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나 마지막 주차 수업은 기말고사나 기말 대체과제 제출 및 평가로 학기의 막을 내린다. 기숙사에 살던 몇몇 슬롯 사이트은 기말고사를 끝나고 곧장 어디로 떠나는 계획이 있는지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교정을 가로지른다. 또다른 슬롯 사이트 무리는 기숙사에서 빼낸 짐을 집으로 부치는지 교내 우체국 앞에서 커다란 박스를 연신 나르고 있다. 익숙한 종강 무렵 학교 풍경이다. 내가 속한 전공은 종강을 해도 마지막 학과 행사인 '영화제'가 남아있어서 사실은 아직 방학이랄 순 없고 영화제까지 무사히 마무리를 해야 학기가 끝이 난다.
이번주 목요일 메가박스에서 다섯 시에 시작되는 영화제에는 3학년 영화제작 워크숍 수업에서 제작한 영화 네 편과 내가 지도한 졸작 워크숍 세편을 상영한다. 졸업작품이 4학년 슬롯 사이트 작업이다. 이미 수업 중에 후반작업 중인 영화를 몇 번 봤지만 최종 편집본을 상영하고 나는 그 버전으로 슬롯 사이트의 영화완성도를 평가한다. 학교에서 상영하면 스크린도 작고 스피커도 적절한 조건이 아니어서 사운드도 제대로 들어볼 수가 없다. 각 작업의 결과물을 최상의 컨디션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면 훨씬 좋은 조건에서 아이들의 작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작품이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기회를 처음 경험하는 슬롯 사이트은 설렘과 흥분으로 얼굴 표정에서도 두근거림이 보인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최종본이 잘 나온 학생은 기분 좋은 들 뜸이 얼굴에 웃음이 만연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슬롯 사이트, 특히 작업 중 스탭이나 배우들과 불화가 있었던 팀은 얼굴이 어둡고 심지어 영화제에 불참하기도 한다. 영화제 참석을 기말고사 출석으로 간주하고 참석할 것을 강요하는 나는 영화제 시작과 중간에 출석이라도 부를 것처럼 슬롯 사이트에게 겁을 주는데 잘했으면 잘한 대로 못했으면 못한 대로 자신의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자리는 건설적인 영감과 피드백을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슬롯 사이트를 마치면 비로소 나도 방학이다.
써야 하는 논문이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 집필 중인 책도 없는 이번 방학은 상대적으로 좀 여유로울 것 같다. 다음 학기에 처음 마주하게 될 자유전공 슬롯 사이트에 대한 학과 홍보와 설명회 전공 탐구 코스 등을 준비하는 것과 마이크로 전공과목을 하나 개설하는 것이 내가 맡은 겨울방학 숙제이다. 학교를 나가지 않으면서 생기는 여유 시간은 내년 봄에 있을 동아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올해 첫 풀코스로 참가한 동아마라톤은 나에게 풀코스 완주라는 새로운 세상에 눈 뜨게 했는데 이제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내년 봄 대회에는 한껏 향상된 실력으로 서울 마라톤을 즐기고 싶다.
김기태의 소설집과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즈 오브 로마 시리즈를 계속 읽고 있다. 촉망받는 신예 작가로 등장한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고 당장 그의 매력과 필력에 빠졌다. 처음 그의 글을 읽고는 김애란이나 장강명을 마주했을 때의 신선한 생경함에 '또 하나의 패기 넘치는 새내기 작가로구나' 했는데 신인치고 저력이 만만치 않다. 수십 년간 여성 작가들이 휩쓸고 있는 문단에 나타난 많지 않은 남성 작가라 반가운 점도 있고 그가 대중이라고 불리는 군중의 한구석을 받치고 있는 '평범한' 최저임금 생활자들에게 애정의 시선을 보내준 것, 유튜브를 비롯한 1인미디어를 주목하고, 21세기의 대중들이 집중하는 '예능'과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재미있게 풀어내 준 것이 유쾌했다. 그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지금처럼 신선한 실험과 대중예술과의 초접근적인 시각으로 소설을 써내주면 좋겠다.
콜린 매컬로를 계속 읽고 있는데 이제야 카이사르가 소년기를 벗어나 청년이 되고 로마 무대에 나서는 시기가 되었다. <로마의 일인자, <풀잎관을 거쳐 <포르투나의 선택으로 이어지는데 방학 동안 카이사르의 전성기가 펼쳐질 듯해서 기대가 된다. 로마 황제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서 황제들의 일상을 깊이 있게 다룬 메리 비어드의 <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도 읽을 작정슬롯 사이트. 충분한 사진 자료가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겨울은 너무 추워서 달리기 연습에 적절하지 않다. 따뜻한 나라로 피신해서 책도 읽으며 휴식을 취하면서 이침 저녁으로 달리기 훈련을 하면 좋겠다. 이번주에 내가 해야 할 일은 '평가'이다. 학기 중에 지도한 슬롯 사이트의 성적을 내는 일인데 피로도가 높다. 내가 이번 학기에 지도한 학부 수업은 네 과목인데 모두 상대평가 과목이다. 즉 수강생의 30%에게 A를 줄 수 있고 30% 슬롯 사이트에게는 B등급 이하의 성적을 주어야 한다. A등급과 B등급 학생의 합이 70%를 넘을 수 없다. 20명이 정원인 내 수업에서 나는 6명의 슬롯 사이트에게는 C나 그 이하의 성적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하면서 슬롯 사이트의 제출한 과제와 시험 성적, 출석, 작업 참여도의 항목으로 성적집계표를 작성하면 최고 등급인 100점부터 점수별로 슬롯 사이트의 명단이 산출된다. 대개의 교수가 그렇듯이 상위권 성적부터 A등급을 주면서 내려오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A와 B+이 90점과 91점같이 애매하게 나뉠 때가 있다. 애초에 절대평가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점 차이로 등급의 글자가 바뀌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 1점은 지각 한 번일 수도 있고 시험 문제 한 문제 일수도 있다. 한 과목의 등급이 1점 차이로 B에서 C로 바뀌고 당연히 GPA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성적이 공개되는 날 몇몇 학생은 이의 신청을 한다. 교수는 빠른 시간 안에 학생의 이의나 질의에 답을 해줘야 한다. 예전엔 학생이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해오고 교수가 설명(해명)하거나 위로를 해주는 식이었는데 요즘엔 개인정보니 뭐니 해서 직접 접촉하지 않고 학교 포탈에 이의 신청을 하면 교수가 답을 달아주는 식이다. 차갑고 사무적인 관계가 되었는데 학교는 슬롯 사이트에게 따뜻하게 대하라고 한다. 성적 산출에 계산착오나 분명한 오류가 있지 않은 한 성적은 대체로 정정되지 않고 확정된다. 슬롯 사이트은 그 성적을 바탕으로 교내외 성적 장학금을 받게 된다.