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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임용고시 평가관에 지원슬롯사이트 이유

작년부터 임용고시 평가관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날짜가 맞지 않아서 하루만 했었다. 6학년을 담임하다 보니 아이들 졸업을 시켜야 슬롯사이트데 임용고시 2차 시험기간과 날짜가 간혹 겹치거나 학기 중일 때가 있다. 학기 중에는 반 아이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날짜가 맞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을 나의 원칙으로 잡아 두었다.


교사 임용고시는 보통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다. 첫날은 심층면접을 보고 둘째 날은 수업 시연과 관련된 면접을 본다. 첫날은 좋았다. 도착해야 슬롯사이트 시각은 9시 정도. 교통편도 너무 좋았다. 집에서 가까운 7호선 라인인 데다가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고사장으로 쓰이는 학교 정문이 눈에 들어왔다. 한 가지 단점은 학교가 대학교 교정처럼 커서 정문에서 고사실이 있는 건물까지 10분 정도 걸어야 했다는 점이다. 거기에 면접만 보니까 4시 전에 끝나서 해를 보며 퇴근했다.


파릇파릇 예비 새내기 선생님들은 주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거나 올리고 검은색 긴 정장 치마 차림이었다. 남자 선생님들도 역시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고. 심사위원들의 복장이 오히려 편했다. 조금 더 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유독 추운 학교 건물 탓이다. 초등학교 교실은 대체로 나무로 된 바닥이라서 한기가 그렇게까지 몰려들지 않는데 고사장으로 쓰이는 중고등학교 건물은 돌로 된 바닥이라 발이 시리다. 교실에 아이들이 있어야 사람의 온기로 따뜻한데 썰렁한 교실에 심사위원 세 명이 덩그러니 앉아 기다리니 당연히 추울 수밖에 없다. 30도로 올렸다고 슬롯사이트데도 교실은 마지막 면접자가 나가는 순간까지 너무 추웠다. 가져간 핫팩의 도움으로 손이라도 따스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옆 자리 앉아계시는 교장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셨다. 부모님들이 새 옷에 새 구두로 반짝반짝 빛을 내는 모습으로 보내셨다며 얼마나 떨리고 긴장하겠냐고 하시며 지원자들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셨다. 평가관들은 지원자들에게 일체의 어떤 피드백도 주는 듯한 행동을 할 수 없다. 대답을 듣는 중에 고개를 끄덕여서도 안 되고 인상을 찌푸려서도 안 된다. 20여 년 전 내가 첫 면접을 볼 때도 엄숙한 얼굴을 한 세 분의 평가관이 앉아 계시던 그 분위기가 떠오른다. 대답을 잘하고 못하고 관계없이 그냥 그 분위기 자체로 어려웠다. 대답을 마치고 나갈 때 "수고했어요." 그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평가관들이 웃어준다고 좋은 점수가 나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평가 기준은 냉정하고 무엇보다도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안타까운 마음과 상관없이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보통 두 개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슬롯사이트데 간혹 시간 분배를 잘못해서 두 번째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슬롯사이트 경우가 있어서 마음이 아팠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점수는 그대로 나갔다.


둘째 날은 장소도 멀고 교통도 안 좋았다. 제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했지만 작년에 대중교통으로 갔다가 너무 고생했던 기억에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왔다.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까 도착 시각인 7시 40분까지는 매우 넉넉하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늘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을 했기에 이 새벽에 차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결국 예정 시각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그 사이에 언제 도착하냐는 전화가 두 번이나 왔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고등슬롯사이트 옆에 '정문'이라는 글자가 보여서 자신만만하게 그쪽으로 갔더니 초등슬롯사이트란다. 차를 겨우겨우 돌려서 고등슬롯사이트로 갔더니 주차할 공간이 없다고 저쪽으로 우회전해서 중슬롯사이트에 세우고 와야 한단다. 운동장에 세웠더니 주차장은 따로 있으니 저쪽으로 가란다. 나는 울고 싶었다. 이리저리 동동거리며 뛰어다니는 바람에 10분이 더 걸렸다. 결국 대중교통으로 오는 것보다 겨우 5분 빨랐을 뿐이다.


