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온라인 슬롯 집에 쳐들어 왔다

안형동에서 가장 오래 거주한 집은 할머니 댁에서 3분밖에 안 걸리는 작은 빌라 2층이었다. 12평 정도 되는 공간에 방 3개, 주방 겸 거실, 화장실이 꽉 들어찬 구조였다. 그중 방 하나는 유리 미닫이 문으로 분리된 공간으로 대부분 거실로 사용할 곳이었지만, 온라인 슬롯는 4인가족이다 보니 거실 없이 각자 방 1개씩 사용했다. 주방 겸 거실은 사실상 주방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좁은 공간이었다. 4인용 테이블을 놓을 만한 곳이 아니었지만, 수십만 원을 주고 비싸게 산 식탁이라며 절대 못 버린다고 가져온 테이블을 어떻게든 욱여넣을 수밖에 없었다. 일자형 작은 싱크대 끝과 벽에 맞춰 테이블을 바싹 붙이고 나니 4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은 나오지 않았다. 수납공간이 아예 없는 좁은 집이라 테이블 위에도 플라스틱 서랍장과 선반을 올려 수납용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 집을 떠나는 날까지 4인용 테이블에 네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모님 방은 창문을 열면 바로 옆 빌딩 벽이 1미터 거리로 마주 보이는 곳이었고, 내 방 창문을 열면 건너편 빌라 화장실에서 놓인 샴푸 브랜드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말 그대로 다닥다닥 붙은 구축 빌라였다. 언니 방은 원래 거실 용도로 만온라인 슬롯진 터라 그나마 제일 넓고 도로변을 향한 창문을 가진 방이었다. 그만큼 사생활 보호가 전혀 안되고 낡은 새시와 베란다의 타일 덕분에 두 배로 춥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안형동의 곳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묶이기 시작하며 점차 신축 빌라가 여기저기 생겨날 무렵이었고 그에 따라 전세가도 오르고 있었다. 온라인 슬롯가 가진 보증금으로 신축빌라는 도저히 불가능해서 선택한 곳이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구축 빌라 단지였다. 전에 살던 반전세 집은 매월 월세가 나가서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넓은 집이라는 장점은 있었다. 워낙 보안이 엉망이라 도둑이 두 번이나 들었지만 말이다. 이번 집은 전에 살던 반전세 집의 절반 크기도 되지 않는 곳이었지만, 이 동네에서 간신히 예산에 맞게 구한 집이라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엄마는 그래도 이제 매 월 나가던 월세는 아끼게 되었다며 좋아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