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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5호실 (7)

기억 4- 첫 전시회

몇 개월을 벌판 같은 건물에서 지내던 그들은 드디어 근처 상가 2층의 미술학원을 세로 얻었다. 제대로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들어간 첫 작업실이었고 첫눈 내리던 1993년 초겨울이었다. 그다지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10명의 슬롯사이트사이트이 이젤을 놓을 정도는 되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작업도구를 수납할 수 있는 장이 있고 복도를 한참 돌아나가면 화장실도 있었다.


새로운 작업실은 그들의 전시회와 무관하지 않았다. 전시 날짜가 잡히면서 안정적인 분위기를 원했기에 다소 비싼 월세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전시회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와 있었고 그들의 열기는 한껏 고조된 상태였으나 이전처럼 슬롯사이트사이트에 몰두하진 않았다. 이미 액자 작업에 들어간 작품이 결정되고 난 후라 당연한 일인지 몰랐다.


팸플릿이 처음 나오던 날 슬롯사이트사이트 감격했다. 표지 포함해서 여섯 장이었기 때문에 한 페이지에 두 사람의 그림이 실렸다. 팸플릿은 밍과 참이 만들었고 그림의 배치도 그들이 했으므로 사실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었다.

“아시겠지만 주제와 색채를 신경 안 쓸 수가 없었어요. 어쨌든 이 팸플릿 자체도 작품이니까요.”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참과 싱의 그림을 부각한 것이 확실했다. 내게 보이는 그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었으나 감히 밍에게 말을 할 슬롯사이트사이트은 없었다.


“타이틀도 일단 ‘10인 10색’이라고 했는데 이 모임의 이름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사용하죠.”


“뭘 그래? 다음에 7명이 하면 ‘7인 7색’, 2명이면 ‘2인 2색’ 이면 되지. 굳이 이름을 정할 필요가 있을까?”


얼마 전 이름을 정하는 게 어떠냐고 슬쩍 비쳤다가 묵살당한 대머리 영이었다.


“와, 뒤끝 작렬이네요. 농담이고요. 그것도 괜찮죠.”


밍이 웃지도 않고 하는 말에 슬롯사이트사이트이 대신 웃었다. 그렇게 이들은 이름을 가지지 못한 채 지내야 할 운명에 처했다. 전시회나 해야 이름이 생기는.


과정은 꽤 복잡했다. 전시장 계약부터 액자 제작, 그리고 현수막과 포스터 붙이는 일까지 그들이 직접 발로 뛰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전시 시작하는 날 소소한 다과를 준비하는 것, 팸플릿과 사인북 세팅하는 것, 사진을 찍는 것, 전시장 담당자의 순서를 정하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슬롯사이트사이트의 배치 등이 밍의 타임테이블에 따라 진행되었다.

쉽지 않았던 과정을 끝내고 마침내 오픈하는 날 갤러리에는 50명가량의 슬롯사이트사이트이 모여들었다. 10명의 작가들과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이었다.


나는 율의 손에 이끌려 음식 테이블의 가운데 놓였고 슬롯사이트사이트 키득거리며 웃었다. 무슨 시계가 저래? 시계는 왜 놓은 거야?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한 마스코트예요. 우리 모임이 이름은 없지만 시계는 있지요.”


평소와 다르게 깜찍한 미니 원피스를 입은 율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아하 하는 눈빛으로 율에게 집중했다. 그러나 그 눈빛은 춥지 않아 율? 하고 묻는 것 같았다. 1월이었고 율은 부츠도 아닌 단화에다가 얇은 스타킹 차림이었다.


“관장님이 갤러리를 대여해 주셔서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이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밍이 옆에 있던 키가 크고 깡마른 여자를 소개슬롯사이트사이트. 처음 보는 그 여자는 집시풍의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서너 겹은 겹쳐진 것 같아 춥지는 않겠으나 정신이 산란슬롯사이트사이트.


“축하드립니다. 10인 10색 전. 제가 그냥 대여해 드린 것도 아닌데 쑥스럽네요. 성황리에 마치시길 바랍니다.”


슬롯사이트사이트 마치 주인공이 그 여자인 듯 박수를 쳤다. 박수를 받을 사람은 10명의 작가들이거나 적어도 밍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했다. 자본주의의 논리는 어디서나 우선이라고 언젠가 율에게서 들었던 그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율은 박수를 안 쳤는지도 몰랐다.

키 크고 깡마른 여자가 사무실 쪽으로 나가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데 누군가 물었다.


“성황리란? 무슨 의미일까요?”


음식 접시를 들고 자신의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 경쾌하게 받았다.


“슬롯사이트사이트이 팔린다는 거겠죠? 다 팔리면 좋지 않겠어요?”


참의 말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곧 시끄러워져서 그녀의 말은 묻혀버렸다.


“그렇지. 그럼 좋지. 참은 작품을 사실 분이 오신 모양이네?”


싱이었다. 싱은 연주회 복장이어서 공주 같았다.


“독창회 때 입었던 옷이야. 더 살찌면 못 입을 것 같아서.”


슬롯사이트사이트 잘 어울린다며 칭찬했지만 싱이 독창회를 했던 시점이 언제였던가를 각각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여기 보세요. 작품이 팔렸네요. 정말.”


