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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바카라 카지노』(갤러리현대, 2000)사진출처: 『바카라 카지노』(갤러리현대, 2000)



바카라 카지노 김기창(雲甫 金基昶, 1913~2001) 전시를 오래 기다렸다. 그동안 바카라 카지노의 작품을 여러 전시에서 꽤 많이 봐왔지만, 바카라 카지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전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2000년 여름 갤러리현대가 연 「바보예술 88년: 바카라 카지노 김기창 미수기념 특별전」이 비근한 예인데, 그로부터 25년이 지나도록 이만한 규모와 수준의 전시가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다행히 서울미술관이 소장한 바카라 카지노의 대표작이자 한국 종교미술의 걸작 <예수의 생애 연작은 2014년 서울미술관이 연 「바카라 카지노 탄생 100주년 기념전 ‘예수와 귀먹은 양’」과 2024년 「더 라이프 오브 지저스 - 바카라 카지노 김기창 <예수의 생애 특별전」을 통해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2014년 서울미술관 전시 때 2000년 갤러리현대 전시 도록 『김기창』과 『바카라 카지노 김기창 성화집 예수의 생애』(바카라 카지노문화원, 2013)를 품었고, 2024년 서울미술관 전시 때 『바카라 카지노 김기창 성화집 예수의 생애』(쿰란출판사, 2023)를 손에 넣었다. 조풍류 작가 만나러 자은도에 갔다가 바카라 카지노의 회고록 『바카라 카지노 김기창 침묵의 심연에서 –나의 화필 60년-』(법조각, 1988)을 얻었다. 그렇게 조금씩 바카라 카지노를 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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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카지노 김기창이 그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석기자미술관]서울미술관 별관 특별전<더 라이프 오브 지저스

/@kimseok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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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바카라 카지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리는 「바카라 카지노 김기창展」(2025.2.18.-2026.3.22.)이다. 오래오래 마음껏 보라고 전시 기간도 무려 1년이 넘는다. 출품작은 모두 106점이다. 바카라 카지노 작품 99점, 바카라 카지노의 부인 우향 박래현 작품 6점, 부부합작도 1점이 걸렸다.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기별 작품이 망라돼, 수량과 규모 면에서 흡족하다. 다만 바카라 카지노의 작품 세계를 시대별로 체계화해서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이만한 기회는 흔치 않다.


무궁화 삼천리 금수강산, 1971, 종이에 수묵채색, 115×372cm무궁화 삼천리 금수강산, 1971, 종이에 수묵채색, 115×372cm



바카라 카지노는 두 개 층에서 진행된다. 먼저 아래층 바카라 카지노장 바깥벽에 걸린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1971년 작 <무궁화 삼천리 금수강산이다. 저 유명한 <단발령망금강처럼 화면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를 멀찌감치 바라보는 대각선 구도를 중심으로 눈부시게 흰 무궁화꽃이 만발한 모습을 그렸다. 무궁화 파노라마라고 할 만하다. 어찌 보면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라꽃 무궁화는 산수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아니어서, 우리나라 관람객들에게 특별히 소구할 수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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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첫 전시장에서는 바카라 카지노의 화조, 영모, 풍속화를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 누군가 손으로 삐뚤빼뚤 쓴 글씨가 있다. 이 글씨의 주인공은 미술품 수집가로 유명한 김창일 아라리오갤러리 회장이다. 처음 구매한 바카라 카지노 작품은 1979년 화조. 45년 동안 바카라 카지노의 작품을 계속 모았고, 마지막으로 사들인 작품은 2024년 경매에서 낙찰받은 2점. 김 회장은 바카라 카지노 작품을 대단히 좋아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는 김창일 회장 소장품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밤새 (부엉이), 1972, 종이에 수묵채색, 99×180cm밤새 (부엉이), 1972, 종이에 수묵채색, 99×180cm
군마도, 1950-1960년대 추정, 종이에 수묵채색; 4폭 병풍, 154×80cm(×4)(이미지), 169×335cm(병풍)군마도, 1950-1960년대 추정, 종이에 수묵채색; 4폭 병풍, 154×80cm(×4)(이미지), 169×335cm(병풍)
강아지, 1940년대 초, 종이에 수묵채색, 32×48cm강아지, 1940년대 초, 종이에 수묵채색, 32×48cm



