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병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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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2급 현역 입영 대상입니다.


아는 것과 겪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스무 살의 내 몸에는 특별한 결함이 없었기에 현역 판정을 받으리란 것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뜻밖에 2급이 나온 것은 저체중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고 해도, 무정한 기계음은 진작에 느껴 보지 못한 섬뜩함을 안겨다 주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의식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구분하기 위해 삶의 곳곳에 의식을 마련해 두는데, 입학-졸업-수능 등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의 남성에게 있어 신체검사란 것은 중요한 의식이 된다. 그리고 예외가 되지 못한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시쳇말로 삐빅, 아니 ‘빼박’ 현역 입영 대상임을 선고받은 것이었다.


신체의 건강함

국방의 의무


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에 관심을 두는 타입이 아녔고,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그저 한결같이 불안한 인간이었으므로 마치 입대가 내일 일인 것처럼 걱정이 앞섰다. 가슴 언저리에서 라흐마니노프의 북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맞춰 치아를 딱딱 부딪히며 병무청 문을 나섰다. 아, 따사로운 햇살. 기절할 것 같다. 해 보자는 건가? 진짜 너무 하는구만.


커피를 사납게 빨아 마시며 잠깐 그 앞을 서성이다가, 못 본 체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 근심은 잠깐 저기 두자. 방법이 있겠지.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여전히 촌티를 벗지 못한 신입생이었고, 범람하는 자유 앞에 즐거운 곤란함을 만끽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2007.12.24


거짓말처럼 2년이 흘렀지만 무슨 방법 같은 건 없었다.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거짓말처럼, 경상남도 진주의 한 연병장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정예신병

필승공군


팻말 앞에 파르라니 머리를 깎은 예비 훈련병들이 하나같이 기가 막힌 표정을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선 먼 산을 쳐다본다. 호명을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대답을 한다. 목구멍이 쓰라렸던 가족과의 이별 후에 나 역시 약간 멍해져 있던 참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슬프거나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고 그저 조금, 휑해진 머리 위가 쌀쌀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운동화에 차이는 돌들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끼루룩. 이름 모를 새들이 빈틈없이 운다.


오와 열을 맞춥니다. 오와 열!


오와 열이라. 伍와 列 자를 쓰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아무 설명도 없이 당연히 모두가 알아들을 거라고 전제하는 건가. 그러니까 군대라는 거구나. 적당히 눈치껏 행동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않으면...


거기 예비 훈련병! 내 말 안 들립니까?


다름 아닌 나를 향한 조교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긴 했지만, 전례 없는 자유에 2년 간이나 절여진 몸과 마음이 우는 소릴 냈다. 못해. 난 이거 못한다. 거 좋게 말하면 될 것을 면박을 주고? 순간 원래부터 자유분방한 대장(大腸)이 긴장한 나머지 꾸륵. 신호를 보낸다.


변의(便意)...!


성질이 불같은 녀석이다. 부르르르륵. 촌각을 다투는 긴급 상황. 오랜 벗인 과민성 대장염에 대해 소개할 시간은 없었다. 당장이라도 지려 버릴 판이었다. 최대한 공손히, 대신 힘을 주어 물었다. 실례지만 화장실은 어디에 있느냐고.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퇴소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집에 가서 싸십시오.


호랑이에게 인정을 구한 셈이었다.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고 후회하면서도, 여전히 서러운 기분. 이 사람은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도 모르나? 어쨌거나 오늘은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이브라고. 나는 20분 정도를 더 꾹 참다가 내 이름이 확인된 이후 거의 울며 부탁했고, 조교는 그제야 화장실을 안내해 주었다. 이런 일상이 계속되는 것인가. 결코 호락하지 않은 세계에 내던져졌음을, 나는 직감했다.






아니 아니, 이 사람 집에 가고 싶어? 바지를 이쪽으로 더 내리라고.


기존에 지니고 있던 믿음, 생각, 가치가 새로운 정보와 충돌했을 때 인간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 현상을 인지부조화라 한다. 그러니까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심각한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는 참이었다. 항문검사라니? 그런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즉, 생면부지의 의무관이 갈아 끼우지도 않는 비닐장갑으로 내 직장(直腸)을 뒤적인다는 말을 아무도 해 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막 용변을 마치고 온 상황이 아닌가. 이젠 정말로 집에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정신을 번쩍 깨우는 일갈.


당신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나도!


아.


정말로 그런가? 따지고 보면 그 또한 징병의 희생자일 뿐이고. <모르는 사람에게 직장 보여 주기 vs 모르는 사람 100명의 직장 보기 이렇게 놓고 보자니 확실히, 누구라도 전자를 택하지 않을까. 나는 별안간 그가 측은하게 느껴져서 순순히 바지를 내렸다. 약 30초 정도 직장과, 고환을 뒤적뒤적. 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눈물을 참았다. 괜찮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다 괜찮아. 애널(anal)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가 뭐 어때서. 어차피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I-4545


그게 두 달간 쓰일 내 이름이었다. 전쟁 같은 하루의 끝자락에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TV에서나 보던 구식 생활관에 앉아 I-4545가 적힌 명찰을 전투복에 바느질하고 있었다. 그래도 삐빅- 하는 식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생활하게 될 동기들이 확정되었고, 성격 좋은 누군가가 어디서 왔어요? 정도는 얘기할 법 하지만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비탄에 잠긴 표정으로 묵묵히, 그리고 느리게 바느질을 할 뿐이었다. 나 역시 바느질에 집중하고 싶었다. 슬프기도, 억울하기도, 치욕스럽기도, 무엇보다 앞날이 막막해서 다른 무언가 해 볼 여력이 나질 않았다.


전 생활관 완전 소등, 완전 취침.


하루 종일 장병들을 괴롭히던 그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생활관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가 두어 번쯤 반복되다가, 툭. 하고 모든 조명이 갑자기 꺼져 버렸다. 아무런 준비도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못한 채 다들 소경이 되었다. 황망한 마음에 더듬더듬 정리를 하고 이불을 펴 보아도 잘 될 리 없었고, 체념한 채 아무렇게나 구겨져 천장을 보고 있자니 차츰 소리가 멎었다. 예고도 없이 엄마와 동생 생각이 들이닥쳤다. 먼저 입대한 친구들. 남아 있는 친구들. 그제 밤 진탕 취해 멍하니 지켜보았던 소녀시대의 마지막 무대. 같은 것들을 차례로 떠올렸다. 내 옆에 누운 이 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두가 일렬로 누워 그 어떤 소음보다 날카롭게 귀를 찌르는 적막을 참아 내고 있던 그 순간,


메리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누군가의 입에서 나지막이 그런 말이 흘러 나왔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끄윽 끄윽-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을 질끈 감고 숨 죽여 울었다. 그래, 모두들 메리 애널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 봄이 올 무렵이면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생각이 난다. 나는 늘 한 박자 늦는다. 기쁨도, 행복도, 젊음도,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도. 시종 죽을 상만 하고 있다가 떠나고 나서 그리워하지. 그래서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볼까 했는데, 공교롭게도 오늘은 마침 눈이 왔다. 것도 춘삼월의 폭설. 눈을 싫어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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