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무서워한다. 아주 작은 동물이라도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 무섭다. 사진으로 보거나 동물원처럼 멀리서 보는건 괜찮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소름이 끼치고 얼음이 되어 버린다. 어릴 적 강아지에게 물린 경험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내 인생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은 단연코 없을 것이라 장담했다. 반전은 아홉살짜리 아들은 동물을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것이다. 장래희망에 유튜버 다음으로 사육사를 꼽는 녀석. 길 가다 산책 중인 강아지만 보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는 녀석. 그런 아들의 꿈은 당연히 강아지든 사설 바카라든 동물을 키우는 것이다.나에게는다행이고사설 바카라에게는불행하게도사설 바카라에게는동물털 알러지가있어집에서키우는것은절대로안된다고신신당부를해 둔 참이었다.
얼마 전 아파트 옆길에 난 산책로에 검은 사설 바카라 한마리가 출연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끼고 있는 골목이라 워낙 아이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길인지라 그 사설 바카라는 한순간에 인기스타가 되었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모두 너도나도 자리 잡고 앉아 사설 바카라 사진을 찍고 쓰다듬고 있었다.보통길사설 바카라라면으슥한곳에있거나사람의손길을피해도망갈법도한데이 사설 바카라는가만히누워사람손길을타고있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사설 바카라가 그 자리는 지킨지 사흘인가 나흘쯤 되던 날, 아들과 함께 하교하는 길이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나와 아들을 본 사설 바카라가 불현듯 몸을 일으키더니 나와 아들의 뒤를 종종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
가뜩이나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잔뜩 긴장해서 "따라오지 마!" 하며 손짓을 하자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나와 아들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그 눈빛이 어찌나 아련한지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마음이 쓰일 정도였는데 아들은 오죽했을까. 역시나 아들은 "엄마 잠깐 기다려봐." 하더니 사설 바카라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급기야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어느새 사설 바카라 주변으로 아이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사설 바카라를 포위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아줌마, 얘 배가 고픈거 같아요."
"사람 손을 탄 사설 바카라 같아요. 도망을 안 가잖아요."
"아 불쌍해"
속으로 '나한테 왜 그래 얘들아'라는 말을 삼키며 사설 바카라에게 집에 가자고 계속 말을 해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잠깐! 그래도 장래희망이 사육사인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아들에게 어떤 모범을 보여야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순간 스치고 집에 있는 참치캔이라도 하나 갖다줘야겠다는 오지랖이 발동. 부랴부랴 집에 가서 참치캔을 들고 등장하는 순간. 사설 바카라는 흥분해서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나는 너무 놀라 참치캔 뚜껑을 겨우 열고 멀찌감치 던져버렸다. 그리고 사설 바카라는 오랫동안 굶은 듯 참치를 먹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며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니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도 혹시라도 나를 캣맘으로 오해하며 어떻게 하나 고민이 들었다. 길사설 바카라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을 캣맘이라고 하는데 이런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멀리서 사설 바카라와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며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센터에서는 사설 바카라 사진을 보더니 품종사설 바카라가 아니라 입소대상이 아니라며 방법이 없다고 했다. 참치 캔을 다 비운 사설 바카라는 자리를 잡고 누워 낮잠을 자기 시작했고 뒷정리를 하고 아이와 집으로 돌아왔다.
사설 바카라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괜스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으니 먹이를 주는 일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센터에 신고했으나 방법이 없다고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그래도 마음이 한구석이 왠지 불편했다.
다음날 길을 지나가다보니 사설 바카라 사료와 물이 놓여져있고, 그 옆 한구석에 아예 사설 바카라가 자리를 잡고 누워있었다. 누군가는 지나가며 "누가 길사설 바카라에게 먹이를 주느냐"며 한소리했고 아이들은 너도나도 사설 바카라에게 인사를 건네며 길을 지나갔다. 사육사가 되고 싶다는 아들도 그 중 한 명이다.
이제 이 길사설 바카라는 내 눈에 띄어도 띄지 않아도 끝내 내 맘을 불편하게 만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