바카라 카지노는 대가답게 여러 화목에 두루 능했다. 동물로는 부엉이, 매, 독수리, 꿩, 고양이, 다람쥐, 닭, 말 등을 두루 즐겨 그렸다. 길짐승, 날짐승을 꽃, 나무와 함께 그린 그림도 많다. 그중 시기가 가장 이른 작품은 바카라 카지노가 1940년대 초에 그린 <강아지. 서로 몸을 포갠 채로 잠이 든 강아지 두 마리가 더없이 사랑스럽다. 이 작은 그림에서 한창 때인 30대 시절 바카라 카지노의 기량을 확인하게 된다. 호(號)를 바카라 카지노로 바꾸기 전에 쓴 운포(雲圃)로 낙관했다.


화조병풍, 1942-43년 추정, 비단에 수묵채색; 8폭 병풍, 140×44.5cm(×8)(이미지), 211×449cm(병풍)화조병풍, 1942-43년 추정, 비단에 수묵채색; 8폭 병풍, 140×44.5cm(×8)(이미지), 211×449cm(병풍)



역시 운포라는 호를 쓰던 1940년대 초에 제작한 8폭의 <화조병풍은 젊은 시절 바카라 카지노가 자신의 그림 솜씨를 유감없이 쏟아부은 대표작으로 손꼽을 만하다. 묘사, 구도, 채색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이 정성을 다한 최고의 작품이다. 바카라 카지노의 채색화를 대표하는 그림의 하나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병풍 그림으로는 최상급이니, 대체 이 병풍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등나무와 참새, 1950년대, 종이에 수묵담채; 4폭 병풍, 154×61.7cm(×4)(이미지), 169×335cm(병풍)등나무와 참새, 1950년대, 종이에 수묵담채; 4폭 병풍, 154×61.7cm(×4)(이미지), 169×335cm(병풍)



그다음 오래된 작품은 바카라 카지노와 우현 부부의 합작도 <등나무와 참새 4폭 병풍이다. 우향이 먼저 등나무를 그린 뒤, 바카라 카지노가 참새를 그리고 글을 더해 완성했다. 우향의 기세등등한 붓질과 바카라 카지노의 세밀한 묘사력이 어우러진 수작이다. 바카라 카지노가 화가로 살아가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두 여성이 있다. 어머니와 아내다. 어머니는 그 어려운 시절에 아들이 화가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했고, 그 자신도 뛰어난 화가였던 아내는 바카라 카지노의 예술적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했다. 1948년 두 사람이 함께 연 전시회는 한국 미술사에 첫 부부전으로 기록됐다.


비파도, 1970, 종이에 수묵채색; 6폭 병풍, 164×61.5cm(×2), 164×64.5cm(×4)(이미지), 171.5×393cm(병풍)비파도, 1970, 종이에 수묵채색; 6폭 병풍, 164×61.5cm(×2), 164×64.5cm(×4)(이미지), 171.5×393cm(병풍)



아래층 전시장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작품은 바카라 카지노의 <비파도 6폭 병풍이다. 화면 양쪽에서 뻗어 나온 가지에 비파 열매가 무성하게 달렸다. 현악기 비파(琵琶)처럼 생겼다고 해서 비파(枇杷)라는 이름을 얻은 이 나무는 해마다 6월이면 가지가 휘어지도록 매달리는 황금빛 열매로 사람들을 매혹한다. 비파는 일찍이 사군자에는 못 들었지만, 군자가 좋아하는 과일로 여겨져 오래전부터 화가들로부터 사랑받았다. 바카라 카지노 역시 비파를 즐겨 그렸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넉넉해진다.


