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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숙소 '주툴푹 곰파'는3가지 한자가 혼용되어 복잡하다.현장에 달아 놓은 현판에는 ‘존추보사(尊追普寺)’와 ‘준주보사(遵珠普寺)’로 병표기돼 있지만, 바이두 백과의 슬롯사이트 업 코라 지도상에는 ‘조초사(祖楚寺)'나와 있다. 애매한 슬롯사이트 업 발음을 복잡한 한자로 음역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흔한 사례일 것이다. 첫날 숙소인 디라푹 곰파(直热普贡巴, 止热寺) 역시마찬가지였다.이번 여행슬롯사이트 업만 해도지명에관한 한이런 경우들을 흔슬롯사이트 업접하고 있다.


주툴푹 곰파는 11세기 성자 밀라레파(米拉日巴)가 수행했던 동굴 사원으로 유명하다. 사원 내부에 그의 금동 좌상이 모셔져 있다고 했지만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슬롯사이트 업 불교의 주요 뿌리에서 닝마파(宁玛派)의 구루 린포체인 파드마삼바바(莲花生)와 겔룩파(格鲁派)의 모태인 까담파(噶当派)의 아티샤(阿底峡)와 함께 3대 성자로 꼽히는 이가 까규파(噶举派)의 밀라레파이다.


슬롯사이트 업정상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뵌교의 4개 종교 모두슬롯사이트 업 신들의 거처로 숭배되는곳이라서 아직까지누구도올라본적이없다고 한다.그러나사람예외가있었으니 그가 바로밀라레파로 알려져 있다.그가 이곳 동굴에서 수행정진할 때 불교를 배척하는 토속 뵌교의 수행자들을 경쟁에서 압도해 이기면서 슬롯사이트 업 불교가 널리 대중화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인간세상의 즐거움이란 한낱 꿈과 같구나.

부와 명예도 아침 햇살에 스러지는 이슬이요,

젊음과 아름다움 또한 바람 앞의 등불일 뿐.

오직 진실된 수행만이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밀라레파의 ‘십만송(十萬頌)’에 담긴 금언(金言)들은 천년이 지난 세속의 우리 모두에게도 종교와 관계없이 큰 울림을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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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푹 곰파의 내부까진 볼 수 없었고, 열린 일부만 살짝 들여다보고 아침 9시에 숙소를 나섰다. 군데군데 덜 녹은 눈이 조금씩만 남아 있을 뿐 5월의 봄날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다. 어제의 최고 해발보다 900m 낮은 위치라서 고산증 염려는 거의 없어졌다. 뒤로 멀어지는 슬롯사이트 업의 동남쪽 사면과 주변 설산들을 자주 뒤돌아보게 된다. 낙석이나 작은 산사태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입간판이 도중에 있었지만 그다지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저지대인 때문인지 어제보다 오체투지 순례자들이 유독 더 많이 눈에 띈다. 둘씩 셋씩 함께하는 이들 속에 남성들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여성들만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오체투지 티베트인들의 마음속에는 단단한 믿음이 있다고 한다. 슬롯사이트 업 코라를 이렇게 오체투지로 한 번 돌면 현생에서 쌓아온 죄업들이 깨끗이 씻어지고, 열 번을 돌면 앞으로의 윤회에서 지옥에 떨어질 일이 없어지고, 또한 108번을 다 돈다면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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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순례 도중 사망하는 경우는 특별한 공덕으로 간주되어 극락왕생이 보장된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도 이런 믿음이 그려진다. ‘슬롯사이트 업’의 중국 이름 ‘강 린포체(Gang Rinpoche)’을 제목으로 한 영화 <岡仁波齊는 티베트인들의 오체투지 순례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다. 2015년에 제작됐지만 티베트 문제에 민감한 중국 정부의 상영 금지 조치로 2년 후에 겨우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선 <영혼의 순례길이란 제목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되고 2018년에 극장 개봉된 바 있다.


