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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슬롯사이트 2025년 뭐 그런거지.

슬롯사이트 2025년


커트 보네거트의 <제5슬롯사이트 2025년을 처음 만난 건 10년 전이다. 도서관에서 갔다가 특이한 이름에 끌려 선택했다.돌이켜 보면 읽기 전에 <옥자같은 이미지가 펼쳐지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그 당시에 <옥자가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적으로). 슬롯사이트 2025년이란 단어를 보고 동물이 관련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고 예측했다. 이 소설은 동물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내 예상은 틀렸지만<제5슬롯사이트 2025년은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나를 사로잡았다. 그 시절 너무도 재미있게 읽은 탓에 다시 읽고 싶었지만 책은 이미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웠다. 헌책방에도 재고가 없었다(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던 차에 문학동네에서 개정판을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 겨울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문학동네 사이트에 가서 언제 나오나 하고 여러 번 확인하며 기다렸다. 출간되었다는 알림을 받고 서점에 전화해서 재고를 확인하고 당장 달려가 구입해서 읽었다. <제5슬롯사이트 2025년은 여전히 매력적이었고 빌리 필그램과 트라팔마도어인들은 읽는 내내 나를시간에서 해방시켰다.


이 소설은 빌리 필그램의 이야기와 화자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커트 보네거트는 세계 2차대전에 참가했다. 그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는 전쟁을 흥미 위주로 다루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실제 전쟁은 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지도 전우애로 가득하지도 않다. 수 많은 이재민, 죽어가는 어린이, 꿈을 포기하고 전선으로 끌려가는 젊은이들이 실제 전쟁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이다. 전쟁이 가져오는 세계는 영웅담으로 가득하지 않다. 모두가 패배할 뿐이다. 보드리야르가 지적했 듯 현대 전쟁에선 실제 영토보다 지도가 선행되며 수 많은 희생자를 내는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평화를 누린다. 커트 보네거트가 <제5슬롯사이트 2025년에서 보여주는 전쟁은 지도 속 이야기가 아니다. 새빨간 피가 흐르고 꽁꽁 언 발가락을 잘라 내야하는 실제 세계다.


시간에서 해방된 빌리 필그램은 자신의 삶 곳곳을 여행한다. 트라팔마도어인에게 시간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공간적 대상이다. 그들에게 납치되었던 빌리 필그램도 외계인의 능력을 물려 받아 시간 여행을 자유로이 한다(이 설정은 비교적 근래에 개봉했던 영화 <컨택트에 차용되었다. 헵타포드의 시간관은 트라팔마도어인과 흡사하다). 그 능력을 자유로이 쓸 수 없어 시간 이동이 무작위로 이뤄지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빌리는 시간 여행자인 셈이다. 세계 2차대전에서 고생하다가 전쟁이 끝난 후 평화로움을 누리다가 납치된 시간으로 가기도 한다. 그는 더이상 죽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여행할 뿐이다. 단, 그는 그 순간을 고칠 순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역사를 수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그의 삶이 축복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뭐 슬롯사이트 2025년 거일 뿐이다. 이미 모든 일은 정해져있다(운명론적 시각이 인간이 무얼하든 소용이 없다는 자조로 이어질 수 있지만 영화 <컨택트가 보여주었 듯 바꾸지 못할 상황을 일부러 다시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법이다).


그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빌리는 전쟁을 다시 겪는다. 여러 번 반복한 상황이기에 어떻게 전개될지 아는 그는 어떤 끔찍한 사건도 담담히 받아들인다. 뭐 슬롯사이트 2025년. 하지만 책을 읽는 우리는 그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일 수 없다. 소년 십자군이 해적들에게 속아 노예로 팔려 가거나 갓 스물살 된 청년들이 전쟁터에서 죽는 모습을 어찌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까. 전쟁터에서 죽은 이들의 텅빈 눈동자는 실재했다.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도 이 지구에서 물리적 공간을 차지했던 존재들이다. 그 끔찍한 참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빌리를 보며 역설적으로 독자는 그 상황을 비극적으로 바라본다. 인간 취급도 못 받고 짐처럼 기차에 실려 가고 그 사이에서 얼어 죽기도 하는 모습은 너무도 안타깝다.


슬롯사이트 2025년은 일어나선 안 된다. 너무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몇몇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일어난 슬롯사이트 2025년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그 이익과 전혀 관련이 없다. 슬롯사이트 2025년 때 끌려갔던 위안부 할머니들부터 지뢰로 다리를 잃은 중동 소년까지. 그들이 슬롯사이트 2025년을 원했을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슬롯사이트 2025년의 발톱은 그들을 할퀴고 상처주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슬롯사이트 2025년을 정당화 할 수 없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제5슬롯사이트 2025년 같은 소설도 전쟁을 막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이 소설은 전쟁을 하지 말자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절대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공상과학적인 요소도 많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내가 느꼈던 것 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해준다. 읽고나면 멍해진다.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머릿속에 많은 생각을 불어 넣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노트1. 요즘은 슬롯사이트 2025년 보니것이라고 많이 표기 하던데, 슬롯사이트 2025년 보니것보다는 슬롯사이트 2025년 보네거트가 더 마음에 든다. 운율이 맞아서 그럴까.


노트2. 커트 보네거트 작품은 대부분 절판되었다(번역된 책도 많지 않지만). 그의 슬롯사이트 2025년이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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