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단지 내 카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여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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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_oil pastel, acrylic on cotten_193.9x259.1cm_2024
수백조각의 쇠비늘을 덧댄 것 같은 갑옷을 입고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고층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다. 머리부터 바닥에 부딪혔는데도 죽지 않고 다시 비상계단을 걸어오른다. 다시 옥상에서 서슴없이 낙하한다. 이번에도 죽지 않고 비상계단을 오른다, 한번 더 떨어지기 위해서. 그렇게 높은 데서 떨어지는데 갑옷이 무슨 소용이야. 한겹 꿈을 열고 나오며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자신에게 묻는다. 그러나 깨어나는 대신 다음 겹의 꿈으로 스며들어간다. 거대한 빙하가 당신의 몸을 내리누른다. 고체인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으스러진다. 빙하 아래로 흐르고 싶다고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생각한다. 바닷물이든 석유든 용암이든, 어떤 액체가 되어서 이 무게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그 꿈까지 열고 나오면 마침내 마지막 겹의 꿈이 기다리고 있다. 회백색 가로등 아래에서 어둠을 지켜보며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꼿꼿하게 서 있다.
생시에 가까워질수록 꿈은 그렇게 덜 잔혹해진다. 잠은 더 얇아진다. 습자지처럼 얇아져 바스락거리다 마침내 깨어난다. 악몽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기억들이 조용히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 머리맡에서 기다리고 있다. (소년이 온다, 밤의 눈동자 중에서)
엄마아_oil pastel, acrylic on cotten_193.9x 259.1cm_2024
가을비가 지나가서 하늘이 유난히 말간 날엔 잠바 속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무릎을 짚음스로 절름절름 천변으로 내려간다이. 코스모스가 색색깔로 피어 있는 길,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죽은 지렁이들에 쇠파리가 꾀는 길을 싸묵싸묵 걷는다이. 네가 여섯살, 일곱살 묵었을 적에, 한시도 가만히 안 있을 적에, 느이 형들이 다 학교 가버리먼 너는 심심해서 어쩔 줄을 몰랐제. 너하고 나하고 둘이서, 느이 아부지 있는 가게까지 날마다 천변길로 걸어갔제.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리는 것을 너는 싫어했제. 조그만 것이 힘도 시고 고집도 시어서, 힘껏 내 손목을 밝은 쪽으로 끌었제. 숱이 적고 가늘디가는 머리카락 속까장 땀이 나서 반짝반짝함스로. 아픈 것맨이로 쌕쌕 숨을 몰아쉼스로.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소년이 온다, 꽃 핀 쪽으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