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6. 사설 바카라 맞으며
그날은 유난히도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여름방학의 어느 날이었지만 고3에게는 방학이 허락되지 않았다. ‘자율‘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강제적’ 보충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지리하고 긴 보충수업이 끝나면 역시 ‘자율’ 이라는 이름의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했다.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자 모두의 눈에는 생기가 아닌 독기와 일종의 광기 비슷한 것이 돌았고 내 주위의 거의 모든 친구들은 이를 악물며 매일 보충수업을 듣고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도 그렇게 여름방학을 보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나의 마음에는 수험 공부에 대한 열정이나 수능 고득점에 대한 열망이 아닌 세상에 대한 미움과 환멸만이 싹트고 사설 바카라다. ‘세상‘ 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기는 했지만 그 당시 나의 세상은 너무 좁디 좁은 것이었다. 부모, 학교, 집, 학교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였다.
어쩌다 보니 집에서 먼 학교를 다니게 되었기에 그날도 나는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갔다. 이른 아침부터 비는 거치게 내렸고 세차게 버스의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속에 번진 차창 풍경은 그 어느때보다 음울한 빛을 띄고 있었다. 그렇게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사설 바카라 바라보며 나는 어떻게든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갈 길이 없었다. 정류장에 내려 우산을 펴고 학교로 가는 긴 언덕길을 올라갔다. 세차게 내리는 비 안에서 나의 우산은 평소보다 훨씬 더 작게 느껴졌고 그 빗줄기 사이를 지나온 나의 어깨와 팔과 발, 가방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비가 세차게 내린다는 것을 빼면 평소와 다름없는 똑같은 하루였다. 언제나 똑같은 느낌의 지리하고 긴 보충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이제 수능이 100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들 예민하고 긴장되어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날의 사설 바카라 평소와 달랐다. 참을 수 없었다. 길고 지리한 수업도, 앞으로 다가올 수능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도, 그 모든 것들이 다 고통스럽고 괴롭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을 억지로 누른 채, 1교시 수업을 들었지만 당연히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고3 교실의 무거운 공기가 여전히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렇게 1교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설 바카라 맨몸으로 교실을 뛰쳐나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교실을 나가자마자 사설 바카라 울면서 학교의 어느 구석진 자리로 뛰어갔다. 그 자리는 내가 학교 생활 속에서 괴롭고 힘들 때마다 찾아가 몸을 숨기는 곳이었다. 학교가 그렇게 크지 않기에 말이 구석진 자리지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조금만 걸음을 옮겨도 금방 발견되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사설 바카라 어떻게든 내 몸을, 내 존재를 누군가에게 숨기고 싶을 때마다 그곳을 찾았다. 그곳이야말로 이 학교 안에서의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였다. 여전히 비는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우산없이 맨몸으로 교실을 나온 나의 몸은 바로 흠뻑 젖었다. 그렇게 흠뻑 젖은 하복 블라우스가 내 몸에 축축하게 달라붙었다.
비 맞는 걸 너무도 싫어하는 평소의 나였으면 이 축축함이 정말 괴로웠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사설 바카라 맞으면서 나는 묘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평소에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을 하고 내 주위의 세상이 반기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것에서 나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다. 그것은 그때의 내가 내 주위의 세상에 대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반항의 몸부림이었다. 그 쾌감과 해방감 속에서 나는 더 대담해졌다. 그렇게 한동안 사설 바카라 맞고 난 후, 나는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몰래 교문을 빠져나와 버스를 탔다. 맨몸으로 나왔지만 교복 치마 주머니에 지갑이 들어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버스는 집으로 가는 버스가 아닌, 내가 서울에 살면서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먼 동네로 가는 버스였다.
흠뻑 젖은 몸으로 버스를 탄 나를 처음 맞이한 것은 에어컨 바람이었다. 축축하고 습기가 찬 자연의 바람과 다른 건조하고 차가운 에어컨 바람 속에서 내 몸은 서서히 말라갔다. 하지만 사설 바카라 그렇게 내 몸이 말라가는 것이 반갑지 않았다. 그렇게 반항의 몸부림을 치며 느꼈던 나의 쾌감과 해방감이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낯선 노선의 버스 안에서 스쳐가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차창 밖의 풍경은 내게 다시 일탈의 쾌락과 해방감을 가져다주었다. 버스는 이름 모를 다리를 건너 종점인 낯선 동네에 나를 내려주었다. 그렇게 낯선 동네를 걸으면서 사설 바카라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저 서울 안에 있을 뿐인데도 마치 먼 곳으로 여행을 온 느낌이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길을 걷다보니 세차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쳐있었다. 몸은 여전히 젖어있었지만 아까만큼은 아니었다. 하늘에 짙게 드리운 회색 빛 구름 때문에 해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제법 흘러 있었다는 것만은 느껴졌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일상으로, 학교로, 내 주위를 둘러싼 세상으로 다시 몸을 돌려야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입술을 깨물고 사설 바카라 한참동안 길을 되짚어 버스를 내렸던 종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버스를 타고 나서 사설 바카라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라도 일탈의 쾌락과 해방감을 가져다주었던 그 차창 밖의 풍경을 다시 보면 일상으로, 학교로, 내 주위를 둘러싼 세상으로 영영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 때도 건조하고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내 몸을 서서히 말려갔고 그렇게 몸이 말려진 사설 바카라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반 친구들도, 학교 선생님들도 각자가 가진 괴로움을 짊어지고 견디는 것에 온 마음을 다하고 있었기에 학교의 그 누구도 나의 부재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몇 시간 동안 내 자리에는 가방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도. 그만큼 그들도 그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었을 거다.
그 후로 나는 한번도 그날처럼 내 온 몸을 비에 맡겨본 적이 없다. 오로지 그 하루였다. 그동안 쌓였던 내 주위의 세상에 대한 미움과 환멸이 폭발하고 내 주위의 세상에 대해 어떻게든 몸부림쳐보고 반항을 해보고 싶었던 그날, 나는 결국 그 세상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사설 바카라 맞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웠고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해방감을 느꼈다. 그때만큼은 정말 잠깐이지만 나는 <쇼생크 탈출 에 나오는 앤디 듀프레인이 된 기분이었다. 긴 시간동안 자신의 몸을 가두어놓았던 감옥을 탈출한 후, 세차게 내리는 사설 바카라 맞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그 장면처럼. 더 이상 나는 나의 몸을 비에 온전히 맡기지 않지만 비가 올 때마다 나는 항상 그날을 마음속에서 떠올린다. 현실의 비가 아닌 마음 안에 내리는 사설 바카라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