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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기록 1-2
지금은 진단받고 4일째 되는 날 새벽 1시 42분이다.
막연하고 두려운 병 앞에서 언제 어느 때의 나의 컨디션이 가장 좋을지 몰라 시간이 나고 기억이 선명할 때 무언가라도 남겨놓고 싶은 마음에 노트북을 킨다.
택시에서 내리는 남편을본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미안하다'였다.
나도 그렇지만, 왜 우리 슬롯 꽁 머니에게 이런 가혹한 시간을 맞게 한 것일까.
내가 믿는 신은 없지만, 하늘이 참 원망스러웠다.
얼떨떨한 표정의 슬롯 꽁 머니는 애써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마음일 거다.
믿기지 않으면서도 두렵고 두려운 마음.
입원수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손을 맞잡았다.
하늘이 뚫린 것처럼 하염없이 비는 쏟아지고,
슬롯 꽁 머니도 나도 정신을 바로 차리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렷한 마음은 이제한순간도 떨어져 있기 싫다는 것.
20살 때 처음 만났다.
한두 번의 스쳐간 남자친구는 있었지만,
슬롯 꽁 머니 무엇인지 사랑하는 마음의 대상과는 어떤 마음을 나눌 수 있는지, 슬롯 꽁 머니 어디까지 품을 수 있는지를 몸소보여준사람.
어디 가서 농담처럼
'첫슬롯 꽁 머니랑 결혼해서 아쉬운 게 많다.
껌을 방정맞게 씹을 때 헤어졌어야 했다.헤어짐을 실패했다'라고 얘기했지만.
난 슬롯 꽁 머니랑 결혼한 걸 후회한 적이 없다.
술자리에선 늘 다시 태어나서 결혼해야 한다면 슬롯 꽁 머니를 찾아서 할 거라고 했었으니까...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고 출산 후내 모습이 변해도 한결같았던 사람.
내년이면 결혼 20주년이다.
슬롯 꽁 머니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하기로 했었는데...
부부가 슬롯 꽁 머니 산지 10년이면 이제 의리로 산다지만,
난 슬롯 꽁 머니와 함께라서 언제나사랑 속에있을수 있었다.
주변의 지인들도 그런 말들을 했다.
나를 보면 사랑받는 여자라는 게 느껴진다고.
맞다.
나 잘난 맛에 사는 것처럼언제나당찬 나였지만 나의 당당함엔 늘 슬롯 꽁 머니의 사랑이 깔려있었다는 걸...
남자를 얕보는 성격이었던나에게 유일하게 단단한 믿음으로 기댈 곳이 되어준 사람.
하지만 예민하고 수줍음도 많고 속은 여리디 여린사람.
슬롯 꽁 머니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
남자들 다 좋아한다는 축구도 야구도 당구도 골프도 어느 하나 즐기는 것이 없다.
혼자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집에서 가족과 슬롯 꽁 머니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한다.
언니는 농담 삼아 호석이는 '취미가 너고 특기가 너고, 네가 엄마고 아내고 세상인 것 같다.' 할 정도로 나와 슬롯 꽁 머니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무녀독남인 슬롯 꽁 머니가 형제자매가 많은 나를 만나 나와 함께 북적이는가족의 정을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혼자 남아야 한다.
언젠가 비 오는 날 술 한잔 기울이며 김광석 노래를 들을 때였다.
아내를 먼저 보낸 남자의 이야기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얘기했다.
'슬롯 꽁 머니 나중에 슬롯 꽁 머니가 먼저 가든 내가 먼저 가든 남은 사람이 이 노래 들으면 대게 슬프겠다'
내 나이 43살이다.
그 어느 60대의 노부부가 부러워진다...
그들은 큰 딸아이결혼도 슬롯 꽁 머니 지켜봤고 막내아들 대학시험을 뜬 눈으로 슬롯 꽁 머니 지셀수 있었다.
차 안에 울려 퍼지고 있는모든 노래는우리의 추억의 손때가 뭍은 노래들이다.
대학 캠퍼스커플로 만나평생의 반 이상을 슬롯 꽁 머니 해 왔으니 모든 장소와 모든 물건과 음식 노래들에 우리의 추억이 슬롯 꽁 머니 스며있다.
그런 곳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질 슬롯 꽁 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졌다.
혼자 그 아픔 추스르면서 아이 셋까지 지켜야 하는 상황.
아...
난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아직 충분히 많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너무나도 파아란 꿈을 꿨었나 보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만큼일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추하게 가고 싶진 않다.
슬롯 꽁 머니에겐 영원히 '우리 예쁜 쭈야'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슬롯 꽁 머니에게 영원히나는 나이 든 할머니가 아니라 그래도 아직 여자로써 예쁨을 간직한
40대의예쁜 쭈야로 남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