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 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가재가 노래하는 곳"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이기에 책의 제목이 되었을까? 설렘과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겼다.

야생동물이 야생답게 살고 있는 곳,

그곳은 주인공 슬롯 꽁 머니에게 따뜻한 어머니 품과 같은 유일한 안식처인 ‘습지'였다.


슬롯 꽁 머니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모두 버림받고, 늘 숨어 지내는 것이 익숙한 소녀, 슬롯 꽁 머니.

이야기는 어머니가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폭력을 일삼던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로부터 엄마, 형제들이 하나둘씩 제 살 길을 위해 도망갔고, 아버지와 홀로 남은 어린 슬롯 꽁 머니는 아버지를 돌보며 악착같이 살아간다.

학교에 처음 간 날, 그곳에서의 배움은 슬롯 꽁 머니의 마음에 큰 실망감을 주었다.

왜가리를 관찰하고 조가비를 모으는 생활만으로 슬롯 꽁 머니에게 배움은 충분했다.


담요처럼 포근한 햇살이 슬롯 꽁 머니의 어깨를 감싸고,

숨을 쉬는 촉촉한 흙 속에 손을 넣어 숨 쉬는 자연을 느껴본다.

갈매기만이 슬롯 꽁 머니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의 이야기를 유일하게 들어준다.

그러자 습지가 슬롯 꽁 머니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 품안에서 슬롯 꽁 머니의 상상력은 깊디깊은 외로움과 고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났다.


슬롯 꽁 머니


가족 모두 슬롯 꽁 머니를 떠나버렸다.

첫사랑 테이트조차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두 번째 연인 체이스 역시 슬롯 꽁 머니를 배신했다.

마을 사람들은 슬롯 꽁 머니를 '마시걸'이라 부르며 멸시했다.


철저하게 외롭고 고독했을 슬롯 꽁 머니.

하지만, 습지와 바람, 흙과 늪지, 갈매기와 갯벌...

자연의 품은 늘 한결같이 슬롯 꽁 머니 옆에 있어주었고,

언제나 따뜻한 위안을 주었다.




삶의 고비에서 슬롯 꽁 머니 손을 잡아준 소수의 사람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테이트였다.

등걸 위의 깃털로부터 시작한 두 사람의 인연은 진실되고 애틋했다. 깊고 고요한 눈과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 깊게 매료된 테이트는 슬롯 꽁 머니에게 숫자와 글자를 가르쳐 그녀가 사랑하는 자연을 시로 노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슬롯 꽁 머니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책 출판까지 도맡아 도와주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테이트는 슬롯 꽁 머니의 속도에 맞추어 인내심 있게 그녀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점핑 아저씨 부부도 인상 깊다. 아마도 자신들 역시 흑인이라는 사회적 약자였기에 소외된 슬롯 꽁 머니의 처지를 헤아릴 수 있었으리라.


자연과의 견고한 유대감 외에도, 이러한 따뜻한 손길들이 있었기에 슬롯 꽁 머니는 삶을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자연 속에서 홀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한 소녀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성장 소설이면서,

사랑과 실연을 겪으며 점점 성숙해지는로맨틱 소설이고,

체이스의 살인사건을 둘러싼스릴러 소설이기도 하다.


책 한 권에 모든 주제가 한 소녀를 아우르고 있는 대단히 경이로운 소설이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전한다.


고독과 외로움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감정이지만, 결코 뗄 수 없는 나의 일부이기도 하다.

슬롯 꽁 머니는 외로움과 싸우지 않았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사랑했다.

소설 마지막에서 슬롯 꽁 머니가 평온해진 삶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정말 짜릿했다. 그 비밀은 꼭 간직해주고 싶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슬롯 꽁 머니에게 진심을 담아 인사를 전한다.


"슬롯 꽁 머니, 참 고생이 많았어. 넌 참 아름답고 강인했어."


슬롯 꽁 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