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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는 길목에서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눈 덮인 선슬롯사이트 지니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옛날 대관령에 길이 나기 전에 영동지방으로 가기 위해 나그네들은 선슬롯사이트 지니을 넘나들었다.


선슬롯사이트 지니 계곡이 너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하고 하늘로 올라간 데서 명칭이 유래되었다. 등산 코스가 험난하지 않아 누구나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능선을 따라서 설경이 아름다워 겨울 산행으로 최고이다.


대관령 휴게소 입구에서 산행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하였다. 아이젠을 장착하고 등산스틱도 조율하고 발 토시도 하였다.


며칠간 계속 내린 눈으로 슬롯사이트 지니 왕국을 방불케 하는 산속으로 흥분을 감추며 들어갔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난 설산에서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들으니 절로 기분이 들뜬다. 맑디맑은 슬롯사이트 지니 산 내음이 폐부를 스친다.


긴 세월의 풍상을 겪은 장대 같은 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발자국은 경이로움이었다. 길 양옆에는 무릎까지 올 정도의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샛길로 들어가 누구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에 발을 살포시 묻어 보았다. 작은 계곡 얼음장 아래 숨죽인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차갑게 뼛속까지 스민다.


자칫 고독할 앙상한 슬롯사이트 지니나무 가지 위에 얼어붙어 채 떨어지지 않은 눈 꽃송이들이 하얀 솜이불처럼 포근히 감싸고 있다. 슬롯사이트 지니 산의 모습은 생크림처럼 달콤한 묘한 힘이 있다. 가끔 가지에 앉아있는 눈덩이들이 풀썩 떨어져 뺨을 스친다.


올라갈 때는 좀 완만한 코스로 양떼목장을 지나 풍해 조림지를 거쳐 샘터 계곡 쪽으로 갔다. 벌써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이 길을 안내한다. 사방에 걸려있는 슬롯사이트 지니이 그려낸 수묵화를 감상하며 발자국을 따라갔다.


2.5km가량 되는 지점에서 잠깐 쉬며 준비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바위너설에 걸터앉아 마신 커피 한잔이 최고의 청량제이다. 얼러먹는 웃음 띤 얼굴에서 정겨움이 번지고 즐거움이 새어 나왔다.


땀도 식고 배도 든든하니 순백의 산자락이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오르면 오를수록 또 다른 얼굴로 산은 나를 반긴다. 옆에서 서포터를 해주는 남편 덕에 두려움은 싹 사라지고 흔연함만 가득했다. 하얀 눈의 정체 모를 기쁨에 심취하여 한발 한발 눈길을 밟는 것이 흥에 겨웠다.


4km쯤 올라가니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바람개비가 보였다. 얼마나 큰지 그 아래 서 있는 사람이 장난감 인형같이 보였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선슬롯사이트 지니까지 300m라는 푯말이 보였다. 박차를 가하였다.


인내심이 데려다준 정상, 내가 정상에 오른 이유가 눈앞에 펼쳐졌다.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낸 산야의 기세,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섬려한 걸작품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산맥이 어깨동무하고 다정하게 산을 감싸고 있다. 덤덤하게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욕심 없이 도열해 있는 나무들, 초로의 노신사처럼 희끗희끗한 산봉우리를 휘감은 구름과 발아래 하얀 눈으로 그려진 비경, 자연의 조화로움과 신비로움이 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선슬롯사이트 지니은 전한다.


짜랑한 햇살에 하늘이 얕게 내려앉아 맑은 에너지의 힐링은 덤으로 받았다. 선슬롯사이트 지니의 광활한 품은 역시 넉넉함을 선사했다.



슬롯사이트 지니 오늘처럼 바람도 없고 눈이 많이 쌓인 날이 드물다. 여행에는 작은 행운도 필요하다. 남편과 함께 정복한 정상에서의 감격을 만끽하고 사방을 둘러보며 긴 시간을 머물렀다. 백두대간 선자령 표석 앞에서 나의 족적을 남기고 줄을 서서 사진도 찍었다.


선슬롯사이트 지니 일렁이는 노랫소리는 저 건너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솔바람이었다. 양 볼에 살짝 바람을 대어 본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바람이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등반한 A 산악회의 인간애와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배낭에 끈을 연결해 붙잡고 다니는 그 사람들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음에 내 마음마저 훈훈해진다. 하루를 온통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바치는 자원봉사자들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사람들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늦은 오후 선슬롯사이트 지니을 뒤로하고 가파르지만 좀 더 빨리 내려올 수 있는 전망대 쪽 코스로 내려왔다. 캠핑족들이 제법 있다. 아늑하게 텐트를 치고 바람을 막기 위해 얼어붙은 눈 덩어리를 쌓아 방어벽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았다. 관후해 보이는 중년 신사가 가까이 와서 구경하란다. 그들은 겨울의 낭만을 즐기는 멋진 캠핑 마니아들이다.


백패킹의 성지답게 자기 몸집보다도 큰 배낭을 메고 늦은 시간에도 오르는 백패커들이 많았다. 눈썰매에 배낭을 싣고 끌고 가는 사람들의 몸짓에도 슬롯사이트 지니 낭만이 담겨있다.


한결 수월한 내리막길에서 순백의 찬란한 자유를 온몸으로 향유하며 색다른 설국의 향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았다. 선슬롯사이트 지니의 에너지로 온전히 충전되는 완벽한 시간이었다.

눈 속에 파묻힌 선슬롯사이트 지니이 한동안 눈에 어른거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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