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막A/S센터로 들어섰다. ‘비용절감’이란 절체절명의 목표 때문인지 이곳 객장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자신의 회사인P사 브랜드는 물론 다른 회사B, C사 면도기에 이어 면도기 외 다른 품목도 한데 모아 이 센터를 꾸려가고 있었다. 접수담당직원은 달랑 한 명뿐이었다.
“아무리 제대로 충전해도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접수담당 여직원은 내가 건넨 면도기의 뒷면 아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훼손된 글자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함이었다.
“이 면도기는 이미 단종이 되어 더 이상 부품을 교체할 수가 없습니다.”
라며 이 정도에서 나는 직원이 내게 분명 새로운 면도기의 구입을 권유하리라 지레 짐작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직원이 면도기의 위아래를 세심하게 살펴본 이후였다. 이 기계는 현재 전원이 잠겨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래서 윗부분의 작동 스위치를5초 정도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잠금장치가 풀린다며 실제로 내 코 앞에서 시연을 해 보였다.
내가 시골에서 보낸 시절 어른들이 자주 쓰던 관용구가 갑자기 떠올랐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참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최소한 내가 추가A/S비용은 물론 새로운 면도기를 구입해야 할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문제의 면도기를 직원으로부터 다시 돌려받은 나도 면도기가 제대로 작동이 됨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적어도30만 원내외의 비용지출을 각오했던 나였지만 이런 비용부담을 모두 면제받게 되었다. 내 계정에 현금유입은 없었지만 갑자기‘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 면도기가 향후에도 자신의 책무를15여 년이나더 충실히 해냈으면 하는 무리한 욕심도 생겨났다.
내가 직장에 발을 들여놓기 전인20대 후반까지 나는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는 기회에1회용 면도기 신세를 줄곧 지었다. 그 후 근로소득이 생겨남에 따라 건전지 충전식 면도기에서 전기면도기로 점차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볼륨이 작고 휴대하기 편해 남성 바지 앞주머니에 쏙 들어갈만한, 성능 좋은 면도기의 출현을 기대하며 나는A/S센터를 나섰다. 나는 전자제품등을 구입한 후‘제품사용설명서’를 아예 들여다보지 않는 캐릭터였다. 이런 점등으로 미루어 나는 아마 기계치의 특성을 완벽히 갖춘 사람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번 면도기의 작동에 관한 해프닝도‘상품사용설명서’를 처음에 제대로 숙지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이런 기계치인 나는 지난 몇 주 동안‘습식면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메이저사의 명품 면도기라도 그 기능엔 분명히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비누거품이나Shave-gel 등의도움을 받는 면도기에 비해 수염이 덜 깔끔하게 깎였다.습식면도 방식이 가장 완벽하게 개운한 면도법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면도기를 휴대해야 할 경우엔 전기충전식 면도기가 꼭 필요했다. 성능도 좋은 접이식 휴대폰 사이즈의 전기면도기가 장차 출시된다면 분명 대박이 터질 것 같았다. 무릇 모든 기계의 사이즈와 성능은 영원한‘트레이드오프’ 관계인지여전히 미제로 남았다.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 내에 면도기A/S센터에서 나는 용무를 마쳤다. 이런 시간의 여유 덕분에 그간 제법 뒤로 미루었던 과제를 오늘 하나 더 해결하고자 했다. 다초점 렌즈와 두 개의 무테 돋보기가 내 단골 바카라 토토점 사장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간 줄곧 사용하던 금속성이든 뿔소재든 테가 있는 바카라 토토을 접고 무테바카라 토토을 계속 애용해오고 있었다. 그 이후엔 또 단골 바카라 토토점을20여 년이나고집스럽게 찾고 있었다. 이 무테바카라 토토은 테가 있는 다른 바카라 토토 대비A/S를 받는다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처음 이 무테바카라 토토을 최초로 가공한 바카라 토토점이 아닌 다른 바카라 토토점에 들러A/S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멋쩍고 이 고객의 요구에 선뜻 나서는 바카라 토토점도 드물었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고 자칫하면 바카라 토토의 기능이 훼손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소재가 뿔이든 금속성이든 테가 렌즈의 모든 둘레에 장착된 바카라 토토과 내가 즐겨 쓰는 무테바카라 토토의A/S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전자는 최초 바카라 토토이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바카라 토토점에 들러A/S를 받는데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 와달리 무테바카라 토토은 탄생부터 유지 보수까지 낯을 가리는 등 귀족의 반열에 오른 지 이미 오래였다.
이러다 보니 자칭‘무테바카라 토토의 장인’이라 일컫는 곳을 원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무료로 바카라 토토테A/S를 받아오고 있는 대한 어떤‘부채의식’이 제법 쌓였다.
이러던 중이었다. 종래 내가3개나 보유 중이던 렌즈가 없는 상태의 빈 바카라 토토테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었다. 이 중 하나는 다초점렌즈로, 나머지 두 개는 돋보기로 렌즈를 끼워 완성품을 만들어 보유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면도기A/S센터에 들러 뜻밖의‘경제적 효과’를 누린 나는 내 오랜 단골 바카라 토토점으로 달려갔다. 지금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바카라 토토3개를 손보고자 이곳에 들렀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이곳 사장님이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바카라 토토 진열장 안쪽을 한바뀌 휘익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소위 필이 꽂히는 디자인의 금테가 눈에 들어왔다.
바카라 토토사라고 모두 이 무테바카라 토토의 제작에 능한 것은 아니었다. 내 단골 바카라 토토점 주인장은 자타가 공인하는‘무테바카라 토토의전문가’였다. 바카라 토토의 주인공에 맞게 사이즈와 디자인을 골라 권해야 하는 것은 제일 먼저 꼽아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내가 이렇게 무테바카라 토토을 선호하게 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테를 장착한 바카라 토토테보다 이 무테바카라 토토은 내 시야를 월등하게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무테바카라 토토만을 고집한 지 어느덧25개 성상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이 단골집 근처 아파트를 떠나온 지도20년을 족히 넘어서고 있었다. 수도권 도시에 머물 때는 물론 귀촌하여 고향에서 지낼 때도 내가 소장하고 있던 무테바카라 토토 시리즈는 내 시중을 제대로 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25키로 미터 아니250키로미터나 되는 아주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곳을 찾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