나 내셨더라고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월 수천, 아니 월 수억은 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 형이 여전히 저의 카톡에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안부를 물은 후,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혹시 지금은 슬롯하셨나요?” 그 겸손한 분이 자신있게 슬롯했다고 답장을 하셨습니다.그분의 카톡에는 15년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프로필 글이 적혀 있습니다. 15년 동안 매일을 처음처럼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저를 만나줄지 몰라서, 안부만 물었지만, 언젠가는 한 번 찾아뵐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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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습니다. 꿈을 크게 가지면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 그렇습니다. 가슴 떨리는 꿈을 꾸고 이룰 때까지 반복하는 삶, 저는 그런 삶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꿈을 꾸면 그 꿈을 닮아간다고 하죠. 저는 그 형을 슬롯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설레게 하는 꿈을 꾸는 것과, 내 길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것일 겁니다. 아직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멋쩍게 저를 보고 웃던 15년 전의 그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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