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다. 예술가는 죽고 나면 작품이 남고 동물들은 죽고 나면 새끼가 대를 이어 나간다.
그렇다면 메이저사이트는? 음... 메이저사이트는 무엇을 남길까? 교단을 떠난 메이저사이트는 무엇을 남기지? 아니, 무엇이 남을까?
며칠 전 출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승용차로 편하게 출근을 했지만 이번 달부터는 상황이 바뀌어 버스를 이용하여 출근을 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 앞에서 바로 내리는 버스가 있어 출근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잘 다니는 중이다.오히려 승용차를 타던 때와는 달리 걷는 시간이 생기니 운동 부족인 나에게 콩알만큼 일 망정 운동 시간이 생긴 것 같아 즐기며 다닌다. 여하튼 그날도 나는 출근버스를 기다리며 멍하니 서있었다. 수많은 노선의 버스가 멈춰서는 곳이라 내가 타는 버스 이외에 내 앞에 멈춰서는 다른 버스에는 당연하게 일일이 시선을 두지 않았다. 전광판을 보니 내가 탈 버스가 5분 안에 도착할 것 같아나는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버스에서 내린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내가 7년 전 고3 담임을 하던 시절의 우리 반학생이었다.
당시 그 메이저사이트는 고1 때에 이어 두 번째로 나를 담임으로 만났었다. 당시만 해도 볼에 제법 살이 있어 다소 앳된모습이 남아있던 메이저사이트였는데이제는 누가 봐도 말쑥한 청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메이저사이트는내가 자신을 알아보자마자 너무나 반갑게 나를 와락 안으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나 역시 다 자란 메이저사이트를 오랜만에 보니 몹시 반가웠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네. 너무 반갑다. 잘 지냈어?"
"샘, 저 취직했어요. 강남에서 회사 다녀요."
메이저사이트는 나와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목에 걸린 사원증을 보여주며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어찌나 귀엽던지. 오랜만에 만난 스승에게 짧은 시간에 자신의 성과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는 그 모습에서 고등학교 때 보았던 메이저사이트의 모습이 빠르게 겹쳐 지나갔다. 우리 둘은 임박한 나의 버스시간 때문에 긴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연락처만 급하게 주고받은 뒤 헤어졌다. 뒤돌아 바삐 지하철을 타러 가는 메이저사이트의 뒷모습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피어 오름을 알 수 있었다. 옛 제자와의 조우로 하루가 시작되어서 그랬을까? 나는 그날 하루를 유난히 밝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아이를 만난 후 나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교사라는 직업은 메이저사이트을 만나는 것이 전부인 직업이다. 교사는 교육이라는 무형의 일을 하며삶을 보내다 일정 시점에 교단을 떠난다. 그렇다면 교단을 떠나는 그 시점에 선 교사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때 교사는 무엇으로 자신이 평생 해 온 일을 확인할 수 있을까? 교육은 보이는 일이 아닌데. 메이저사이트을 열심히 가르쳤다는 보람과 긍지만으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무언가는 없는 걸까?메이저사이트는예술가가아니니 남길작품도없고,호랑이는더더욱아니니교단에가죽을남길 수도없는데말이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다소 엉뚱하게도 내가 가르친 메이저사이트의 숫자였다. 교사는 한 해에 보통 100명이 넘는 메이저사이트을 만나게 되어있다. 초등학교나 규모가 작은 학교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처럼 규모가 큰 학교들은 100명이 훌쩍 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나의 경우를 따져보자면 올 한 해에 120명가량의 메이저사이트을 직접 가르쳤다. 10년이 넘는 나의 교직 기간 전체를 따져보면 그 숫자는 2,000명에 가까워진다.
희한하게도 내가 걸어온 길을 숫자로 입증하고 나니 무언가 손에 잡히는 증거를 찾은 것 마냥 안도감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메이저사이트에게 내가 끼쳤을 영향과 내가 했을지 모를 실수에 혹시라도 상처를 받은 메이저사이트이 있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앞날의 일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의 길에는 또다시 수많은 메이저사이트이 들어설 것이다. 애초에 교사가 걷게 되는길 자체가 메이저사이트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니 내가 교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는 이 길의 필요충분조건인 메이저사이트이 나와 함께 할 것임이 나에게 주어진분명한 미래였다.
교사 개인이무엇을 남기는 가의 문제로 돌아가보면이 문제는 교직의 길을 만들어 주며교사와 함께 그 길에 서 있던메이저사이트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거나 교사 자신의 내면적 문제에 해당할 것 같다. 그래서 답을 내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 당연히 수많은 답이 나올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무엇이 남는 가의 문제에 대한 답은 적어도 교사의 길에서 만난 메이저사이트의 숫자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명확하다.
답: 메이저사이트 더 나아가 제자들
그러니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메이저사이트을 위해 내가 교사로서 해야 할 일 또한 분명한 것 같다. 더 현명한 인간이 되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전공교과에대한 끝없는 학습으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메이저사이트에게 바람직한 롤모델이 되어 주는 것, 이것이 이제부터 내가 더욱 매진해야 할 일인 것이다.
내가 떠난 뒤에 남는, 운이 좋다면 내 이름 석 자를 기억해 줄지도 모를 그들이 있어 두근거린다. 불안함에서 든 설렘에서 든두근거림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나는 운 좋은 사람이다. 이 또한 메이저사이트여서 얻을 수 있었던 운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