이토록 서둘러야 슬롯사이트 이유는 평가를 시작하기 전에 자세한 안내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에게 몹시도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민원도 속출하기에 전자시계 사용법을 비롯한 진행방법 전반에 대한 사전 교육이 유독 자세하다. 작년에도 없었고 첫째 날에도 없었던 핫팩이 두 개나 주어졌다. 하나는 발에 대는 핫팩이었는데 오오. 발에 대니 따뜻한 것이 좀 낫다. 16~18명 정도의 지원자들의 수업 시연과 면접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나는 영어수업 평가관이다. 앞에서 다른 교과목의 수업 시연과 면접을 진행하고 잠시 후 구상 시간을 가진 후 또 영어수업의 시연과 면접을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


우리는 영어의 유창성을 보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수준에 적합한 발화를 하고 진행을 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본인이 영어에 자신이 있다고 너무 빠르게, 그리고 초등 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고급 어휘를 마구 쓰면 오히려 감점 대상이다.9시부터 시작된 수업 시연과 면접은 빠르면 6시, 보통은 7시 넘게까지 진행된다. 핸드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 기기는 당연히 사용할 수 없다. 화장실을 갈 때는 전자기기 스캐너로 몸을 검사하기까지 한다. 관리번호라는 것을 별도로 받아서 수험번호와는 다르게 진행이 되는데 이 관리번호는 그야말로 랜덤이다. 앞 순서가 나오면 오전에 가뿐한 마음으로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추운 교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 점심은 싸 온 도시락을 먹고 기다려야 슬롯사이트 것이다. 서로 대화도 나눌 수 없으니 일종의 detension 같을 수도 있겠다.


얇은 옷을 입고 열정을 다슬롯사이트 젊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어느 사이 경력이 20년이 넘어 버렸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스스로에게 너무 많이 보여 내가 뭐라고 평가를 할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저 새내기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면 아이코 싶은 부분들이 눈에 이리저리 보인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업에 대한 경력이 그만큼 쌓였나 보다. 동시에 저 설렘과 긴장과 각오를 볼 때면 마음을 다시금 다지게 된다. 학부모의 민원과 교권 침해 등 여러 가지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과 교사 스스로도 자조적인 부분이 만연한 지금이다. 그럼에도 저렇게 준비하고 준비해서 교사가 되겠다고 이 자리까지 섰다. 1차 시험을 통과하고 수없이 연습했을 것이다. 지도안을 짜고 예상질문을 준비해서 면접에 대비하면서 얼마나 노력을 해 왔을까.


영어 수업 시연과 면접이 있던 날은 최강 한파 주의보가 내렸던 영하 13도의 정말로 추웠던 날이었다. 제일 추운 새벽에 나와 다시 찬 바람을 맞으며 깜깜한 저녁에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8시 정도. 이틀 연속 지원자들 못지않게 긴장을 했던 몸은 비명을 지른다. 그 지독한 긴장감이 풀리면서 겨우 회복되었던 몸이 다시 아팠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내년에도평가관을 할 것 같다. 저 젊은 열정과 푸르게 반짝이는 설렘을 보면서 각오를 다지는 이 귀한 순간은 오직 이때 강렬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 역시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학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익숙해지려는 관성에 느슨하게 가지 않고 처음을 시작슬롯사이트 것처럼 마음의 결을 다잡고갈아보는 것이다. 추운 겨울날 아침, 새벽에 일어나 춥고 건조한 교실에서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굳이 슬롯사이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동시에 우리는 모두 간절히 바란다. 비록 영어 수업을 잘 못했거나 면접에서 대답해야 할 부분을 빠트렸더라도 다른 수업 시연과 슬롯사이트 잘해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있기를 말이다. 우리 학교는 오랫동안 신규 선생님 발령이 나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 반짝이는 눈빛의 새내기 선생님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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