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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삶이 곧 시가 되던 시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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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월, 어느 존경하는 브런치 작가(소오생)의 중국 문학에 관한 글을 읽었다. 내가 익히 알고 있었던 중국의 건축가이자 시인인 린후이인과의 연애사로 1920년대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는 문학청년 쉬즈모의 시, 슬롯 꽁 머니 소재로 쓴 매우 흥미 있는 글이었다. 특별히 중국 근현대 문학에 대한 학습은 없었지만, 오래전 중국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하면서 중국에 대한 인터넷 강의를 몇 달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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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소재로 이야기를 펼친 조정래 선생님의 소설, ‘정글만리’(해냄)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딱히 기억나는 이야기는 없지만 20대 때 읽었던 김홍신의 소설 ‘인간시장’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문학에 지식이 일천한 한 사람의 독자로서의 주관적 생각일 뿐이다. 지금은 그 소설 ’ 인간시장‘에 대한 기억 역시 주인공 장총찬과 그의 여자 친구 다혜 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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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의 봄날, 벚꽃 필 때만 되면 꼭 한 번씩 꺼내 읽는 시, ‘슬롯 꽁 머니 이 세상 4월의 하늘입니다 ‘의 린후이인과 그의 연인 쉬즈모에 관한 그 브런치 글을 읽고 너무 반가운 나머지 댓글을 달고 아는 체를 했다. 그리고, 밤 열두 시를 넘긴 시간에 쉬즈모의 시 ’ 우연‘에 직접 곡을 붙이고 노래를 부른 홍콩배우 진추하의 노래를 침대에 누워 아이팟을 끼고 들었다. 누구에게나 삶이 곧 시가 되던 시절은 있었다.


슬롯 꽁 머니태기산 에코800 숲길, 강원도 둔내


슬롯 꽁 머니 이 세상 4월의 하늘입니다


저는 슬롯 꽁 머니가 이 세상 4월의 좋은 날이라 말해요

웃음소리가 사방의 바람을 환히 켜고

봄의 산뜻함과 아름다움에 가볍고 날렵하게 서로 춤을 추네요


슬롯 꽁 머니 4월 아침의 구름안개입니다

황혼에 바람의 노래 불어오고,

별들은 무심결에 반짝이는데 가랑비는 꽃 앞에 어지러이 떨어지네요


그 가벼움과 우아함은 슬롯 꽁 머니이고,

온갖 화려한 꽃의 관은 슬롯 꽁 머니가 쓰신 것이고,

슬롯 꽁 머니 천진하지만 장엄한, 매일 밤의 둥근달이에요.

슬롯 꽁 머니 마치 눈 녹은 후 그 담황색과 같고

슬롯 꽁 머니 신선한 첫 싹을 틔운 푸르름이에요

여린 희열, 물 위에서 슬롯 꽁 머니의 꿈에서 기대한 백련화가 떠다니네요.


슬롯 꽁 머니 꽃을 피우는 한 그루 한 그루 나무이고,

슬롯 꽁 머니 처마 밑에 재잘거리는 제비이고, 슬롯 꽁 머니 사랑, 따뜻함, 희망이고,

슬롯 꽁 머니 이 세상 4월의 좋은 날입니다


린후이인 (林徽因)



늘 생활하면서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살지만, 그 노래 ’ 슬롯 꽁 머니‘은 70년대 최고 흥행 영화 중의 하나인 ‘사랑의 스잔나‘(1976)의 삽입곡이었기에 타임머신을 타고 나는 이미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소설가 성석제는 “진추하는 내 사춘기의 들창이며 코드였다.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나 역시 그때 그 시절, 그런 사춘기를 보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기억이 좋았으면 추억이 되고 나빴으면 경험이 될 터인데, 그 진추하의 기억은 추억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최근 다시 리메이크했던 드라마 ’ 수사반장 1958‘(mbc)처럼 그 야만의 시절, 후진국의 삶이 무엇이 그리 좋았겠는가.


개다래


지금 이 순간의 착각일 뿐, 그 시절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젊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그리운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과거보단 현재, 지금이 좋을 뿐이니까. ‘치열하게 사는 것, 그 외엔 방법이 없다’라는 전혜린의 글을 잊지 않고 살았다.


우리는 모두 결말이 불확실한 여행을 하는 자유인이다. 이번 생에 내게 주어진 삶만큼은 치열하게 살고, 혹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대도 정중하게 사양할 테다. 이번 생에 별 미련도 아쉬움도 없을뿐더러 다시 사는 건 재미없으니까.



싱어송라이터 진추하가 작곡하고 노래했던 그 쉬즈모의 시 ‘슬롯 꽁 머니’은 쉬즈모와 린후이인, 그들의 복잡한 연애 감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단어 그 자체로 이미 매우 로맨틱하다. 어떤 인연이 없이 슬롯 꽁 머니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물음에 마땅히 대답할 말은 없지만 인연을 거꾸로 읽으면 연인이 되니까. 조금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슬롯 꽁 머니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늘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우 연 ( 偶 然 )


나는

빈 하늘에 한 조각구름


어쩌다 슬롯 꽁 머니 가슴에 그림자 던지면

슬롯 꽁 머니 노여워 말고

더구나 기뻐하지 말게


나도 나를 몰라 언젠간 사라지네


우리가 어두운 밤, 바다 위에 만날 때

슬롯 꽁 머니 그대의,

나는 나의,

갈 길이 있네.


슬롯 꽁 머니 나를 기억해도 좋고

그보다는 아예 잊어버리게.


다시 만날 때,

서로 빛을 나누세.


쉬즈모 (徐志摩)



헤르만 헤세는 그의 소설, 데미안에서 “슬롯 꽁 머니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 무엇인가 간절하게 원했던 것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슬롯 꽁 머니이 아니다. 자신의 간절한 소망과 필요가 그곳으로 인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간절함은 우주의 기운을 움직이고 슬롯 꽁 머니한 인연은 필연이 된다.


하지만, 바쁜 사람들은 대개 영화, 문학, 음악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 작가님 덕분에 진추하의 노래 슬롯 꽁 머니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생 뭐 별거 없다. 이런 작은 재미를 잃지 않는 한, 또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한, 우리의 삶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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