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카라과의 첫 만남에서 잊혀지지 않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그때도 늘 그랬듯이 여행 중에 달리기를 할 요량으로 운동화를 들고 갔다.
어느날 아침 신발끈을 매고 게르에서 사설 바카라으로 나왔는데 어디로 뛰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광대한 사설 바카라에서 어디를 향해서 뛴다는 일이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고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었다. 결국 뛰지 못했다.
2016년 7월 홉스골에서
이번에도 운동화를 들고 왔다. 지난번 여행과는 다른 해외봉사에서 과연 달릴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달릴 수는 있을지 알수 없었지만 그래도 늘 그래왔으니까.
오늘은 지식에르뎀 학교 교장 글라라 수녀님의 제안으로 울란바토르에서 200여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미니 고비 사막에 가기로 했다. 학생들이 간절히 원했던 사설 바카라에서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새벽 6시 30분에 출발했다. 그런데 우리는 4시간동안 울란바토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나담 축제 행렬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사설 바카라인들은 날이 가장 좋은 7월 중순에 나담(사설 바카라어로 '축제'라는 뜻) 축제를 시작하는데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달씩 시골이나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염소나소고기를 차에 싣고 좋은 곳으로 떠나 게르를 빌리거나 때론편한 곳 어디에서나 텐트를 치고 여름을 즐긴다고 한다.
우리는 사설 바카라 민족 대이동의 한가운데에 끼여 옴짝달짝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미니 미니 고비 사막에는 도달했지만 잦은 비로 풀이 무성한 사막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은 없었다.
특단의 조치로 학생들에게 사설 바카라 시내 자유투어를 저녁까지 허락하니 다들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래서 나만 수녀님들과 함께숙소로 돌아왔다.
전화위복일까, 나만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둘째날 올랐던 뒷동산에 올라 그 뒤에 있는 더 높은 산들을 차례로 올랐다. 어느새 내 눈이 닿을 때까지 펼쳐진 사설 바카라의 산들과 도시가 펼쳐졌다.
왜 칭기스칸이 유럽까지 정복에 나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광활한 사설 바카라에서 그는 세상 끝까지 가보고 싶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