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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명예와 슬롯에도... 임자가 있다


세상 만물은 같은 것이 없다. 슬롯도, 동물도, 나무도, 풀도 모두 다르다. 생긴 것도 다르고,성질도 다르고,마음씀도 다르다. 성격이 비슷한 슬롯끼리 잘 맞지만반대인 슬롯들과도 잘 맞는다. 불이 물을 이길 것 같아도물이 불을 이기는 것처럼 겉으로 강해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다. 눈이 쌓여 얼은 곳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바로 녹아 물이 된다. 슬롯의 마음도 같다. 고단한 삶에 지쳐 있는 슬롯은 악이 생기고, 승승장구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슬롯은 마음의 여유가 있지만 교만함도 함께 자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 말이 슬롯. 자격이 없는 사람을 앉혀놓고 이름을 붙이면 겉으로는 특별한 누군가가 된 것 같지만 결국에는 허수아비로 드러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맹수가 아니라 욕심과 집착이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무섭다. 작은 모임이건 큰 모임이건 앞장서는 사람이 슬롯. 특별히 잘나서도 아닌데나서면 직책이 주어지고 작은 직책이 커다란 슬롯으로 치닫는다. 한두 번 해보면 재미가 있고, 힘이 생기는 것 같은 착각에 일을 저지른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추종하는 슬롯이 따르다 보면 악으로 가는 줄 모르고 잘하고 있는 줄 안다. 잘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더 잘해보겠다고 욕심을 부리며 집착하면 사달이 난다. 잘못된 길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르고,나쁜 슬롯들의 꾐에 빠져 진흙탕인 줄 모르고 점점 빠져들어간다. 슬롯들은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라지만 무언가 자신을 위한 이득을 챙기기 위해 접근한다. 떡고물이라도 먹어 볼까 해서 하라고 하잘한다고 한다. 그렇게 좋은 일이면 본인이 하지 왜 허수아비를 부추기는지 모른다.


먹을 게 없는곳에는아무도 안 온다. 속셈이 빤한데 그것도 모르고 덩달아 춤을 춘다. 옛말에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슬롯. 능력이 안 되는데 억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지만 안 되는 일은 안된다. 죽어가는 사람이 더 살고 싶다고 안 죽으면 이 세상에 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때를 알아야 한다. 잡을 때와 버릴 때가 있고 쌓을 때와 허물 때가 슬롯. 줄 때가 있고 받을 때가 있고,다가올때가 있으면 갈 때도 있는 것이다.


안 되는 것을 하고 하면 불협화음만 생기고 남는 것은 없다. 자신의 잘못은 자신이 먼저 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드러나서 나중에는 망신을 당한다. 손뼉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잘했다고 할 때가 끝날 때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면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것이고,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많은 슬롯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봉사를 한다. 배려와 나눔을 하며 남에게 행복을 주기도 한다. 봉사를 하면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는 데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를 하는 슬롯이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봉사는 시간과 열정이 없으면 할 수 없다. 남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헌신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도 수많은 봉사자들로 세상은 돌아간다. 봉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런 슬롯이나 자신의 이익에 관계없이 순수하게 봉사를 해야 한다. 봉사를 통해 슬롯을 거머쥐고 횡포를 한다면 그것은 봉사가 아니다. 살다 보면 어디를 가나 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투를 쓰기 위한 방편으로 봉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


세상에는 셀 수 없는 국가와 단체가 존재하고 수많은 봉사자들이 있는데, 그 안에서도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서로 반목한다. 단체가 생기고 돈이 생기면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편이 생기고 싸움이 난다. 결국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는 본질을 잊고 비틀거리는 경우도 많다. 법대로 하자는 슬롯이 있고, 잘 수습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슬롯이 생겨나면 문제는 더욱더 변질되고 커진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이끌고 있는지는 당연히 돈문제이다.


모두 모아놓은 돈을 혼자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도 있고, 몇몇이 작당해서 한몫 챙기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돈이 많으면 싸움이 난다. 재벌들 가족관계는 돈이 너무 많아 더 많이 챙기려고 생겨나고, 가난한 슬롯들은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외면하는데서 온다. 물물교환으로 서로가 필요한 물건으로 바꿔가며 사용하던 것이 돈이 생긴 이래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돈이라는 것이 전쟁을 만들고 불화를 만든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더 갖기 위해, 뺏고 빼앗으려고 전쟁이 난다. 총과 칼만이 무기가 아니라 슬롯의 생각과 마음이 무기다. 부모 형제도 돈 앞에서는 달라지고, 아무리 친한 친구도 돈 때문에 원수가 된다. 그런 돈을 가지려고 슬롯들은 기를 쓰는 현실이다. 슬롯 나고 돈 났지,나고 슬롯 났느냐는 말을 하며 언성을 높이고 싸운다. 돈 때문에 살고 돈 때문에 죽는다. 돈이 많으면 더 갖기 위해서, 돈이 없으면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탐낸다.


돈도 명예도 슬롯도 임자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기를 써도 임자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될 것 같아도 안 되고 안될 것 같아도 되는 게 세상 일이다. 내편인 것 같아도 남의 편이고, 남의 편인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내편인 경우도 있다. 내편이었다가 남의 편이 되고,남의 편이었다가 내편이 되기도 하는 게 인간관계다. 욕심과 거짓과 허위가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진실을 숨길수는 없다. 허위가 진실이 되고, 위선이 의리가 되어 현혹하현실에 주인은 누구인지 모른다.


슬롯(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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