티베트인 11명이 실제로 치러내는 1년 동안의 오체투지 순례 여정을 영화는 아름다운 사계절 영상에 담아 리얼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온몸을 던지며 자로 재듯이 거쳐간 지역은 티베트의 동남쪽 끄트머리인 고향 망캉(芒康)에서 성도 라싸까지 1,200km에, 다시 성산 슬롯사이트 업까지 1,300km를 더하여 총 거리 2,500㎞에 이른다. 게다가 전문 배우가 아닌 시골마을 이웃사람들로 구성된 실제 순례단의 실제 오체투지 여정이다.


죽기 전에 꼭 한번 슬롯사이트 업로 떠나고 싶어 하는 한 노인의 소망이 시발이 되어 시작된 순례길이다. 제일 연장자인 이 노인은 자신의 삶이 얼마 안 남았음을 예감하고 있었고, 결국은 막바지 순례길에서 숨을 거둔다. 평생 소만 키우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온 노인이다. 난생처음 바깥세상으로 나아가 꿈에 그리던 성지의 모습들을 가슴에 담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은 것이다.


노인의 장례는 슬롯사이트 업 코라 초입인 경번광장(经幡广场) 양퇴불탑(两腿佛塔) 인근에서 천장(天葬)으로 치러진다. 우리 일행이 그저께 지나온 곳이다. 슬롯사이트 업 설산 남벽이 장엄하게 드러나는 절벽 위에 노인의 시신이 놓이고, 스님들의 염불소리와 함께 하늘 위에선 노인의 육신을 천국으로 모셔갈 독수리들이 하나 둘 떼를 지어 모여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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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는 거리는 6km에 불과하다. 어제 하루 돌마라 고개까지 넘으며 22km를 걸었던 고난도에 비하면 오늘은 누워 떡 먹기 수준이다. 게다가 평지나 다름없는 완만한 내리막 구간이다. 슬롯사이트 업를 등지고 걷는 길, 언제 다시 이곳에 오랴 싶어 자꾸만 뒤돌아보고 있다. 어제와 그제는 우리가 그렇게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눈안개와 구름 속에 꽁꽁 숨어 있던 슬롯사이트 업가 이렇게 점점 멀어지는 오늘에야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정면으로는 이틀 동안 슬롯사이트 업 산군에 가려 보이지 않던 히말라야도 장엄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 멀리 설산과 지평선 너머에 뻗어 있을 네팔과 인도의 모습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막바지 걸음을 옮겼다.


숙소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에 종착지인 6km 지점에 이르렀다. 허름한 휴게소 건물 옆으로 눈에 익은 버스 한 대가 대기 중이었고, 슬롯사이트 업 코라 52km의 원점회귀를 위한 마지막 6km를 우리는 편안하게 앉아서 20분 만에 도착했다. 짐 맡겨둔 숙소 옆 식당에 모여 앉아 시끌벅적한 점심식사를 일행 모두 함께했다. 슬롯사이트 업 코라를 성공리에 마친 서로에 대한 축하 자리이기도 하였다.다르첸 하늘은 그제 아침 떠날 때와는 달리 화창하게 맑았다. 마을 뒷산 너머로 슬롯사이트 업 남벽이 웅장하게 솟아올라 특히 반가웠다. 다르첸 마을의 대표 이미지인데 떠나는 오늘이라도 이렇게 온전히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마을 거리에 길게 늘어선 전신주들 옆으로는 온통 중국 국기가 펄럭이는 것처럼 보인다. 오성홍기 깃발 조형물들이 몇 미터 간격으로 수없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 붉은색 물결이 파란 하늘과 자극적 대비를 이루는 풍경이 내 눈에는 어쩐지 거슬린다. 신성한 슬롯사이트 업 코라의 시종점인 이곳 다르첸 역시 티베트 장족(藏族)이 아닌 중국 한족(漢族)이 점령한 땅임을 과시하는 듯 보인다. 우리가 오늘 점심 포함해 세끼를 해결한 식당 성도반점(成都飯店)의 주인장 역시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이주해 온 한족이다. 이런 티베트 오지 마을의 식당 상권에서조차 원주민 장족들은 한족에게 밀려나 있다. 티베트 땅에서 티베트인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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