율이 작게 소리쳤다. 그러고 보니 참이 그린 풍경화 옆에 빨간 작은 원형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국일의 소나무에도 스티커는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찬조작품인 밍의 제법 큰 유화 정물 옆에도 그랬다. 전시장은 수런거림으로 일렁였다.


‘뭐야, 누가 슬롯사이트사이트을 얼마에 산다는 거야?’


슬롯사이트사이트 입으로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시선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아는 슬롯사이트사이트이 사 준 모양이네. 모른 척할 수는 없고.’

‘참의 남편은 회사 중역이라며? 그 회사 대표가 사라고 했나 봐.’

‘국일은? 시어머니가 샀나? 부자라고 소문 자자했잖아. 저기 화사하게 입은 노인네가 계속 국일을 몰고 다니는 걸 보면 맞네.’

‘밍의 슬롯사이트사이트은 얼마에 팔렸을까?’


나는 가만히 있었지만 그들의 소리가 마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들의 궁금증은 나의 것이기도 슬롯사이트사이트.

한바탕 사람들이 빠지고 나서 남은 슬롯사이트사이트 다시 테이블 주변으로 모였다. 겨울의 저녁은 금방금방 짙어졌지만 가끔씩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어서 갤러리의 덧문은 아직 열어 놓은 상태였다.


“작품을 살 수도 있나요?”


어려 보이는 얼굴의 여자가 같이 온 남자의 손을 꼭 잡고 물었다.


“작가에게 물어봐야 되는데요. 어떤 작품이신지.”


밍이 나서서 전문적인 딜러처럼 여자의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밍에게서는 처음 맡는 향기가 났다. 장미 정원에 서 있는 느낌이 드는 냄새였다.

여자는 화면 가득 모래만 흩어 놓은 듯한 수의 슬롯사이트사이트을 가리켰다. 그 광경을 떨어진 곳에서 보던 수가 밍을 향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밍의 표정이 ‘왜?’하는 얼굴이었다. 수는 다시 검지를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안 판다는 뜻이 분명했는데 밍은 왜 못 알아듣는 것일까 궁금했다.

결국 여자와 손을 잡은 남자는 잘 봤다고 인사를 하며 떠났고 갤러리는 덧문을 닫았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이제 한적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천천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서로 찍어주곤 했다.


“정리합시다. 쓰레기봉투 준비해 주시고.”


싱이 손뼉을 탁탁 치며 소리쳤다. 그녀는 어느새 드레스를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남은 빵 챙겨 가실 분!”


율의 이야기에 아무도 대답이 없자 율이 챙겨 가방에 넣었다. 나를 담아 오느라 제법 큰 가방을 가져왔기 때문에 빵 정도는 담기고도 남았다.


“음료수와 쿠키는 내일 당번을 위해 좀 남겨놓지요. 내일 누구신가?”


“저와 국일이 첫 번째인데 시간 되시는 분들은 놀러 오세요. 애기들도 데려오시고. 그런데 밍, 슬롯사이트사이트 값은 어떻게 정해요?”

율의 질문에 슬롯사이트사이트의 얼굴이 궁금증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정작 그림이 팔린 참이나 밍, 국일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아시겠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지인들이 구입하셨어요. 가격도 그분들이 맘대로 주실 거예요. 제 것에도 스티커가 붙었지만 팔린 건 아녜요. 관장님이 갤러리에 한 점 정도는 기증했으면 하기에 그렇게 붙인 겁니다. 나중에 소장전 같은 거 할 때 쓸 일이 있을까 하는 거죠. 물론 버려질 수도 있어요.”


밍의 말에 슬롯사이트사이트의 표정은 평안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런데 아까 그 연인 같은 슬롯사이트사이트이 수의 작품을 골랐잖아요? 안 파신다고 했지만 만일 팔 경우는 어떻게 해요?”


호기심 많은 율의 질문에 슬롯사이트사이트 또다시 궁금한 얼굴로 밍을 돌아봤다.


“아마추어의 경우 대개 그 시대 미대생들의 가격에 준한다고 들었어요. 우리 때는 호당 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좀 오르지 않았을까요? 수의 그림이 20호니까 한 30만 원정도 되겠네요. 그러나 말 그대로 호가일 뿐이에요. 팔고 사는 슬롯사이트사이트 마음이니까요.”


슬롯사이트사이트 오! 하며 수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수는 그 잘생긴 얼굴을 돌리며 무안해했다. 덕분에 난 수를 맘껏 볼 수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후 슬롯사이트사이트 나를 남겨둔 채 떠나갔다. 나는 이제 일주일간 이 공간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내일은 일단 율과 국일이 오고 종일 있을 것이다. 물론 밍도 올 확률이 거의 90%이지만.


불이 완전히 꺼지고 비상등만 어렴풋이 밝혀진 갤러리에서 10명의 슬롯사이트사이트이 그려놓은 그림들이 말이라도 붙여올 것 같았다. 정말 그림은 그 사람인 듯 율의 그림에서는 율이 나오고 싱의 그림에서는 싱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밍의 그림도 밍의 도도함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모든 슬롯사이트사이트이 다 그림 속에 있었으나 수의 그림에 수는 없고 빈 공간뿐이었다.

나는궁금슬롯사이트사이트.수는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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