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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충성 00에볼루션 바카라 전입을 신고합니다

경찰학교 졸업 일주일 뒤 발령 신고를 했다. 차가 없어서 기차를 이용해 밀양역까지 간 후 택시로 에볼루션 바카라까지 이동했다. 역에서 에볼루션 바카라까지는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정문 앞에서 하차 후 들어가려는 데 의경이 막아섰다. 의경은 경찰이 아닌 의무복무 군인이었지만 긴장한 탓에 그에게도 깍듯하게 존대했다. 그의 안내를 받아 에볼루션 바카라 현관으로 들어서니 1층 복도에 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누가 경찰인지 민원인인지 알 수 없어 마주치는 사람마다 "충성"이라고 경례했다. 민원인은 '얘 뭐지?'라는 눈빛을 보였고 선배들은 큭큭거렸다.


그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서둘러 2층 경무계로 향했다. 경무계는 직원 인사발령, 복무, 행사 등 에볼루션 바카라의 전체적인 운영을 맡는 부서다. 사무실 문 앞에 서니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에 떨렸다. 떨리는 맘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노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들을 향해 오른손을 이마에 붙이며 있는 힘껏 “충성”을 외쳤다. 한 남성이 웃으며 "앞으로 경례할 때 충성이라고 안 해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괜히 부끄러움에 얼굴이 후끈거렸다. 경무계에서 부임 신고 방법을 배우고 10번 정도 연습했다. “충성, 신고합니다. 순경 오종민은 2003년 2월 17일부로 밀양 에볼루션 바카라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내용은 간단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발음이 몇 번 꼬였다.

연습을 끝낸 후 신고를 위해 서장실로 향했다. 서장실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 에볼루션 바카라장은 말도 섞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됐지만 다행히 신고식을 무사히 마쳤다. 서장실을 나온 직후 다리가 풀릴뻔했다. 20분 정도 더 기다리니 근무지가 배정되었다. 첫 근무지는 밀양역 바로 앞에 위치한 역전 파출소였다. 집이 부산이라서 출퇴근 때문에 배려해 줬다는 것을 듣고는 고마웠다.


10분 뒤 역전 파출소 직원이 나를 데리러 왔다. 순찰차를 타고 파출소로 이동하는 데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전 파출소는 경위 파출소장 1명, 나 포함 직원 10명이 세 개 조로 나뉘어 3조 2교대 근무를 에볼루션 바카라. 두 개 팀은 세 명이고 우리 팀은 네 명인데 여경이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 3조 2교대는 '주주주야비야비야 비' 근무로 주간 3일, 야간 3일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역전 파출소는 밀양에 위치한 파출소 중 신고 건수가 TOP3 안에 들 정도로 바쁜 곳이었다. 그중 역 앞이라 그런지 주취자 신고가 가장 많았다. 말로만 들어왔던 주취자들을 직접 상대해 보니 하룻밤 만에 진이 다 빠졌다. 일단 말이 안 통하니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술이 깰 때까지 밤새도록 파출소에서 버티던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 "순경 나부랭이"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렇게 첫 야간근무를 치르며 나는 진짜 에볼루션 바카라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에볼루션 바카라은 시보라는 제도가 있다. 회사의 인턴과 비슷한 것인데 1년 동안 정식 임용되지 않고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다. 그 기간 내에 징계를 먹으면 임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말년 병장처럼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 그 기간이 조용하게 지나가지만 나의 시보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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