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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5. 2024
아내를 볼 낯은 없고 참치주먹밥
49. 참치주먹밥
아내를 볼 낯이 없다.
아내는 당초 나 같은 놈과 결혼할 인물이 아니었다.
사설 바카라;아니, 니가 어떻게 저런 사람이랑 만나서 결혼을 하는 거야?사설 바카라;
미안하지만 너 같은 놈을 소개시켜주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나한테 소개팅 한 번 안 해준 친구가 내 아내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내게 내뱉은 소리였다.
내심 적이 동의했다.
아내는 맑다. 선하다. 구김살이 없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넘치도록 인간적이다. 여리다.
반면, 등가교환처럼 일머리가 없다. 약삭빠르지 못하고, 창조적이지 못하다. 눈치도 없다.
무엇보다, 사람을 볼 줄 모른다.
그래서 못난 남편과 결혼했다. 배우자를 잘못 골랐다.
아내는 햇볕이었고, 나는 나그네였다. 오랜 시간을 들여 끈질기게, 꽁꽁 싸매고 있던 옷을하나씩 벗겼다.
사설 바카라;오빠는 왜 나한테 사귀자고 안 해요?사설 바카라;
인연을 처음 시작한 것도 아내였고,
사설 바카라;나랑 결혼 언제 할 거에요?사설 바카라;
남은 생을 함께 하자고 한 것도 아내였다.
사설 바카라;오빠가 나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오빠를 더 좋아하는 거 알죠?사설 바카라;
자존심이 상할 법한 애정표현도 꾸준했다.
사설 바카라;아뇨, 예전엔 그랬는데 이제는 모르겠어요. 내가 아내를 더 좋아하는 같아요. 정말 엄청 좋아하거든요.사설 바카라;
그 결과, 아내의 손에 이끌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던 남자는, 아내 없이는 살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아내를 좋아한다.
두텁떡 같은 종아리와 잔털이 빼곡한 인중, 습한 김을 내뿜는 비공과 바싹 누워 바위에 붙은 파래 같은 머리털에도.
야무지지 못한 솜씨와 어두운 일머리, 활동성 없는 취향과 그리 박식하지 않은 앎에도.
세상의 땟국물에 요만큼도 물들지 않은 것 같은 해맑음. 그리고 나를 향한 무한한 애정.
아내는 나를 미안하게 했고, 미안함을 넘어 애정 어리게 했다.
아내는 웃상이다. 웃음이 예쁘다.
늘 웃게 해주고 싶다. 우울한 얘기는 안 하고 싶고, 못난 모습은 안 보이고 싶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내에게 늘 절망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사설 바카라;나 많이 힘들어요. 일 그만하고 싶어요.사설 바카라;
남편 따라 연고지를 두 번이나 옮긴 아내에게, 남편은 무책임한 말 뿐이다.
사설 바카라;그냥 우리 다 그만두고, 집값 싼 곳으로 내려가 살면 안 돼요?사설 바카라;
참을성이 없고 정신력이 약한 남편은 당장의 고생을 벗어나고 싶어 시야가 잔뜩 좁아져있다.
늦은 밤, 퇴근을 하고 간신히 아내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사설 바카라;남편, 힘들죠. 고생했어요.사설 바카라;
아내는 예의 그 선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해주었지만
사설 바카라;에에, 나 지금 좀 힘들어서요. 좀 누울게요.사설 바카라;
남자는 제대로 옷도 못 갈아입고 운동 매트 위에 몸을 구겨던졌다.
사설 바카라;남편 저녁도 못 먹었죠. 뭐 먹을래요? 좀 해줄까요?사설 바카라;
사설 바카라;아니 아니, 됐어요. 나 지금 뭐 안 먹어요. 그냥 잠깐 나 놔둬요.사설 바카라;
참 소중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 줄 에너지마저 바닥난 상태. 뭐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 되어 있다.
사설 바카라;남편, 그럼 조금만 쉬고 있어요.사설 바카라;
아내는 조막만한 손으로 남편의 양말이며 옷가지를 정리하더니, 어디론가 총총 항했다.
설피 잠에 들었다가 아내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사설 바카라;남편~사설 바카라;
그러고 보니, 은근하게 흐르는 고소한 내음. 아무것도 먹지 못해 허기진 배 탓에 이끌리듯 나간 식탁에는 참치 주먹밥이 오열을 맞추어 가지런히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사설 바카라;아니이이~ 남편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는 했는데~ 남편 뭐 안 먹었을 거 같아서 내가 이거라도 했어요. 괜찮아요?사설 바카라;
작은 참치 한 캔, 도시락 조미김, 그리고 즉석밥 하나. 아내 말에 제대로 대꾸도 안 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뜨거운 밥을 손으로 호호 불어 만져가며 동글동글 주먹밥을 빚어낸 거다. 해본 적도 별로 없고, 요리도 영 파이라, 고지식하게 손 끝이 다 뜨거웠을 텐데.
나는 아내를 안으며,
사설 바카라;미안해요. 내가 너무 못났어요.사설 바카라;
아내는
사설 바카라;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내 남편이 뭐가 못나요. 얼마나 잘난 사람인데요.사설 바카라;
사설 바카라;남편은 내 사랑이에요. 엄청 귀엽고 좋단 말이에요.사설 바카라;
사설 바카라;진짜 좋아해요.사설 바카라;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니, 아내가 묻는다.
사설 바카라;어때요? 맛은 괜찮아요?사설 바카라;
아니, 싱거웠다.
참기름은 좀 두른 것 같은데, 간은 안 한 것 같았다. 참치랑 김에 간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사설 바카라;응, 맛있어요!사설 바카라;
하지만 맛있었다. 내가 받을만한 대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접보다 아득히 높은 대접을 나는 아내에게 받고 있다.
아내를 볼 낯이 없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들려주고 싶은데, 도통 그러지 못하는 까닭이다. 오직 볼맨소리만 해대는 까닭이다.
가까운 미래에, 아내에게도 밝은 무언가를 주고 싶다. 내가 아내 덕에 사는 것처럼, 아내를 의지하며 사는 것처럼, 나도 아내에게 그러한 힘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히
참치주먹밥은 맛있었고,
나는 내 아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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