미인도, 1960년대, 비단에 채색, 163×84cm미인도, 1960년대, 비단에 채색, 163×8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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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전시장을 나와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는 바카라 카지노의 <미인도가 걸려 있다. 근대 한국화단에서 <미인도하면 이당 김은호(金殷鎬, 1892~1979)를 첫손에 꼽는다. 하지만 이당의 그림 속 미인은 전형적인 한국 미인상과는 거리가 있다. 어색하고 생경하다. 이당은 타고난 그림 솜씨에 일본 유학에서 배운 채색화 기법까지 더해 인물화에서는 당대 제일의 기량을 뽐냈지만, 일본화의 때를 벗어버리지 못한 이당의 그림이 당대에 왜색으로 비난받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반면 바카라 카지노의 <미인도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다. <미인도보다 한참 앞선 1953년 작 <매화와 여인을 봐도 그렇다.


매화와 여인, 1953, 종이에 수묵담채, 32×27.5cm매화와 여인, 1953, 종이에 수묵담채, 32×27.5cm
(좌) 청둥오리, 1930년대 말~1940년대 초, 비단에 수묵채색, 91×34cm (우) 송학도, 1933, 비단에 채색, 91×34cm(좌) 청둥오리, 1930년대 말~1940년대 초, 비단에 수묵채색, 91×34cm (우) 송학도, 1933, 비단에 채색, 91×34cm



위층 전시장에선 종교화, 인물화, 추상화, 문자도, 바보산수, 청록산수 등 바카라 카지노의 주요 작품을 고루 선보인다. 전시를 통틀어 시기가 가장 이른 <청둥오리와 <송학도는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매끈하고 치밀한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들이다. 배운 대로 그린 결과다. 당시 20대였던 바카라 카지노는 몰선주채묘법(沒線主彩描法)이라는 일본식 회화기법을 사용해 엄격한 사실 묘사에 집중했다.


수태고지, 1952-1953, 비단에 채색, 63×75cm, 아라리오뮤지엄수태고지, 1952-1953, 비단에 채색, 63×75cm, 아라리오뮤지엄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1952-1953, 비단에 채색, 63.5×75.5cm, 아라리오뮤지엄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1952-1953, 비단에 채색, 63.5×75.5cm, 아라리오뮤지엄



그러다가 해방 무렵부터 기존 화풍에서 벗어나 서서히 자기만의 세계를 모색하는데, 6·25 전쟁의 혼란 속에서 바카라 카지노가 신앙의 힘과 예술가적 집념으로 완성한 한국 종교미술의 걸작 <예수의 생애 연작이 대표적이다. 바카라 카지노가 이 연작을 그린 것은 전북 군산의 처가로 피란 가 있던 1952~1953년이었다. 당시 바카라 카지노가 그린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은 서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 <수태고지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두 점이 나왔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쳐라, 1952-1953, 비단에 채색, 63×76cm, 서울미술관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쳐라, 1952-1953, 비단에 채색, 63×76cm, 서울미술관



서울미술관 소장품 외에 <예수의 생애 연작의 다른 그림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집에 돌아와 도록을 펼쳐놓고 사진과 비교해 보니 거의 똑같이 그린 다른 그림이었다. 제작 시기가 1952~53년으로 돼 있는 걸 보면 아마도 바카라 카지노가 연작 한 벌을 정본 삼아 그리고 추가로 몇 장을 더 그린 모양이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를 나란히 놓고 보면, 서울미술관 소장품은 묵서 없이 왼쪽 위에 인장이 있는데, 전시에 나온 그림은 오른쪽 아래 묵서와 더불어 인장이 찍혀 있다. 전체적으로 거의 흡사하나 세부 묘사에 차이가 보인다. 전시장에 나온 두 점은 아라리오 소장품이라고 한다.


참새쫓기, 1950년대, 비단에 수묵채색, 49.5×57cm참새쫓기, 1950년대, 비단에 수묵채색, 49.5×57cm
노점, 1953-1955, 종이에 수묵채색, 57×66cm노점, 1953-1955, 종이에 수묵채색, 57×66cm
소반 위의 천도, 1959, 종이에 수묵채색, 65×67cm소반 위의 천도, 1959, 종이에 수묵채색, 65×67cm
만추의 이미지, 1964, 종이에 수묵채색, 137.5×133cm만추의 이미지, 1964, 종이에 수묵채색, 137.5×133cm
추상, 1960-1964, 종이에 수묵채색, 150×135cm추상, 1960-1964, 종이에 수묵채색, 150×135cm



바카라 카지노는 일생에 걸쳐 어느 화가보다도 다양하게 변화를 꾀했기에 그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1950년대 작품 <참새쫓기처럼 차분하고 소박한 정서를 담은 풍속화가 있는가 하면, <노점과 <소반 위의 천도 같은 그림에선 아내 우향의 짙은 영향이 보인다. 1960년대 들어서는 형상을 더 해체한 추상회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미술계를 휩쓴 추상회화 열풍에 조응하면서 한국화의 새 길을 모색한 결과다.


사자탈춤, 1976, 종이에 채색, 46×70cm사자탈춤, 1976, 종이에 채색, 46×70cm
미인도, 1976, 비단에 수묵채색, 73.5×55.5cm미인도, 1976, 비단에 수묵채색, 73.5×55.5cm
세 악사, 1976, 비단에 채색, 57×75cm세 악사, 1976, 비단에 채색, 57×75cm



1976년 그림 석 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바카라 카지노의 다채로운 예술적 행보가 보인다. 한 화가의 그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바카라 카지노는 자신이 배워 평생 해오던 대로 전통적인 수묵채색화를 그리면서도 끊임없이 대상을 풀어 헤치는 추상의 기운을 화폭에 수용했다. 그렇게 다채로운 시도와 실험의 시기를 거쳐 1970년대 중반을 넘어서는 청록산수, 바보산수라 불리는 자기만의 화풍을 정립해 갔다.


풍류, 1976, 비단에 수묵채색, 67×100cm풍류, 1976, 비단에 수묵채색, 67×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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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산수(모내기), 1988, 비단에 수묵채색, 65×121.5cm청록산수(모내기), 1988, 비단에 수묵채색, 65×121.5cm



청록산수 기법으로 그린 <모내기 같은 그림은 우리 시대의 풍속화다. 물론 생의 후반기에 집중적으로 선보인 청록산수와 바보산수는 자꾸 보면 금방 눈에 익어버려 비슷비슷한 그림에서 차별화된 지점을 딱히 찾기가 어렵다. 오히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도전과 실험으로 점철된 시기에 작가적 고뇌를 쏟아 탄생시킨 작품에 더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불새, 1968, 종이에 수묵채색, 31×39cm불새, 1968, 종이에 수묵채색, 31×39cm



서울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바카라 카지노의 유명한 그림 <태양을 먹은 새가 있다. 바카라 카지노가 생전에 무척 아낀 그림이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불새(1968)라는 그림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이 역시 김창일 회장이 수집한 아라리오 소장품 가운데 하나다. 서울미술관 소장품이 두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이라면, 아라리오 소장품은 뜨거운 태양을 머금고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는 모습이다. 둘이 짝을 이루는 게 아닐까. 어린아이 장난처럼 천진난만한 화풍을 보여주는 이 그림에서 바카라 카지노는 서명조차도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쓰는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바카라 카지노답다.


■바카라 카지노 정보

제목: 아라리오갤러리 <바카라 카지노 김기창展

기간: 2025년 2월 18일~2026년 3월 22일

장소: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충남 천안시 동남구 만남로 43)

문의: 041-55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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